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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감상을 위한 <동방의가인 황진이> 해설과 줄거리 / 작곡가 오숙자

영국신사77 2016. 12. 24. 00:46



오페라는 어떻게 감상할까...?

                                                           작곡가 : 오숙자

오페라 감상을 위한 <동방의가인 황진이> 해설과 줄거리


오페라는 미술, 문학, 음악, 그리고 조명예술  이외에도 무용 합창등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이중에서 오페라를 이끌어 나가는 줄거리와 가수의 의상, 무대효과등은 별다른 준비 없이도 공연현장에서 이해하고 감동을 얻을 수 있지만, 음악적인 효과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귀에 어느 정도 익숙한 노래일수록 공연장에서의 감동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페라를 보러가기 전 어느 정도의 `예습'을 해두자. 이것은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지는 않을지언정 분명 유익한 것임에 틀림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곡 음반을 구해 대본과 함께 감상해 보는 것이다.그렇지 않은 경우엔 서곡과 아리아와 이중창 합창등을 익혀 들어두면 감상하는데 감동을 더해준다.

오페라는 음악적으로 중요한 부분들과 그렇지 않은 부분인 대사, 레치타티보(朗唱)등으로 이루어진다. 두세 시간 동안 귀의 긴장을 풀지 않고 있기는 힘든 일이다. 작곡자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으므로, 대사나 레치타티보 부분에서는 무대와 줄거리에만 신경쓰게 된다. 교향악등 순수한 연주용 악곡들은 악장마다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바른 에티켓이지만 오페라에서는 막이 끝날 때마다 갈채를 보낸다. 아리아, 중창 또는 합창이 끝날 때등 중간중간 연주가 만족스럽게 느껴졌을 때도 박수를 칠 수 있다. 이것은 연주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열창하는 연주가들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내는 답례라 할 수 있겠다. 매우 감동한 경우에는 `앙코르' `브라보'등 목소리로 환호를 보내도 무방하다. 연주가가 갈채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계속 끌어 나갈 경우에는 조용히 연주를 계속 경청해야 한다. 작곡가에 따라서는 음악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작품 속 부분부분의 여유를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 감상자에게 요긴한 소품으로는 오페라용 쌍안경 (오페라 글라스)가 있다. 극장에따라서는 신분증을 맡겨두면 적은 금액으로 오페라 글라스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오페라극장에 갈만한 시간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정에서 오페라 영상물을 감상하는 방법도 권할만 하다. 그러나 오페라는 현장에서 감상하는 것은 살아있는 감동을 주기때문이다
일단 오페라에 맛을 들인 사람이라면 그 음반수집의 재미는 다른 음악장르에 비해 크다. 전곡 음반 외에도 오페라 한 곡을 CD 한 장에 압축한 하일라이트 음반, 성악가 한 사람이 다양한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노래하는 독집 음반, 그밖에 듀엣음반, 합창곡 음반등을 취향에 맞추어 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음악의 선율 속에만 빠져드는 감상법 보다는 작품이 생겨난 시대배경과 작곡가들이 속한 음악사의 조류를 함께 알아둔다면 훨씬 이해하기도 쉽고 감동도 커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오페라<동방의 가인 황진이> 내용 및 줄거리

오페라 황진이에서의 황진이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은 전통이란 범주 안에서의 아름다운 한국여인상을 발굴하자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고전 속의 여인상 '춘향'은 정절을, '심청'은 효성을 대표하고 있지만 진정한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주장한 재원은 '황진이'라고 할 수 있다.

황진이에 대한 해석은 많은 부분이 그의 성적인 매력을 과시하는데 치우쳐 있으며 '기생'이란 특별한 신분에 대한 달갑지 않은 선입견에서부터 극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왜곡이 심하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오페라 <동방의 가인>에서는 황진이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국여성일 뿐 아니라 스스로 여성의 자주를 선언하고 여성비하의 사회적 여건에 저항한 선각자이기도 하다.
황진이는 지와 예와 덕을 두루 갖춘 여류문사로서 고귀하고 강한 자의식을 가진 아름다움의 대명사였고 그가 남긴 많은 작품이 현존함에도 저속한 상품성을 강조한 상업적 의도 속에 그녀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상존해왔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알고 보면 황진이의 저항적 삶과 그의 자주의식에 대해서는 한국의 '노라'라 칭할 만 하다. 황진이는 기생이었지만 그녀를 단순한 기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녀가 왜 기생이 되었는가 하는 이유는 오페라의 전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황진이가 스스로 기생이 되겠다고 한 것은 당시의 여성에 대한 압박에 저항하는 극단적 수단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핍박받고 순종을 강요당한 채 한스런 여인의 삶을 사는 조선조여인에서 탈출을 선언한 것이 황진이였던 것이다.

오페라동방의 가인은 우리의 자랑스런 창작 오페라를 세계에 내보이자는 의도와 함께 아름다운 한국의 여성상을 보여주자는 시도 하에 새로운 해석의 황진이를 발굴한 것이다.

< 동방의 가인> 원작은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아름다운 한국여인과 그녀의 뛰어난 사상을 보여주면서 또한 조선조의 미녀 황진이의 화려한 삶의 이면에 드리운 비극적이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재조명하여 세계에 내보일 '한국미인도'를 그려낸 것이다.

