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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작품은 있어도 꽃 피울 수 없는 암울한 오페라 현실/2009.05.29 오숙자

영국신사77 2016. 12. 25. 21:34
작품은 있어도 꽃 피울 수 없는 암울한 오페라 현

기사입력: 2009/05/29 [11:25] ⓒ 문화저널21

오숙자



음악 예술에 있어서 가장 완벽하고도 극치를 이루는 음악이 오페라이다.

출연진만 보아도 주연, 조연의 성악가들, 40~60명의 합창단, 무용단, 그리고 70여명의 오케스트라단, 연출단 및 감독반, 무대장치를 위한 디자인반, 조명 디자인반, 의상 디자인 및 제작팀이 무려 수백명이나 동원 되는 오페라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오페라를 위한 완벽한 대본이 우선해야하고 다음으로는 작곡이 이루어진다.

작곡은 대본에 의한 작곡만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그 대본에 의한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음악적 구성이 이뤄져야하며, 사이 사이 출연자들의 연기와 모션을 위한 극적인 간주를 미리 알아서 잘 살려야 한다. 따라서 작곡자는 무용단과 합창단의 전체적인 구성의 성격을 각기 감독에게 미리 제시해줘 야 한다. 그래야만 안무의 성격이 형성되어 그에 맞는 안무가 완결되는 것이다.

오페라 작곡가는 작곡하는 일 외에도 오페라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 역할의 능력이 전제 되어야하며, 극적 구성의 자질을 타고나야 만 한다.

더욱이 출연하는 성악가들의 연기력은 전무 상태이다. 성악가들의 오페라를 위한 연기공부가 전혀 바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종합적인 오페라의 대 작업이 완성되면 긴 연습기간을 통하여 공연하게 되는데, 이제부터 현실적인 문제들이 야기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제작진들에 의해서 공연되는 오페라는 매표수입으로 흑자를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형 창작 오페라를 두 편이나 작곡해서 모두 10차례 공연은 했어도, 너무나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오페라라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은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나라는 민간 오페라단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본다. 그 어느 단체 하나하나가 제대로의 지원을 받고 매표수입을 보았다는 민간 오페라단은 한 단체도 없다. 때로는 데뷔하고 싶어 하는 신인 성악가들에게 주는 게런티는 말도 안되고, 오히려 출연 시켜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오페라 단장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프로그램 광고 수입이라도 더 얻으려고 각기 출연진들에게 까지도 스폰서를 부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민간오페라단에서만 볼 수 있는 경우다.

정말 음악의 극치인 오페라 음악예술 이면에 숨어있는 치열한 ‘쩐의 전쟁’ 도가니 속에서 모두들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었다.

최고의 오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력 외에도 한 마디로 머리 무거운 어려움이 따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오페라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 1인 모노오페라 라든가 10명 미만의 출연과 간략한 편성의 반주로만 오페라가 이뤄지면, 우리나라의 창작 오페라는 과연 발전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오페라를 위해서 국가적인 정책으로 이뤄진 창작 오페라를 위한 충분한 재정을 지원하는 단체가 없이는 어려운 실정이다. 공연이 자주 되어야만 작곡가들도 희망을 갖고 창작을 할 것인데, 우리나라의 이러한 현실로서는 창작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경우만 해도 적어도 두 편 이상의 오페라를 창작 할 수 있었으,나 그만 포기하게 만든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그런데 음악 기획자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외국 대형 오페라를 들여오는데 반해서창작 오페라의 현실은 너무나 외롭고 슬픈 현실이다.

그리고 연출진의 부재다, 자신의 연출 아이디어가 부족하면 무조건 작곡된 오페라 곡의 일부를 마냥 커트 시킨다. 작곡자가 힘을 준 아름다운 아리아 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지휘자는 대본의 흐름을 인식 못하고 곡의 일부를 커트 하려고 한다. 그리하면 스토리가 연결이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지휘자의 월권이다.

나의 오페라 한 작품으로 6~7 차례 서울은 물론 여러 지방에서 공연될 때마다, 출연자들과 연출자와 지휘자는 그때그때 바뀐다. 그러한 경험에서 느낀 일들이다. 연출자는 독재자가 아니다.

수긍이 가는 경우엔 작곡가도 함께 동의를 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 오페라 연출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창작오페라 속에 아름다운 아리아가 얼마든지 내재되어 있어도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우리 오페라의 아리아도 제대로 홍보될 리가 없고, 또한 음악 애호가들 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건 당연하다.

다시 한 번 얘기하자면 음악예술문화 중에서도 최고로 화려한 꽃인 오페라는 이처럼 방대한 전문인원이 동원되는 창작 오페라 예술을 위해서 국가의 강력한 지원이 없이는 우리나라의 창작 오페라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오페라 작품은 있어도 꽃을 피울 수 없는 암울한  현실속에서 작곡가들은  그냥 한 숨만 지은 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숙자 교수

경희대 교수 역임
작곡가협회 부회장, 가곡학회 회장
'우리 가곡 애창운동 본부' 대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나요' 등 100여곡의 가곡 작곡
그랜드 오페라 '원술랑', '동방의 가인 황진이'작곡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곡, 합창곡 등 200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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