1996년 신년 예배에서 설교하다 쓰러졌다. 혼수상태에 빠져 사흘간 깨어나지 못했다. 그때 하나님의 강한 음성을 들었다. ‘비라카미, 비라카미 영혼을 구원하라!’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환상으로 보여주셨다. 비라카미(VILACAMY)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 4개국 이름의 첫 자를 딴 거였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바로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비라카미선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고 주님의 사명에 확신을 갖기를 간구했다. 사랑의병원선교회 동역자들을 중심으로 대구 동촌교회 신창순 목사님과 뜻있는 동역자들이 주축이 돼 비라카미선교회를 대구에 창립했다.
비라카미선교회 발족 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중심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75년 사회주의화된 라오스도 경제 낙후를 면치 못하다 89년 개방 정책을 시행했다. 비교적 국외 투자가 활발했던 베트남과 달리 라오스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고립돼 있었다. 경찰의 감시는 더 엄격했고 사회 분위기도 살벌했다.
2005년 고난주간에 선교사님 13명과 함께 라오스 국경 라오바오로 향했다. 라오스 소수부족 마을에 교회를 짓기 시작해 3개 교회를 신축, 기공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아침 8시 베트남 꽝치성 케산을 출발해 라오스 국경 이민국에 도착했다. 내 순서가 되자 경찰이 갑자기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내 여권의 비자를 유심히 보더니 “75일 불법 체류로 당신을 체포한다”며 그 자리에서 쇠고랑을 채웠다.
왜 불법 체류냐고 했더니 여권에 비자가 없다고 했다. 문득 내가 여권을 새로 바꾸면서 비자를 옮겨 놓지 않은 게 생각났다. 4년 전 베트남정부 종교성에서 ‘장요나 제거 지시’를 내린 게 생각났다. 2001년 부활절 예배에 닥락성 본멧톡 오지의 한 교회에 무장 군인과 경찰들이 난입해 무차별 사격으로 460여명이 순교했다. 그 사실을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교회에도 알려 중보기도를 부탁한 사실을 알고 베트남정부에서 나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없애려 했지만, 내가 자동차로 여러 사람과 함께 이동했기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여기서 붙잡혀 죽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때 함께 있던 정유미 선교사가 갑자기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경찰들에게 보여줬다.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경찰들이 깜짝 놀라며 그 종이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종이는 구순구개열 환자 6300여명을 무료로 수술해 준 공로로 베트남정부에서 받은 평화수교훈장증 사본이었다.
수차례 거절하다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훈장을 받은 날, 나는 훈장을 버리고 총리실을 나왔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에 누가 훈장을 준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 훈장을 정 선교사가 챙겨 사본을 만들어 차에 싣고 다녔다. 하나님은 베트남에서 라오스까지, 짧지만 위험천만한 국경을 프리패스로 넘게 하셨다. 할렐루야!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