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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고운 커플한복 입고 남친과 셀카찍기!… 20대女 단골 버킷리스트/젊은이들 일상 파고든 ‘우리옷’

영국신사77 2017. 5. 1. 20:09

[And 라이프] 고운 커플한복 입고 남친과 셀카찍기!… 20대女 단골 버킷리스트

젊은이들 일상 파고든 ‘우리옷’

입력 : 2017-05-01 05:02


[And 라이프] 고운 커플한복 입고 남친과 셀카찍기!… 20대女 단골 버킷리스트 기사의 사진
봄비가 내린 지난 17일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젊은 커플이 우산을 쓴 채 산책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And 라이프] 고운 커플한복 입고 남친과 셀카찍기!… 20대女 단골 버킷리스트 기사의 사진

한복진흥센터가 디자이너들과 개발한 패션 한복들과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한복에서 영감을 얻어 선보인 의상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진 디자이너의 엄마와 아이 커플룩. 송혜미 디자이너의 남성복. 칼 라커펠트가 ‘2015/16 샤넬 크루즈 컬렉션’에 선보인 한복. 캐롤리나 헤레라가 지난 2월 뉴욕에서 펼친 ‘한복 콜라보레이션 패션쇼’에서 소개한 패션 한복. 한복진흥센터 제공

요즘 서울 시내에서 한복을 입은 10∼30대 젊은 여성들이 ‘하하’ ‘호호’ 웃으며 거리를 걷는 모습들이 부쩍 눈에 띈다. 특히 경복궁 창경궁 등 고궁 근처에 가면 스란치마 자락을 끌며 무리를 지어 가는 여성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 커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복 입고 ‘남친’과 셀카 찍기가 10, 20대 여성들의 버킷리스트의 단골 목록 중 하나가 될 만큼 한복 입기가 유행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한복스타그램’ ‘#한복입고’ ‘#한복여행’ 등 관련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패션한복’ 해시태그의 경우 게시물이 2000개를 넘어설 정도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금발에 붉은 댕기가 저렇게 잘 어울릴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복을 입고 머리에는 히잡을 쓴 여성들의 이색적인 모습도 눈길을 끈다. ‘한복 입고 고궁에서 사진 찍기’가 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외국인들의 한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복 입고 사진 찍기가 유행하면서 경복궁 근처에는 한복 빌려 주는 집들이 성업 중이다. 경복궁 근처만 해도 줄잡아 50여곳이나 된다. 

한복 대여업 참한복 관계자는 30일 “우리나라 여성들은 주로 한복을 현대화한 패션한복을, 외국인들은 전통한복을 많이 찾는다”면서 “커플로 오는 20대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복에 친숙해진 젊은이들은 이제 여행 갈 때도 한복을 챙기고 있다. 한복 대여기간이 2∼24시간으로 한정되자 아예 구입하고 있다. 실제로 오픈마켓 옥션이 5월 연휴를 앞둔 최근 한 달(3월 27일∼4월 26일) 동안의 패션 및 전통한복 판매를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배(241%) 이상 급증했다. 단아함과 여성스러움을 더해줄 머리 뒤꽂이·옆꽂이는 같은 기간 2배(130%) 이상 늘었다. 노리개 역시 2배(125%) 이상 증가했다.

옥션 패션실 황지은 팀장은 “한복이 옥션 여성의류 카테고리에서 최근 2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명절이 아닌 보통 때 한복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지만 앞으로는 일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복이 설날,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이 아니라 일상으로 ‘쑥’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문화재청이 2013년 말부터 서울 4대 고궁에서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을 할 수 있는 이벤트를 펼치면서 젊은이들이 한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복진흥센터 박선영 팀장은 “2015년 말부터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늘기 시작하더니 최근 6개월 사이에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통한복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패션한복이 많아져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한복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한복진흥센터는 2014년부터 디자이너 20여명과 함께 일상복부터 예복으로 입을 수 있는 200여 디자인을 선보였다. 옥션 등 온라인쇼핑몰에서도 다양한 디자인의 패션 한복을 1만∼1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고 있다.

안방에서 다시 사랑받게 된 한복은 바깥세상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 패션무대에서 한복이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5월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커펠트가 ‘2015/16 샤넬 크루즈 컬렉션’에 한복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이자 세계 패션가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면서 한복의 산업적·문화적 가치에 주목했다. 지난 2월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가 뉴욕의 아트앤디자인박물관에서 ‘한복 콜라보레이션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헤레라는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를 본 뒤 한복의 매력에 빠져 2011 봄·여름 뉴욕패션위크에서 저고리, 옷고름, 갓을 재해석한 한복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