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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그 많은 하천의 물 어디로 갔을까?

영국신사77 2007. 2. 21. 16:23

    [중앙시평] 그 많은 하천의 물 어디로 갔을까? [중앙일보]

 

 


 

  20년 전 광릉의 봉선사에서 불교경전 '능엄경'을 한 달간 같이 공부했던 원진희라는 분을 만났다. 20년 세월의 간격만큼 서로의 인생은 변해 있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사학과 교수가 됐고, 평범한 주부였던 그분은 하천 생태해설사로 일하고 있단다.

하천 생태해설사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물었을 때 그분은 "옛날 그 많던 하천물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댐을 많이 건설해 그렇게 된 건 아니냐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란다. 지하수 고갈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지하수가 고갈된 이유는 도로가 포장돼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가 버리고, 또 지하철과 빌딩 건설로 땅속에 물이 고일 면적은 줄어드는데 계속해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땅속의 물과 땅 위의 물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 자연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이 오랜 세월 동안 땅속에 저금했던 엄청난 양의 물을 다 써 버리고 있다. 하천에 물이 말랐다는 것은 물 자산의 파산을 알리는 자연의 경고 메시지다. 하천은 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자연의 혈관과 같은 것이다. 혈관은 우리 몸 각 부분에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는 길이다. 혈관이 막히면 동맥경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하천이 사라지면 자연의 순환계에 이상이 생긴다.

혈관이 몸 구석구석까지 뻗쳐 있는 것처럼 하천은 원래대로 구불구불한 사행천(蛇行川)으로 있어야 한다. 하천의 직강화(直江化)는 여러 생태 문제를 야기한다. 빠른 유속은 오염물질을 상류에서 하류로 여과 없이 흘려보낼 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먹이를 유실시킨다. 하천은 또한 우리 몸의 땀 기능도 한다. 땀이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듯이 하천은 무더운 공기를 식히는 자연 냉각수다. 여름에 열대야가 생긴 이유 가운데 하나도 하천에 물이 없거나 복개공사로 하천을 하수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천은 삶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통로가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창출하는 발전소다.

지난달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회의가 열렸다. 최종 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은 11가지 요인을 놓고 설문조사를 벌였다. 먼저 '향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만한 요인'이 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참석자의 38%는 '기후변화'를 첫 번째로 꼽았다. 또 "변화 요인 가운데 지구촌이 가장 준비를 안 한 건 뭔지"에 대한 질문에 55.1%가 '기후변화'를 선택했다. '심화하는 불평등'(12.2%)과 '비정부기구'(11.1%), '인구변화'(5.7%)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많은 과학자는 기후변화가 몰고 올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고작 10년 정도라고 말한다.

지난 세기 우리의 화두가 경제개발이었다면 이제는 생태계 복원이 돼야 한다. 하천을 복개하고 댐을 건설하는 개발시대가 가고, 생태하천을 복원하고 녹색자원을 관리하는 '포스트 개발시대'가 도래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은 개발을 기치로 한 '돌진적 근대화'에서 그것이 야기한 문제들을 치유하는 '성찰적 근대화'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개발이 미래의 진보가 아니라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각성은 환경 문제 해결을 제일과제로 설정하는 생태정치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다수결에 따라 환경자원의 사용권을 결정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성찰적 근대화'의 정치의식이 필요하다. 사회란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결사체일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과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과의 결사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생태적 사회의식을 가질 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자원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적 결정을 할 수 있다. 2007년 대선에 이 같은 생태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비전을 가진 후보가 나오기를 바란다. 년 전 광릉의 봉선사에서 불교경전 '능엄경'을 한 달간 같이 공부했던 원진희라는 분을 만났다. 20년 세월의 간격만큼 서로의 인생은 변해 있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사학과 교수가 됐고, 평범한 주부였던 그분은 하천 생태해설사로 일하고 있단다.

하천 생태해설사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물었을 때 그분은 "옛날 그 많던 하천물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댐을 많이 건설해 그렇게 된 건 아니냐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란다. 지하수 고갈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지하수가 고갈된 이유는 도로가 포장돼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가 버리고, 또 지하철과 빌딩 건설로 땅속에 물이 고일 면적은 줄어드는데 계속해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땅속의 물과 땅 위의 물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 자연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이 오랜 세월 동안 땅속에 저금했던 엄청난 양의 물을 다 써 버리고 있다. 하천에 물이 말랐다는 것은 물 자산의 파산을 알리는 자연의 경고 메시지다. 하천은 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자연의 혈관과 같은 것이다. 혈관은 우리 몸 각 부분에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는 길이다. 혈관이 막히면 동맥경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하천이 사라지면 자연의 순환계에 이상이 생긴다.

혈관이 몸 구석구석까지 뻗쳐 있는 것처럼 하천은 원래대로 구불구불한 사행천(蛇行川)으로 있어야 한다. 하천의 직강화(直江化)는 여러 생태 문제를 야기한다. 빠른 유속은 오염물질을 상류에서 하류로 여과 없이 흘려보낼 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먹이를 유실시킨다. 하천은 또한 우리 몸의 땀 기능도 한다. 땀이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듯이 하천은 무더운 공기를 식히는 자연 냉각수다. 여름에 열대야가 생긴 이유 가운데 하나도 하천에 물이 없거나 복개공사로 하천을 하수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천은 삶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통로가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창출하는 발전소다.

지난달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회의가 열렸다. 최종 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은 11가지 요인을 놓고 설문조사를 벌였다. 먼저 '향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만한 요인'이 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참석자의 38%는 '기후변화'를 첫 번째로 꼽았다. 또 "변화 요인 가운데 지구촌이 가장 준비를 안 한 건 뭔지"에 대한 질문에 55.1%가 '기후변화'를 선택했다. '심화하는 불평등'(12.2%)과 '비정부기구'(11.1%), '인구변화'(5.7%)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많은 과학자는 기후변화가 몰고 올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고작 10년 정도라고 말한다.

지난 세기 우리의 화두가 경제개발이었다면 이제는 생태계 복원이 돼야 한다. 하천을 복개하고 댐을 건설하는 개발시대가 가고, 생태하천을 복원하고 녹색자원을 관리하는 '포스트 개발시대'가 도래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은 개발을 기치로 한 '돌진적 근대화'에서 그것이 야기한 문제들을 치유하는 '성찰적 근대화'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개발이 미래의 진보가 아니라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각성은 환경 문제 해결을 제일과제로 설정하는 생태정치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다수결에 따라 환경자원의 사용권을 결정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성찰적 근대화'의 정치의식이 필요하다. 사회란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결사체일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과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과의 결사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생태적 사회의식을 가질 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자원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적 결정을 할 수 있다. 2007년 대선에 이 같은 생태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비전을 가진 후보가 나오기를 바란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200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