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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광주] ‘실버피아’로 거듭난 광주…“이민 갔던 노인들도 돌아온대요”

영국신사77 2019. 1. 5. 20:27

[이제는 지방시대-광주] 

‘실버피아’로 거듭난 광주…“이민 갔던 노인들도 돌아온대요”

입력 : 2019-01-01 04:00

[이제는 지방시대-광주] ‘실버피아’로 거듭난 광주…“이민 갔던 노인들도 돌아온대요” 기사의 사진
10여년 전 도심부지 2곳에 노인시설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던 광주시가 국내 대표적인 노인 복지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양 최대의 노인복합 여가시설인 광주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의 헬스장과 시니어 음악작품 발표회,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 모습(위쪽부터)이다. 광주복지재단 제공


[이제는 지방시대-광주] ‘실버피아’로 거듭난 광주…“이민 갔던 노인들도 돌아온대요” 기사의 사진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의 전경. 광주복지재단 제공


광주 풍암지구에 사는 최태균(91)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노대동(老大洞·어르신을 크게 모시는 동네) 광주빛고을노인건강타운으로 향한다. 직장에 출근할 때와 다름이 없다.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수련을 한 시간쯤 하다보면 등줄기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운동 후에는 백발의 검도반 동료들과 얘기꽃을 피우며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권장 칼로리에 맞춘 저염 식단 식비는 1500원에 불과하다. 최 할아버지가 즐겨 찾는 당구장과 탁구장은 시간당 500원이면 OK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김민희(78) 할머니는 광주 효령동(孝領洞·효도고개, 효도를 다하는 동네) 효령노인복지타운 ‘5·18 바로알리미 사업단’ 소속이다. 지난달부터 5·18기념문화센터 전시관에서 청소년들에게 5·18의 역사적 의미 등을 해설하고 있다. 1주일에 4~5번 하루 2~3시간씩 방문객 안내를 하고 매월 27만원씩 지급받는 활동비는 덤이다. 교사 출신인 김 할머니는 정년퇴직 후 손자 손녀 돌보기로 채운 10여년간의 인생 제2막 커튼을 내렸다. 5·18해설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는 인생 제3막을 시작한 게 무척 자랑스럽다.

빛고을 광주가 노인들이 살기 좋은 ‘실버피아’로 거듭나고 있다. 동양 최대의 노인복합 여가시설로 2009년 6월 문을 연 ‘빛고을 노인건강타운’과 이듬해 4월 개원한 효령동 ‘효령노인복지타운’이 양대 축이다. 민선7기가 추진 중인 서부권역 특화형 노인복합시설이 추가 건립되면 광주는 명실상부한 실버피아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광주 서구와 광산구 노인들을 위한 서부권역 노인복합시설은 올 상반기 건축계획이 확정된다. 시설이 2022년 건립되면 광주엔 트라이앵글 형태의 노인복지시설이 도심 요지에 삼각편대를 갖춘다. 노인 누구나 집에서 10분~20분만 가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민을 갔던 노인들까지 광주로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가 과장된 소문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 30일 빛고을타운에서 만난 이윤옥(79) 할머니는 “수영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지낸다”며 “아픈 무릎 관절에도 무리가 되지 않아 날마다 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건강을 챙기고 친구들도 사귀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아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수년 전 은퇴한 박영현(65)씨는 “퇴직 후 우연히 빛고을타운을 알게 돼 신발 바닥이 닳도록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구 146만명 도시에 이 같은 대형 노인복지시설이 2~3곳이나 운영된다는 게 감사하고 놀랍다”고 했다.

노대동 산자락에 문을 연 빛고을타운은 사시사철 북적인다. 복지관과 체육관, 후생관, 문화관이 있고 운동시설과 편의시설이 완벽하다. 노래방과 서예관, 어학실, 공예실, 도서열람실, 바둑실, 컴퓨터실 등도 항상 붐빈다.

생활에 긴요한 각종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실비 수준도 되지 않는 시설 이용료와 식비는 ‘선불충전카드’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건강활력, 교양교육, 취미여가, 정보화의 4개 분야에서 80~100여종, 200여개 안팎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운동시설이 골고루 설치된 체육공원도 인산인해고 부채춤을 비롯한 댄스와 민요, 연극, 시낭송 등의 행사도 열린다. ‘힐링치유 둘레길’도 조성 중이다. 노대호수와 빛고을타운을 잇는 이 산책코스는 10㎞ 정도의 트레킹코스로 확대 개발되는데 어르신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로부터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

시가 229억원을 들여 개원한 효령복지타운은 노인일자리 창출의 전진기지다. 노인사회활동·사회공헌활동 지원시설과 실버 귀농인을 위한 영농체험장, 평생교육장, 파크볼장, 복지시설 나눔숲 등이 마련됐다. 2017년 5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20일 만에 김정숙 여사가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 두 시설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회원은 올해 광주의 65세 이상 전체 노령인구 17만8529명 중 40%에 가까운 7만1000명을 넘어섰다. 10명의 노인 가운데 4명이 노인복지 시설의 직접적 혜택을 보는 셈이다.

두 시설 이용객은 하루 평균 6000명~7000명 정도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저염 건강식단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두 시설의 연간 운영예산은 120억원 수준이다. 2015년 출범 후 두 시설의 운영을 책임져온 광주복지재단은 이 중 25억원을 어르신들이 내는 시설 이용료와 프로그램 수강료로 충당한다. 나머지 95억원은 인근에서 운영 중인 광주빛고을CC 퍼블릭 골프장·골프연습장 수익금 등 광주시 지원금으로 채우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과 조선대병원 등 각급 기관·단체 기부와 개인기부도 재정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광주시는 빛고을타운 인근 부지에 고령친화제품체험관 등을 추가 건립해 이 일대를 명실상부한 실버벨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네덜란드 ‘호크벡’을 본뜬 치매노인 전용마을도 세우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치매노인 전용마을은 치매환자들이 제한된 마을권역에서 수퍼마켓, 영화관, 공원, 카페 등을 자유자재로 출입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점원이나 경찰 소방관 등으로 분장해 환자복을 입지 않고 ‘노멀 라이프’를 즐기는 치매환자를 24시간 돌보는 방식이다. 광주시는 치매마을 시범사업이 이곳에서 진행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외부인 차단이 용이한 빛고을타운 뒤편 부지가 최적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광주복지재단 장현(60) 대표이사는 “10여년 전 도심부지 2곳에 노인시설을 건립하기로 한 결정은 미래를 내다본 광주의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현재 시점에서 이런 시설을 세우려면 천문학적 땅값 등으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금명간 폭증할 노인복지 수요를 간파한 안목 덕분에 광주지역 노인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1월 중 퇴임하는 장 대표는 “은퇴 후에도 평균 30년~40년 이상을 살아야하는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복지시설 운영을 통한 단순한 노인복지보다는 장기적 복지정책을 입안하고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연구기능을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52575&code=11131423&sid1=int?iframe=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