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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만큼 모던한 한국춤 … ‘향연’의 이유있는 흥행/국립무용단 3년 연속 매진 기록

영국신사77 2017. 2. 15. 16:12

놀랄 만큼 모던한 한국춤 … ‘향연’의 이유있는 흥행


국립무용단의 전통무용 ‘향연’이 지난 11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강렬한 색채와 간결한 무대, 파격적인 구성이 오히려 한국춤을 돋보이게 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4막 신태평무의 공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의 전통무용 ‘향연’이 지난 11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강렬한 색채와 간결한 무대, 파격적인 구성이 오히려 한국춤을 돋보이게 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4막 신태평무의 공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마침내 향연이 끝났다. 그래도 박수는 그치지 않았다. 국립무용단의 전통무용 공연 ‘향연’은 지난 11일 4회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름처럼 성대한 잔치로 막을 내렸다. 2015년 초연 이래 3년 연속 매진 기록과 2년 연속 개막 전 매진 기록도 함께 남겼다.
1막 2장 가인전목단 공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1막 2장 가인전목단 공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향연을 향한 대중의 호응은 가위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향연은 한국춤 공연이다. 국내 공연시장에서 전통무용이 차지하는 낮은 비중을 고려하면 “향연의 인기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전례가 없는 것(안호상 국립극장장)”이다. 지난해 국립극장은 폭주하는 예약을 감당하느라 1회 공연을 추가했고 올해는 좀처럼 오픈하지 않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3층 객석을 사흘이나 열었다. 향연 신드롬의 이유를 들여다봤다.


국립무용단 3년 연속 매진 기록
유명 원작도, 한류 스타도 없는데
젊은층 호응, 2030 예매 60% 넘어

12가지 춤을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
색동저고리 없는 한복도 신선
“모던함 끌어낸 정구호 연출의 힘”

◆15개월의 기적=향연은 2015년 12월 초연됐다. 지난 8∼11일 공연까지 3차례에 걸쳐 모두 10회 공연됐다. 총 관객 1만2627명, 1회 평균 관객 1260여 명이다. 해오름극장 1, 2층 객석을 다 합쳐야 1205석. 부랴부랴 공연 횟수와 객석을 늘린 건 2012년 국립극장이 레퍼토리 시즌을 도입한 이래 최초다. 그러나 국립극장 측이 놀란 대목은 따로 있다.
“‘호두까기 인형’처럼 유명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형 뮤지컬처럼 한류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향연은 15개월밖에 안 된 낯선 공연이다.”

고비도 있었다. 정구호 연출이 지난해 8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을 사퇴했을 때 문화계 안팎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향연이 한국춤을 훼손했다는 무용계 일부의 비판도 있었다. 정상원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향연을 둘러싼 다양한 반응을 파악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관객이 향연을 지지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향연은 의외로 젊은층이 열광한다. 지난해 4월 재공연과 올해 공연 모두 국립극장 홈페이지 예매자 기준으로 20∼30대 관객 비중이 60%를 넘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 나타난 젊은층의 반응은 한결 같다. “멋있다!”
지난 10일 ‘향연’의 공연 장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층까지 객석을 늘렸는데도 만원사례를 이뤘다.

지난 10일 ‘향연’의 공연 장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층까지 객석을 늘렸는데도 만원사례를 이뤘다.

◆거대하고 장엄하다=향연은 한국춤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한국춤 12종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터토리 ‘코리아 환타지’의 계보를 잇는다.

향연은 4막 11장 구성이다. 각 장이 한국춤 1종을 이루는데 7장에서만 동래학춤·한량무 2종이 함께 등장한다. 4개 막은 사계절을 상징하고, 계절마다 어울리는 한국춤이 배치됐다. 이를테면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1막에서 보태평지무·가인전목단·정대업지무 등 궁중무용 3종이 공연되는 식이다.

무용수는 모두 52명이 출연하고 의상은 202벌이 투입됐다. 초연 예산 6억1437만원 중 의상 제작비가 약 2억1900만원이었다. 장구(14개)·오고무(38개)·칼(8개) 등 10종 195개 소품이 활용됐고, 연주자 9명이 장구·아쟁·북 등 8개 악기를 무대 아래에서 연주했다. 전통무용 공연에서 보기 드문 규모다.

무대는 비어 있다. 장식과 소품을 일절 배제했다. 대신 효과를 준다. 벽에서 구름 영상이 흐르기도 하고, 오고무 공연 때는 회전무대가 작동한다. 거대한 매듭이 천장에서 내려오는 장면도 있다. 4막에서는 남녀 무용수 46명이 가로 22m 세로 25m 크기의 무대를 가득 메운다. 이 순간 10m 길이의 매듭 7개가 내려와 장엄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3막 2장에 등장하는 장구춤. 무용수 13명이 경쾌한 장구 장단과 함께 신명나는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3막 2장에 등장하는 장구춤. 무용수 13명이 경쾌한 장구 장단과 함께 신명나는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전통과 모던 사이=무형문화재 조흥동이 안무를 맡았지만 정구호 연출을 말하지 않고 향연 신드롬,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설명할 수 없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향연 신드롬은 연출의 힘”이라며 “절제와 재배치를 통해 춤 자체를 돋보이게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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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연출의 의상은 우리가 아는 한복이 아니다. 색감도 다르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몸에 달라붙는 의상이 있는가 하면 소매가 몸통보다 넓은 의상도 있다. 무엇보다 색동저고리가 없다. 전통의 오방색(황·청·백·적·흑)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2막 1장 바라춤에서는 의상·소품·조명 모두 흑과 백으로만 표현되고, 빨강과 파랑이 경쟁하듯 어우러지는 무대도 있다. 4막에서야 오방색이 오롯이 드러난다. 칠흑 같은 무대에 바닥만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그 위에 빨간색과 파란색 의상의 무용수가 서 있고 천장에서 노란색 매듭 7개가 내려와 오방색을 완성한다.

그렇다고 춤사위를 손댄 것은 아니다. 조흥동 안무는 “발 디딤새, 손짓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수석무용수 김미애도 “대형과 배열만 다를 뿐 20년 넘게 추던 그 춤”이라고 단언했다. 정구호 연출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통해 가장 모던함을 끌어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놀랄 만큼 모던한 한국춤 … ‘향연’의 이유있는 흥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