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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만 보면 대장균으로도 휘발유·플라스틱 만든다 /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영국신사77 2019. 2. 5. 09:05

이 지도만 보면 대장균으로도 휘발유·플라스틱 만든다

이상엽 KAIST 교수가 14일 KAIST 연구실에서 대장균으로 만든 휘발유가 든 실험도구를 들고 있다. 15일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실린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가 이 교수의 뒤에 있다. 이 교수는 시스템 대사공학을 이용해 바이오매스에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세계적 전문가다. 프리랜스 김성태

이상엽 KAIST 교수가 14일 KAIST 연구실에서 대장균으로 만든 휘발유가 든 실험도구를 들고 있다. 15일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실린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가 이 교수의 뒤에 있다. 이 교수는 시스템 대사공학을 이용해 바이오매스에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세계적 전문가다. 프리랜스 김성태

[인터뷰]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언젠가 석유와 천연가스가 바닥나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에너지로 얘기하자면 태양광ㆍ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핵융합발전도 기다리고 있지만,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 등 수많은 화학제품은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굳이 석유 고갈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이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썩지않는 폐 플라스틱은 현재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상엽 KAIST 교수 인터뷰
바이오 기반 합성지도 개발·완성
2005년 시스템 대사공학 창안
지구온난화·플라스틱 공해 대안

  
해답은 있다. 시스템 대사공학을 이용한‘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nery). 대장균과 같은 미생물이 잡초나 폐 목재 같은 바이오매스를 먹고 에탄올ㆍ휘발유ㆍ플라스틱 등 화학연료ㆍ원료를 내어놓는 공정을 말한다. 이렇게 만든 플라스틱은 분해도 쉽게 될 수 있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이상엽(55)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가 2005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기술이다.   
  
이상엽 KAIST 교수가 개발ㆍ완성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표지논문으로 14일 게재됐다. [사진 KAIST]

이상엽 KAIST 교수가 개발ㆍ완성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표지논문으로 14일 게재됐다. [사진 KAIST]

미생물로 화학원료ㆍ연료 만드는 경로 지도 세계 최초 제작
  
KAIST는 15일 이 교수 연구팀이 미생물에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경로를 총 정리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를 개발ㆍ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교수를 14일 인터뷰했다.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는 누가 어떻게 쓸 수 있나. 
“생명공학자는 물론, 바이오ㆍ화학 관련 기업들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지도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그간 우리 연구팀에서 연구해온 결과뿐 아니라, 세계 다른 학자들의 것도 총 망라했다. 바이오리파이너리 뿐 아니라, 이후 화학공정 등을 통해 화학연료ㆍ원료물질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합성경로를 구축했다. 앞으로 바이오 기반 화학제품 생산 연구에 귀중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가 14일 오후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미생물로부터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경로를 세계 최초로 총 정리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상엽 KAIST 특훈교수가 14일 오후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미생물로부터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경로를 세계 최초로 총 정리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휘발유·알코올, 분해되는 플라스틱 등 다양한 물질 만들어 
  
-미생물이 어떻게 플라스틱과 휘발유ㆍ알코올을 만들어 낼 수 있나. 
“‘술’이란 단어로 불리는 에탄올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미생물을 발효해 얻은 대사산물인데, 대사공학을 이용하면 알콜 도수와 향 등을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대장균이나 고초균과 같은 미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넣어주면 대사과정을 통해 특정 물질을 만들어 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바이오매스와 공기 속 탄소(C)와 수소(H)ㆍ산소(O)ㆍ질소(N) 등이 미생물의 대사반응을 통해 인류가 원하는 에너지와 화학물질 및 다양한 산업원료를 내어놓는 원리다.”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뭘 만들 수 있나. 
“휘발유와 디젤ㆍ알코올과 같은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 산업용매 등 다양한 화학원료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세계 화학시장 규모는 연간 5000조원이 넘는다. 그 대부분이 원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이걸 대체할 수 있는 게 시스템 대사공학이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가 14일 오후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를 배경으로 제자들과 함께 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상엽 KAIST 특훈교수가 14일 오후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를 배경으로 제자들과 함께 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국·유럽은 물론 한국 GS칼텍스도 상업화 시동
  
-플라스틱은 또 다른 공해 문제를 낳는데 
“시스템 대사공학으로는 지금까지처럼 분해되지 않는 것뿐 아니라 분해되는 플라스틱도 만들 수 있다. 자동차 범퍼 소재는 분해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문제가 되지만, 최소한 1회용으로 쓰는 플라스틱이나 미세플라스틱은 분해될 수 있는 것으로 만들 어야 한다.”   
  
-이게 상업화가 가능할까. 
“가능하다. 바이오리파이너리는 1990년대 초 개발된‘대사공학’을 이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효율이 낮아 그간 연구실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합성생물학ㆍ화학공학ㆍ진화공학 등이 더한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효율이 급상승했다. 기술 외적인 분야도 도와주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지난해 12월20일자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제조과정 중에서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이미 대사공학을 이용해 폴리에스테르 원료로 쓰는 숙신산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GS칼텍스가 최근 산업용매와 휘발유 대체재로 쓸 수 있는 바이오 부탄올을 생산하는 데모 플랜드를 건설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