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반죽 표본 연대 측정 결과
4세기 중반 건축자재로 확인
그동안 12세기 증거만 나와
“황제가 예수무덤 찾아 건립”
로마시대 역사 기록과도 일치
‘예수의 무덤’으로 알려진 무덤이 적어도 17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8일 보도했다. 로마 최초 기독교도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306∼337년 재위)가 예수의 무덤을 찾아 그 일대에 교회를 세웠다는 기록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의 무덤 주변 건축자재들이 기원후 345년쯤인 로마시대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무덤의 석회암 표면과 무덤을 덮고 있던 대리석 석판 사이에서 회반죽 표본을 채집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금까지 묘지 안팎에서 발견된 가장 이른 시기의 건축적 증거는 십자군 시대인 12세기의 것이었다”며 “새 발견은 무덤이 1000년 전 파괴 속에서 살아남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26년쯤 예수의 무덤으로 판단된 곳을 둘러싸는 형태로 교회 등 건축물을 세웠다. 이 성묘(聖墓)교회는 수백년간 공격과 화재, 지진에 시달리다 1009년 이집트 칼리파(이슬람국가 최고 지도자) 알 하킴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다. 이후 여러 차례 복원을 거친 탓에 학자들은 성묘가 실제 예수를 안치했던 장소가 맞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봐 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무덤이 나사렛 예수로 알려진 한 유대인의 매장지라고 말하기는 고고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연대 측정 결과는 현재의 묘지가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의 것임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1555년쯤 입구를 막은 ‘예수의 무덤’은 무덤을 둘러싼 성소 ‘에디큘레’에 대한 복원작업 끝에 지난해 10월 26일 다시 열렸다. 석회동굴에 만들어진 무덤은 긴 선반 형태로 된 시신 안치대가 특징이다. 전해지는 바대로라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의 시신이 눕혀져 있던 곳이다. 동굴을 깎아 만든 이 선반과 벽감(조각품 등을 놓을 수 있도록 벽을 오목하게 판 부분)은 1세기 예루살렘 유대인 부유층의 무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라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에디큘레 복원작업 과정에서 연대 측정을 위해 여러 위치에서 회반죽 표본을 추출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복원작업을 지휘한 앤토니아 모로파울루로부터 최근 그 측정 결과를 제공받았다.
동굴 서쪽 벽면에서 채집한 회반죽 표본들은 335∼1570년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로마시대에 건설작업이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추가 증거다. 모로파울루는 “회반죽들이 초창기 성전의 증거일 뿐만 아니라 에디큘레의 역사적 건축 과정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석판이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명령으로 4세기 중반에 설치됐을 것임을 보여주는 새 연구 결과는 성스러운 유적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환영할 만한 놀라움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지난 3월 일반에 공개된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묘지 교회 ‘에디큘레’ 안에서 방문객들이 예수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