동방의 가인은 원작 자체가 오페라 자체를 위해 쓰여진 오페라전문 대본으로(원작:최명우) 그 극적 전개 또한 다이내믹하면서도 서정적인 한국의 미를 표출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적 특성을 요소요소에 가미하도록 극중에 여유를 두고 있으므로 연출의도에 따라 동방의 가인은 어느 대형 오페라 못지 않은 대서사극으로 확장 발전시킬 수 있다.

원제는 외국에 생소할 수도 있는 주인공 이름의 타이틀 롤 대신 <Oriental Beauty>란 표제를 선택해 국제적 이해를 돕고 있다.


서막  

서막은 동방의 신비와 주인공 황진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환상적인 무대를 꾸며 시작부터 관중을 압도한다. 한국전설 '선녀와 나무꾼'을 원용하여 선녀의 하강으로 시작되는 무대는 황진이의 배경인 개성의 송도삼절을 상징하면서 황진이의 운명적 삶을 암시한다.
< 선녀의 합창> 그리고 황진이 아리아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선녀와 무지개 폭포수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과 천상의 소리로 꾸며지는 서막은 신비로운 대서사시의 출발인 만큼 무대 연출이 장대하고 화려해야 한다.
무대연출의 창조적이며 현대적인 기법을 총동원하도록 작곡자와 원작은 요구하고 있다.

1막1장

황진이의 집. 황진이의 삶의 배경. 향토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주며 이 곳에서 그녀가 평범한 여인의 삶을 포기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황진이 애절한 아리아 <어여쁘신 내 어머니>가 나오고

자신 때문에 상사병으로 죽은 총각의 저승길을 위로하다 구설에 오르는 황진이는 양반의 소실로 서러운 조선여인의 삶을 사는 어머니를 통하여 핍박받는 여성의 한을 노래한다.

황진이는 마침내 여인의 자주를 선언하며 기생이 되겠다고 외쳐 운명적 삶의 분기점을 만들고.... 조선조의 삶의 배경, 상여장면의 기교적 처리 등을 통한 한국인의 전통성을 강조.


1막2장

동네 전경. 먼산 경치 아름답고 근처 계곡엔 아낙네 머리감는 모습 보인다. 단오날이다. 단오축제를 통해 우리의 멋을 강조한다. 큰 놀이 마당을 구성, 한국의 멋과 흥을 관객에 듬뿍 선사.
전통 사당패의 연희와 탈춤 각종 기예가 펼쳐지고, 구경꾼과 놀이 나온 마을 사람들의 합창이 어우러지면서 절정의 축제 카니발을 선보인다.
황진이의 아름다움에 그녀를 희롱하는 동네 총각 건달들과 함께 이사종 서경덕도 등장하여 앞으로 전개될 운명적 사건의 발단을 암시.


2막1-2장

재사들의 연회장, 기생이 된 황진이는 가무음곡에 빼어나고 해박한 상식과 뛰어난 문장력을 갖춰 당대의 재사들과 시문으로 화답하는 명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전국의 재사들이 모인 화려한 연회장은 당대의 명기 황명월(황진이의 기명)을 보러온 내로라 하는 남성들로 열기가 훈훈하다.
기생들의 기예가 펼쳐지고 나면 송도유수, 이사종, 소세양 의3중창 <그대를 위하여>를 부르며 제각기 황명월을 향한 구애를 다툰다. 기생으로서 요염하고 당당한 황명월의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극 전개에 따라 이곳에서 이사종과의 극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황진이를 놓진 소세양은 시인으로써 아리아 <달빛아래 뜰에는>을 노래하면 화답으로 황진이의 아리아 <곤륜산의 고운 옥을> 열창한다. 황진이는 이사종과의 6년간의 계약사랑을 전제로 참 여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6년 뒤 황진이는 약속된 6년의 시한을 알리고 이사종과 결별한다.
이사종의 아리아 <잡고 있으면 머물텐가>에 화답하는 황진이는 "님 그리는 정 하나만은 변할 갈 없다"며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운명의 길을 확연히 선택한다.

3막 1-2장

화담연못이 있는 서경덕의 초당. 일찍이 서경덕을 흠모하던 황진이는 서경덕의 제자가 되기를 청하여 그를 위한 사랑과 헌신의 나날을 보낸다.
서경덕과의 풀라토닉한 사랑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황진이는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서경덕의 장래를 가로막는 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홀연히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
그 역시 황진이를 마음 속 깊이 사랑했던 서경덕은 비통한 심정을 노래하면서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적 사랑을 필연의 고통과 큰 희생으로 받아들인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무대.
황진이가 남긴 서한을 읽은 뒤 <난초는 빼어나고>를 부르며 흐느끼는 서경덕의 남성적 사랑을 부각시킴.


3막3장과 종장

황진이의 사랑 역정과 한많은 삶을 서사적으로 정리하고 황진이의 승천에 따른 환상적 무대로 대서사시의 대단원을 꾸민다.
황진이가 자신의 저항적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 지고지순한 사랑의 경력을 감동적으로 서술한다.  환상으로 서경덕의 영혼과 2중창 <꿈길에서>를 노래한다.예감으로 서경덕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님을 느낀다.

황진이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그녀가 남긴 희생의 보수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관객들은 감동한다.

출연자 전원의 대합창 <오! 진이 황진이>와 함께 펼쳐지는 휘날레 장면 즉 선녀와 함께 승천하는 황진이는 관중들의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재촉하며 기립박수 속에 큰 막을 내릴 것이다.

관객들의 가슴속엔 새롭게 인식된 황진이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로새겨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다. 세계인의 가슴에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