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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박은주의 快說(쾌설)]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2011.01.09

영국신사77 2017. 1. 26. 14:09

[Why][박은주의 快說(쾌설)]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늙는 이유 모르는데 노화 방지한다? 거짓말이야, 거짓말"

노화 방지라니? 늙는 게 나쁜건가? 이런 가치관 가진 사회가 더 문제지

오래 사는 세상이 온다. 어떤 사람은 정말 100세까지 살 수 있을지 기대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라고도 말한다. 장수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사회적으로는 큰 짐을 안게 됐다. 그 많은 고령 노인은 누가 돌보며, 낮아지는 국가경쟁력은 누가 또 메울 것인가. 100세 시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

생화학자인 박상철(62) 서울의대 교수의 연구 궤적은 암세포 연구―노화연구―장수연구로 점점 더 사회학자의 그것을 닮아 진화해 왔다. 이 의사는 노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춤을 만들어 알렸고, 요리교실을 열었다. 의사라면 어느 약품이나 식품이 노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알려줘야 할 텐데, 이 의사는 "안티 에이징 그건 화장술에 불과하다" "생명 연구에도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직함은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교수이자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과학기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소장. 3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병원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비타민은 뭐 드십니까" "녹즙 드십니까?" "비타민C 하루 몇개 드시나요?" 모든 질문에 박상철 교수는 "안 먹는다"하고 답했다. 노화과정을 연구하는 박 교수는 약품이나 건강식 대신 많이 움직이고, 많이 만나는 것으로 즐거운 노년에 다가설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 오종찬기자 ojc1979@chosun.com
안티 에이징? 거짓말이다

―얼마 전 출간한 책 제목이 '웰 에이징'이다. 이 책에서 '안티 에이징'이란 말 대신 '웰 에이징'이란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노화(抗老化), 노화억제, 노화방지라는 말을 과연 학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인류는 아직 노화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고? 화장하는 것, 일종의 카무플라주(camouflage·위장)다. 게다가 노화방지라는 말 자체가 '노화는 나쁜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늙으면 나쁜 사람인가, 인간이 아닌가? 사회적으로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실제로 먹는 것, 바르는 것, 주사 등 항노화산업규모가 엄청나지 않은가.

"항노화산업은 크게 항산화산업, 호르몬제산업으로 나뉘는데, 그게 효과가 있다 주장하려면 20~30년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고, 보편적 효과가 있다는 인증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잠깐 얼굴에 뭐 바르고 다리미질하고 나서 좋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유지되겠나. 정통 학계는 이런 말을 오랫동안 거부해왔지만, 상업적 목적과 연관된 곳이 꽤 많으니까 너도나도 쓰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의학적 발전이라는 게 그런 지엽적 노력이 모여서 나타나는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대신 '노화를 방지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 사태에서 보았듯, 사람들은 획기적인 생명연장술에 대한 갈망이 대단하다.

"물론이다. '오래 살아 뭐하냐'고 하지만 그건 남의 말을 할 때나 하는 얘기지, 자기는 다 오래 살고 싶어한다. 나는 다만 콘셉트를 바꾸자는 거다, 거짓말을 하지는 말자는 거다."

―누구나 늙는 것을 두려워하니까 항노화산업이 번창하지 않나.

"나이 들어 피부가 검어지고 주름 좀 생기는 게 그리 흉한 건가. 그걸 이젠 달리 봐야 한다. 오랫동안 흑인의 외모는 열등한 것으로 간주됐다. 흑인운동이 일어났다. '검은 것이 강하다(Black is power)', '곱슬머리가 어떤가' 하면서 미에 관한 기준을 다르게 만들려고 했다. 여권운동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신체적으로 열등한 개체라는 주장을 깨기 위해 여자들이 트럭 운전, 항공 운전을 하면서 여권운동을 펼쳤다. 이제 전자화, 첨단화되기 때문에 노인이라고 힘이 없어서 못할 일은 없다. 물론 속도에서 처질 수 있지만, 그리 빨리 하지 않고 살살 해도 되는 일이 많다. '노화'라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제대로 늙어가야 한다. '잘 늙다(age well)'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걸 '웰 에이징'으로 바꾼 것이다."

