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3년 연속 매진 기록
유명 원작도, 한류 스타도 없는데
젊은층 호응, 2030 예매 60% 넘어
12가지 춤을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
색동저고리 없는 한복도 신선
“모던함 끌어낸 정구호 연출의 힘”
고비도 있었다. 정구호 연출이 지난해 8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을 사퇴했을 때 문화계 안팎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향연이 한국춤을 훼손했다는 무용계 일부의 비판도 있었다. 정상원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향연을 둘러싼 다양한 반응을 파악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관객이 향연을 지지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향연은 의외로 젊은층이 열광한다. 지난해 4월 재공연과 올해 공연 모두 국립극장 홈페이지 예매자 기준으로 20∼30대 관객 비중이 60%를 넘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 나타난 젊은층의 반응은 한결 같다. “멋있다!”
향연은 4막 11장 구성이다. 각 장이 한국춤 1종을 이루는데 7장에서만 동래학춤·한량무 2종이 함께 등장한다. 4개 막은 사계절을 상징하고, 계절마다 어울리는 한국춤이 배치됐다. 이를테면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1막에서 보태평지무·가인전목단·정대업지무 등 궁중무용 3종이 공연되는 식이다.
무용수는 모두 52명이 출연하고 의상은 202벌이 투입됐다. 초연 예산 6억1437만원 중 의상 제작비가 약 2억1900만원이었다. 장구(14개)·오고무(38개)·칼(8개) 등 10종 195개 소품이 활용됐고, 연주자 9명이 장구·아쟁·북 등 8개 악기를 무대 아래에서 연주했다. 전통무용 공연에서 보기 드문 규모다.
무대는 비어 있다. 장식과 소품을 일절 배제했다. 대신 효과를 준다. 벽에서 구름 영상이 흐르기도 하고, 오고무 공연 때는 회전무대가 작동한다. 거대한 매듭이 천장에서 내려오는 장면도 있다. 4막에서는 남녀 무용수 46명이 가로 22m 세로 25m 크기의 무대를 가득 메운다. 이 순간 10m 길이의 매듭 7개가 내려와 장엄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DA 300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연출의 의상은 우리가 아는 한복이 아니다. 색감도 다르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몸에 달라붙는 의상이 있는가 하면 소매가 몸통보다 넓은 의상도 있다. 무엇보다 색동저고리가 없다. 전통의 오방색(황·청·백·적·흑)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2막 1장 바라춤에서는 의상·소품·조명 모두 흑과 백으로만 표현되고, 빨강과 파랑이 경쟁하듯 어우러지는 무대도 있다. 4막에서야 오방색이 오롯이 드러난다. 칠흑 같은 무대에 바닥만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그 위에 빨간색과 파란색 의상의 무용수가 서 있고 천장에서 노란색 매듭 7개가 내려와 오방색을 완성한다.
그렇다고 춤사위를 손댄 것은 아니다. 조흥동 안무는 “발 디딤새, 손짓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수석무용수 김미애도 “대형과 배열만 다를 뿐 20년 넘게 추던 그 춤”이라고 단언했다. 정구호 연출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통해 가장 모던함을 끌어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