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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헬스장 기구와 싸우지 마세요"/조세연구소 연구원서 다이어트 전문가로 변신한 강태은씨

영국신사77 2017. 1. 8. 22:27

"새해엔 헬스장 기구와 싸우지 마세요"

[조세연구소 연구원서 다이어트 전문가로 변신한 강태은씨]

혹독한 다이어트로 몸 망가져 원하던 직장 들어가고도 나와

15년간 비만 상담, 책으로 발간… 통념 깨는 체중 감량법 알려줘


"다이어트에 '의지박약형'은 없어요. 야근과 회식에 찌들어 새벽에 운동을 못 가는 게 어떻게 의지 부족인가요. 자신을 탓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더 살이 찔 뿐이에요."


강태은(46)씨는 조세연구소 연구원 출신 다이어트 전문가다. 15년 동안 5000건 이상을 상담하며 쓴 블로그 글을 정리해 '1등급 다이어트'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상담하러 온 사람에게 "혹독한 다이어트로 하루만 예쁘게 살고 아파 버리면 무슨 소용인가요.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건데…"라고 위로하면 펑펑 눈물을 쏟는다고 했다. 
책은 새해에 체중 감량을 결심한 이들에게 
'가장 편한 공간에서 가장 불편한 옷을 입어라' 
'마른반찬은 비만 반찬이다' 등 신선한 지혜를 들려준다.

조선일보

다이어트 전문가 강태은씨가 식단 사진을 들고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씨는“장조림, 멸치볶음 등 마른반찬에는 설탕·올리고당이 많이 들어가 있어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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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때 그는 뚱뚱했고 그래서 예민했다. 명문대 진학 후 하루 우유 1L만 먹는 초저열량 다이어트로 25㎏을 빼고 몸이 망가졌다. 좋은 학점을 받고 한국조세연구소 연구원이 됐지만 '예쁜 몸, 건강한 몸'에 대한 갈망이 컸다. 고민 끝에 "몸에 대해 공부를 하겠다"며 프랑스·이탈리아로 떠나 비만 치료 과정 연수를 받고 2002년부터 비만 클리닉에서 상담을 시작했다.

상위 4%에 해당하는 1등급 몸을 그는 '마음과 몸이 최적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군살이 붙지 않는 상태'로 정의했다. "섭취와 소비, 스트레스 조절이 조화를 이뤄야 1등급 몸을 만들 수 있다"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식사량을 줄이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떻게 살을 빼야 할까. 
"육류·생선·해산물·계란·야채 같은 1등급 음식은 배불리 먹어도 괜찮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건강한 음식의 교집합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먹지 않으려고만 하면 우울해져요. 
반대로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지 고민하면 활력이 생기죠."

강씨는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9년간 매일 걸어서 학교에 데려다 줬다. 
'걷기의 달인'이라는 그는 과한 운동보다 계단 오르내리기, 애완견과 산책 등 
생활 속에서 조금씩 에너지를 태우라고 말한다. 
"식욕을 참을 수 없다며 찾아온 헬스 트레이너도 있었다"면서 
"우리 뇌는 칼로리가 갑자기 빠져나가면 음식으로 보상받고 싶어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식욕이 오른다"고 했다. 
"일부러 화장실이라도 왔다 갔다 해보세요. 
고통스럽게 헬스장 기구와 싸우지 말고 
일상에서 에너지를 소비하자는 거죠."

너무 외모만 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아이 엄마들이 내가 뚱뚱하다는 이유로 내 수업을 피했다"며 찾아온 유치원 외국인 여교사 사례를 들려줬다. "식사 일기와 생활 습관을 자세히 살펴보니 지나친 편식으로 결핵을 앓고 면역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강씨는 그녀에게 "당신의 능력을 200% 발휘하기 위해선 '성능 좋은 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0㎏을 빼고선 아내가 더는 짜증을 내지 않는다'며 남편 분이 와서 저한테 절을 하셨어요. 몸이 달라지면서 인생이 바뀌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해요."


[백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