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인물 탐구 /(15) 기생 라합

2010.10.14 17:46:38

[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인물 탐구

(15) 기생 라합 성경인물 가운데 라합처럼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여성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이름 앞에 늘 첨부되는 별명(죠나: 기생)도 그렇거니와, 그녀의 일생은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스릴이 넘치고 때로는 영웅적이어서, 각종 최상급 수식어들이 그녀에게 따라붙는다. 가장 더럽고(신 23:18) 천대받는 업종(매춘부)에 종사한 여인, 가장 위험한 모험에 도전한 용기 있는 여성, 가장 비천한 신분에서 가장 높임 받는 신분으로, 즉 유대인이 가장 멸시하는 이방인 창녀가 가장 흠모하는 다윗 왕가의 고조할머니로(마 1:5) 신분상승을 이룬 사람, 가장 추악한 죄인이 가장 큰 용서와 구원을 받음으로써 이신득의(以信得義) 진리를 가장 잘 증언한 여인, 이스라엘 스파이(살몬)가 한눈에 반할 정도의 매혹적인 여성으로서 가장 로맨틱한 결혼에 골인한 주인공 등등.  기생 라합은 성경 저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칭찬한 여걸이다. 히브리서는 구약의 대표적 신앙영웅 16인 가운데 라합을 포함시켰으며(히 11:31), 야고보 저자도 아브라함처럼 행함으로 믿음을 증거한 라합을 칭찬한다(야 2:25). 마태에 의하면 그녀는 예수님의 조상 다윗이 세상에 태어나도록 공헌한 4인의 여걸 가운데 하나였다. 라합(라캅, ‘넓다’/to be broad)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듯이, 그녀가 취한 단 한 번의 모험적 결단이 자신의 가정과 이스라엘 역사는 물론 인류 구원사에까지 미친 파급 효과는 광범위하고 굉장했다. 하나님의 기적으로 요단을 건너기 전 이스라엘의 총사령관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의 관문이자 난공불락의 요새인 여리고성을 공격하기에 앞서 2명의 정탐꾼을 파견하였으나 이 사실이 여리고 정보부에 알려진다. 스파이를 은닉한 사실이 발각되면 자신은 물론 가족 전체가 몰사당할 위기에서 기생 라합은 지혜롭게 그들을 탈출시켰고, 라합을 통해 수집된 정보에 따라(수 2:11) 여호수아는 공포의 심리작전을 수립, 마침내 가나안 최고(最古, 주전 7000년)의 여리고성을 함락시킴으로써 가나안의 대문은 열리고, 이후 인류구원을 위한 메시아 사역이 이 땅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창녀가 된 과정도 궁금하지만, 나약한 여인으로서 그토록 위험한 모험, 즉 조국을 배신하고 적국의 스파이를 탈출시키는 일을 감행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녀가 두 정탐꾼에게 한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수 2:9∼13), 그녀는 자신의 집을 거쳐 간 수많은 남성들에게서 들은 국제적 정보를 통해 출애굽 여정에서 엄청난 기적을 행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야웨에 대하여 알고 있었고, 특히 두 정탐꾼을 만나 야웨께서 참 하나님이심을 확인한 다음, 개종을 선언하고 그와 같은 모험을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여리고’(月神)라는 말이 암시하듯, 여리고 백성이 수천년 섬겨온 월신과 그 도시의 군주에게 라합은 결코 만족할 수 없었고, 그 누구보다 간절히 참 행복을 열망했던 그녀에게 ‘상천하지’의 참 하나님이신 야웨야말로 자신의 생명을 걸어도 결코 아깝지 않은 분임을 확신했기에, 두 정탐꾼의 약속대로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상징하는 ‘붉은 줄’을 창문에 걸어놓음으로써 가족도 구원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영접할 수 있었다.  장영일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