장수의 비결은 단순해요…
남의 탓, 나이 탓 안하고… 남에게 주는 사람이 되고…
무엇이 됐든 일을 하면 되지요… 그는 의학자라기보다 철학자 같았다

100세인 연구의 결과, 장수는 집짓기


〈젊은 세포와 노화된 세포에 각각 독성물질을 주입했다. 저강도 독성을 주었을 때, 젊은 세포는 반응을 했으나 늙은 세포는 반응하지 않았다. 독성 수치를 높였더니 젊은 세포는 반응을 하다 죽어버렸으나, 늙은 세포는 반응이 낮은 대신 죽지 않았다. 간조직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늙은 세포가 외부 독성에 대해 강한 생존력을 보였다.〉

―이 실험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든 존재는 똑같이 늙는다, 노화가 죽음의 전 단계라는 명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노화란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적응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부수적인 과정이라는 거다. 볼티모어 노화종적관찰연구에서도 사람마다 노화속도도, 한 사람 내부의 조직에서도 노화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노화는 돌이킬 수 없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거다."

―앞으로는 의사가 아니라 장기를 교환해주는 엔지니어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동의하나.

"노화가 죽음의 전 단계라고 생각하니까 장기 교체(replace) 같은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험과 연구가 밝혀냈듯, 노화는 생존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이다. 노화를 컨트롤하는 고치기(restore) 원리를 적용했을 때, 훨씬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사람 나이 70세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건강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이전에는 이것이 유전적 차이라고 봤다. 그러나 쌍둥이연구 등에 따르면 그 비율은 20~30%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디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총체적 과거가 바로 노화의 차이를 나타낸다. 장수란 집을 짓는 원리와 비슷하다. 여러 층의 토대, 기둥, 지붕에 따라 집의 크기와 내구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박상철 교수는 '장수집짓기모델'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장수를 집짓기와 같은 개념으로 보고, 유전자·성별·성격·사회문화·환경생태를 집의 토대, 운동·영양·관계·참여를 집의 기둥, 사회안전망·의료시혜·사회적 보호를 지붕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대개 사람이란 마흔, 쉰살까지는 대충 살다가 나이들어서야 건강을 챙긴다. 늦지 않나.

"노화문제에서는 '결코 늦을 때란 없다(never too late)'. 여든살이 되어서도 인생을 고치면 조금이라도 질적으로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특히 황우석 박사 식의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이유는.

"동물이나 사람 유전자를 조작하기에 인류의 기술은 그렇게 치밀하게 발전하지 못했다. 유전자를 잘못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유전자는 균형, 네트워크다. 노자의 무위사상이 생명에도 적용된다. 생명의 본질인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장수 삶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집으로 치면, 유전자는 한 층에 불과하다. 생활이나 식이요법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지난 2001년부터 전국의 장수인들을 만나고 연구 결과를 '100세인 연구' 등으로 발표했다. 결론이 무엇이었나.

"의료인 4명, 식품영양 2명을 비롯, 가족학·인류학·생태환경·사회복지·경제지리팀으로 구성되니 모든 이가 보는 게 완전히 다르더라.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집짓기 모델이었다. 환경적 요소, 영양적 요소 등이 다 어우러져 장수라는 걸 만드는 거다. 결론은 단순했다. '남 탓하지 말라'. 남의 탓, 나이 탓하지 말라는 뜻이다. 무엇이 됐든 하라, 남에게 주는 이가 되라, 끊임없이 배워라, 이게 전부다. 아주 단순하지 않나."

―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가 할 말 아닌가.

"그들을 다 만나 보고 실험실서 연구한 과학적 근거를 통해 그런 결론이 나온 건데, 뭐가 문제인가. 과학으로 이런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지지 않나. 세포에도 삼강오륜이 있더라. 건강한 세포는 순서·자리·짝을 지키더라.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자연과학이다. 과학과 철학의 통섭적 결론이 나왔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낀다."

장수가 재앙이 된 사회

장수사회는 재앙? 천만의 말씀… 암ㆍ당뇨 등 없어야 장수… 그러니 의료비 덜 들지


―누구나 장수를 열망하지만, 장수사회는 일종의 '재앙'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런 걱정할 필요 없다. 장수하면 의료비가 안 든다. 암·당뇨·고혈압 같은 병에 걸리지 않아야 장수를 한다. 이걸 넘긴 사람들은 80, 90을 넘겨 자연사한다. 자연사에 왜 돈이 들겠나. 70대 사망자의 의료비와 90대 사망자의 평균 의료비는 전자가 더 많다. 중요한 것은 '제2차 의무교육'을 시작하는 것이다. 50~60살 먹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50년을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를 교육해야 한다. 50년을 그저 '먹고 땡'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문화혁명을 해야 한다. 나이 때문에 할 수 없다, 이젠 늦었다는 생각을 버리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혁명이다."

