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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의 신명문가의 조건] [4] 케네디를 美 대통령으로 만든 건 스무 살 때의 60일 유럽 여행

영국신사77 2019. 1. 5. 20:19

[최효찬의 신명문가의 조건]

 [4] 케네디를 美 대통령으로 만든 건 스무 살 때의 60일 유럽 여행

조선일보
  •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 입력 2018.10.31 03:10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하버드대 졸업반이던 1940년 
    '영국은 왜 잠자고 있었나(Why England Slept)'라는 제목의 논문을 책으로 냈는데 
    그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국의 군사적 무방비 상태를 꼬집은 이 책은 
    그가 스무 살이던 1937년 여름, 
    두 달 동안 유럽 각지를 속속들이 답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유럽 여행 동안 케네디는 나라별 특색 등을 생생하게 기록한 일기(日記)를 썼다. 
    프랑스에서는 1차 세계대전의 주요 격전지들을 찾았고 
    로마에선 뉴욕타임스 특파원을 만나 
    전쟁 발발 가능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존 F 케네디(왼쪽) 미 대통령은 20세 때 두 달간 유럽 여행을 한 뒤 쓴 논문을 책으로 펴냈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존 F 케네디(왼쪽) 미 대통령은 20세 때 두 달간 유럽 여행을 한 뒤 쓴 논문을 책으로 펴냈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게는 인도 순례 여행이 삶을 바꾼 변곡점이 됐다.
    그는 이를 통해 외교 문제에 대한 식견을 더 깊게 다졌고 
    전운이 감도는 국제정세를 생생하게 이해했다. 
    유럽 여행 후 케네디는 23세 때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미 합중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44세인 1961년 그 꿈을 이뤘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에게는 인도 순례 여행이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리드칼리지를 중퇴한 그는 
    열아홉 살 때 7개월 동안 인도 여행을 하면서 
    서구의 이성적 사고에선 매우 낯선 직관(直觀)의 힘에 눈떴다고 했다.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어 
    지력(知力)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깨달음은 제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는 
    21세 때 프랑스를 거쳐 알프스까지 도보로 여행했다. 
    걸으면서 시(詩)를 썼고, 
    시를 쓰면서 걸은 그는 '발로 시를 쓴 시인'으로 불렸다. 
    그 당시 도보여행은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도보객들을 노린 범죄가 극성을 부린 탓이다. 
    이때 겪은 숱한 체험은 워즈워스가 문호(文豪)가 되는 자양분이 됐다.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살아가며 경험하는 것을 '점'에 비유하며 
    "'점'을 잘 이어야 한다(connecting the dots)"고 했다. 

    케네디와 잡스, 워즈워스에게선 
    공통적으로 젊은 날의 여행이 의미 있는 '점'이 됐다. 

    '낯선 세상을 많이 여행하고 체험할수록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물, 
    명문가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명제도 가능하다.

    이는 17세기 후반부터 
    유럽에서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유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랜드 투어는 당시 볼테르 같은 명사들을 찾아가 사교와 매너를 배우는 기회였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흠이었다. 
    그래서 워즈워스처럼 막 태동한 철도를 이용해 
    도시나 자연 속을 주로 걸으며 여행하는 '프티 투어(petit tour)'가 등장했다. 
    케네디가 부모의 재력(財力)으로 그랜드 투어를 했다면,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워즈워스와 잡스는 
    배낭여행 같은 프티 투어를 한 것이다.

    미지(未知) 세계로의 여행, 
    그리고 직 접 발을 땅에 대고 걷는 행위야말로 
    인공과 도시, 기계문명으로 가득한 세계에 
    붙들려 있는 자아를 해방시키는 수단이자, 
    사람들이 타고난 재능과 소명을 깨달아 
    명문가로 성장하는 통로이다.

    자녀를 더 넓은 세상으로, 
    더 강건하게 키우는 '최고의 공부'이기도 하다. 

    젊은 날 여행에서 얻은 경험들은 잡스의 말처럼 
    훗날 위대한 인물을 만드는 '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30/20181030043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