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본산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한국 작곡가의 작품이 연주된다. 작곡가 이건용(69)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오는 7월 4일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에서 열리는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 주최 콘서트로부터 네덜란드 작곡가 코드 마이어링 독일 다름슈타트 음대 학장과 함께 신작을 의뢰받았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서 기념행사가 열리지만 마르틴 루터의 고향인 독일은 그 중심에 있다. 올해 독일에서 열리는 기념행사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것은 단연 5월 24∼28일 독일개신교연합(EKD)이 베를린과 비텐베르크에서 주최하는 ‘독일 교회의 날’과 6월 29일∼7월 7일 한국 개신교 주요 교단도 참여하는 WCRC가 라이프치히에서 주최하는 총회다.
비텐베르크는 1517년 루터가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95개조 조문을 붙이며 종교개혁의 발상지가 됐다. 2년 뒤 라이프치히에서 루터가 가톨릭 측과 신랄한 논쟁을 벌인 것은 종교개혁을 확산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그리고 루터가 1539년부터 설교를 한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는 독일 개신교의 중추가 됐다. 이 교회는 20세기에는 독일 통일의 뿌리가 된 ‘월요 데모’를 10년 가까이 주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WCRC는 총회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유서깊은 니콜라이 교회에서 50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심연 속에서’로 타이틀을 단 콘서트는 성경의 시편 130편을 인용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시편과 관련된 곡을 연주한다. 하인리히 슈츠, 펠릭스 멘델스존,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작품이 시편에서 영감을 얻은 이건용, 마이어링의 신작과 어우러진다.
이 전 총장이 신작을 위촉받은 것은 그가 2011년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의 위촉으로 발표했던 수난곡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의 독일 공연이 계기가 됐다. 당시 WCRC 측에서 공연을 보고 이 전 총장에게 위촉을 의뢰한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이 전 총장은 “학살이 끊이지 않았던 20세기에 대한 슬픔과 기도를 담은 작품을 쓰고 있다. 20세기 전 세계에서 일어난 학살을 대표해 5·18 광주항쟁을 테마로 쓰고 있는데, 시편의 내용과 함께 고정희 시인의 여러 시가 작품 안에 담겨 있다”면서 “선율 면에서는 클래식과 함께 거문고 꽹과리 등 한국 전통악기도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신작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임기 만료까지 6개월을 앞두고 사임했다. 장지영 기자
![[단독] 작곡가 이건용, 獨 라이프치히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콘서트서 신작 위촉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122/201701222113_13140923682490_1.jpg)
작곡가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작은 사진은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 세종문화회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