―지역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나.

"100세인 중에는 후손이 200명인 사람도 있다. 적어도 30~40명이다. 그런데 이들 중 일년에 전화 한 번 하는 자식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100세 노인 중 10%가 독거노인이다. 가족은 이미 해체됐다. 그러나 어느 지역의 100세 노인은 잘 살고 있고, 어느 지역 노인은 형편없이 산다. 이웃이 있으면 잘 살고, 없으면 처참하다. 고령사회는 가족이 아니라 이웃, 친구가 가장 중요하다. 효(孝)문화를 우(友)문화로 바꿔야 한다. '근린 문화'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자, 노인을 요양원에 집어넣어야 시원하겠나. 그 돈은 누가 또 감당하나. 요양원에 갇히면 노인은 친구, 이웃, 자기 환경과 다 인연이 끊어진다. 그 소외감, 고적감은 우울증, 치매, 자살로 이어진다. 살던 데서 장수하게 하자, '향거(鄕居)장수'를 그래서 주장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이웃관계고 이걸 위해선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

―그런 걸 국가가 어떻게 도와주나.

"지자체가 기왕이 복지예산을 많이 쓰고 있다. 좀 더 유기적으로 캠페인을 해서, 노노(老老·노인끼리 돌보는)케어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기능적 장수'라는 말도 만들었다. 무슨 뜻인가.

"그저 오래만 사는 수명연장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기능을 갖추고 건강한 삶을 사는 장수를 말한다. 물론 집의 토대나 바닥에 해당하는 것은 개인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4개의 기둥(운동·영양·관계·참여)은 모두 '내 탓'인 것들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인식만 바꿔도 저비용장수사회가 가능해진다."

―저비용으로 장수사회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들이 수적으로 많아지면 결국 사회적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요즘 70살은 죽기 직전이 아니라, 연애 못해서 몸살하는 사람들이다. 70살이 되면 일을 못한다? 그 근거가 어디 있나. 그냥 사회가 '정년퇴직'이란 시스템으로 일을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예로, 노인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도 커진다고 하지 않는가.

"사고야 나겠지. 그러면 그게 젊은 사람 사고 치는 것보다 더 많을까? 너무 젊어 팔팔할 때 사고가 더 많이 난다."

이웃을 잘 만나야 오래 산다…
가족은 이미 해체됐어요… 孝문화서 友문화로 가야

―직장 없는 20대, 88만원 세대가 득실대는데,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몰염치라는 지적도 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노동자가 100만명이 넘는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닌가."

일본 최고의 장수촌 영예가 오키나와에서 나가노로 넘어갔다. 거기선 무슨 일이 있었는가.

"산악지방인 나가노는 50년대에 주민 대부분이 거의 병원에 가지 않았다. 와카스키라는 의사 한 명이 달구지 타고 다니면서 왕진을 시작했다. 단순히 왕진만 한 게 아니라, 왜 아팠을까, 생활습관은 어떤가, 이들 가족관계는 어떠한가 같은 질문을 하고, 동네 사람 모아놓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는 기초 의학상식부터 가르쳤다. 그런 교육과 의료 문화의 전통이 이어지면서 세계최고의 장수촌이 된 것이다."

―우리처럼 의료 정보도 많고, 의료보험도 잘된 나라에서도 그런 모델이 필요한가.

"지금처럼 의료보험 그대로 놔두면 다 망한다. 교육이 선행되어서 의료비용을 잡아야 한다. 의료 정보는 사이비 정보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인터넷 등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니 난잡한 정보가 난무한다. 서울대병원에서 '미니 메디 스쿨'이란 것을 시작해 100명씩 3기 교육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정통 정보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크다."

―운동해라, 소식해라, 술담배 하지 말라…. 의사가 하는 말은 만날 똑같은 거 아닌가.

"트레이닝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렇다. 의사도 어떻게 말해야 설득력이 있는지 공부해야 한다."

남자는 원래 일찍 죽는다?

요리하는 할아버지라야 건강하게 늙지요…

―여자가 남자보다 6~7년씩 오래 사는 건, 다 유전자 탓인가.

"유전적인 요인은 제한적이다. 문제는 남자가 70살이 넘으면 꼼짝을 안 한다는 거다. 앉아서 마누라, 며느리 밥만 얻어먹으니 70세 이후 사망률이 확 높아진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부부가 손잡고 장수하는 게 가장 좋은 일 아닌가. 산간지방의 경우 여자보다 남자 장수비율이 높다. 생태환경 극복에는 뛰어난 것이다. 대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문화적 한계에 취약하다."

―그래서 나온 게 일명 '골드 쿡(Gold Cook)' 프로젝트인가?

"95년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소장이 되니 뭔가 가시적인 일을 해야겠더라. 내 전공이 노화를 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거지 복지는 아니지 않은가. 일단 현실을 알아야겠다 싶어 파고다 공원, 노인복지관을 다녀봤다. 충격받았다. 할아버지 수백명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밥때가 되니 줄을 서더라. 취직시킬 능력은 없고 움직이게 해야겠다 싶어서 장수체조를 만들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남자는 별로 안 하고 여자들만 하더라. 내가 또 마음이 아팠던 게 남자들이 빈 그릇 들고 줄 서 있는 거였다. 공짜밥 주는 데 가면 여자는 한둘이 고작이고 다 남자다. 왜 남자가 밥 얻어먹는 거지가 되어야 하나 싶어 식단을 만들어 배포했는데 소용없더라. 그래서 '골드 쿡'이라고 해서 요리 만드는 법까지 알려주기로 했다."

―효과 있었나.

"없었다. 춤체조는 어디서나 쉽게 배우고 가르쳐줄 수도 있는데, 요리는 주방 설비에 요리 재료도 있어야 한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세 번 하고 포기했다. 하지만 남자가 요리를 해야 노년의 삶의 질이 유지되는 것은 진실이다. 지자체 같은 곳에서 이 부분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

―한국남자의 권위주의가 문제란 말인가.

"권위? 허황된 거다. 사실 권위라도 있나. 누가 알아주나. 꼴만 사나운 거다."

―의대 생화학 연구자인데, 실제 꼭 사회학도처럼 현장을 많이 누빈다.

"지금도 내 생활 90%는 실험실에 있다. 실험실 눈으로 세상을 본다. 뭐가 문제인가, 고치는 법은 무엇인가, 실험하고 답을 내는 거다. 나환자들이 먹는 치료제 댑슨에 생명연장가능성분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도 '왜 나환자는 오래 살까'하는 궁금함에서 비롯된 거다. 궁금하면 실험하고, 결과가 나오면 분석하는 심플한 세계에 살고 있다."

―장수 집짓기 이론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은 뭔가.

"우리의 장수속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만큼 사회 전반이 괜찮다는 것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 늘면서 운동도 문제 없고, 영양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너무 많은 편이다. 문제는 '관계' '참여'가 부족하다는 거다. 그 증거는 높은 노인자살률이다. 원인은 우울증인데, 우울증을 부르는 것이 소외다. 관계 증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적극적 생활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외향적인 성격을 말하는 것인가.

"대부분 장수하는 사람들은 외향적인 성격이다. 소심하면 오래 못 산다."

―성격이란 바꾸기 힘든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노력하면 개선이 된다. 관계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

―수명이 길어지면 인간은 현세주의자가 되는 것 아닌가. 종교가 필요 없어 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의 신앙심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정신적 안정과 자신감을 줄 뿐 아니라, 운동이 된다. 나는 애초에 나환자가 오래 사는 것이 종교 생활 때문이라고 봤다. 나환자 대부분이 술담배 안 하고 규칙적으로 새벽부터 예배를 본다. 무슬림은 하루 20분씩 하루 5회 기도를 한다. 하루 100분 운동 하는 거다. 남녀노소 모두 노동을 하는 애미쉬 교도 역시 남녀의 수명 차이가 거의 없다."

영국 '노화의 원리' 공동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와 외국의 노화연구에 다른 점이 있나.

"우리나라에서도 세포 수준의 노화연구는 상당히 진척됐다. 그런데 대단위 동물실험이나 사람을 두고 30년까지 종적으로 관찰하는 연구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단기성과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렇게 막대한 돈이 드는 연구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노화는 한마디로 뭔가.

"늙는다는 것은 살자는 것이지. 노화는 살기 위해 적응하는 과정이다.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장수연구가가 오래 살지 못하면 그간의 연구가 말짱 헛것이 되지 않나? 논리를 자기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 않나.

"중이 제 머리 깎던가? 과학자의 태도만 갖추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좋은 모델은 아니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꿈을 얘기하는 사람이지.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 아닌가." 독자들에게 '장수비결'을 알려야겠다는 계획은 거의 수포로 돌아갔다. 그가 말하는 장수법은 사실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허망한 결론에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안 늙는 것이 아니라, 잘 늙는 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라 위안하고 돌아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07/20110107013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