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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플라스틱 용기에 표고 키우는 기술로 농업벤처 됐죠”/조해석 청운표고 대표

영국신사77 2017. 1. 4. 22:06

[벤처와 중기] “플라스틱 용기에 표고 키우는 기술로 농업벤처 됐죠”

[중앙일보] 2017.01.04 09:27   

지난해 12월30일 경기 이천 모가면 진가리의 한 농장. 구릿빛 피부의 한 남성이 부지런히 버섯 배지(버섯균의 증식을 위해 사용되는 틀)를 점검하고 있다. 올해로 농업 경력 14년차인 조해석(39) 청운표고 대표다. 연 매출 13억원을 내는 건실한 농업 벤처인인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3회 한광호 농업상에서 미래농업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천 청운표고 농장에서 조해석 대표가 봉지 배지(왼쪽)와 자체 개발한 용기배지를 들어보였다. 조 대표는 “용기배지가 상용화되면 연 300억원 수입되는 중국산 배지를 국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천=임현동 기자]

이천 청운표고 농장에서 조해석 대표가 봉지 배지(왼쪽)와 자체 개발한 용기배지를 들어보였다. 조 대표는 “용기배지가 상용화되면 연 300억원 수입되는 중국산 배지를 국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천=임현동 기자]

한광호 농업상은 1960~80년대 한국 농약의 개발과 보급의 기틀을 만든 화정 한광호(1927~2014) 한국삼공 회장의 뜻을 기려 농업인에게 주는 상이다. 총 1억원의 상금을 ▶첨단농업인(농업기술·농업경영·농산물 브랜드화 등) ▶농업연구인(논문 등 학술연구) ▶미래농업인(지역경제 활성화 및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한 40세 미만의 젊은 농업인) 등 3개 부문에 시상한다.

조해석 청운표고 대표
설계·금형 개발에만 3년 걸려
배지·표고버섯 연 매출 13억원
“공장 증설,연 100만개 생산 계획”


군 복무 시절인 2000년대 초 버섯농업에 대한 비전을 발견하고 국립 한국농수산대 2001학번(버섯학과)으로 입학한 조 대표는 졸업 직후인 2004년 청운표고를 세워 본격적인 버섯 재배에 들어갔다. 다른 버섯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표고버섯을 아이템으로 삼았다.


본래 표고버섯은 벌채한 떡갈나무나 상수리나무 등의 토막에 종균을 심고 버섯을 키우는 ‘원목재배’ 방식으로 키우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목재배 방식은 원목이 구하기 힘들고 고가인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200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농법이 바로 ‘봉지재배’다. 대만이나 중국, 일본 등에서는 일찍 보편화한 기술이지만 국내에서는 보급이 늦어져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했다. 봉지재배는 비닐 봉지에 톱밥과 쌀겨, 물 등을 넣어 살균한 배지에 종균을 접종해 버섯을 키운다.

봉지재배는 기존의 원목재배에 비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버섯 농가에서 배양 1~4개월차 등 배양된 시기에 맞게 배지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닐과 솜, 고무패킹 등 일회용품이 버려져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데다, 겨울철에는 국산 배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중국산이 대량으로 수입된다. 이렇게 수입되는 중국산 배지 만도 연간 300억원 선에 이른다.

조 대표가 한광호 농업상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이 중국산 배지를 국산화하는 ‘용기재배’ 기술을 2013년 개발한 것에 있다. 용기재배 방식이란 버섯 배지를 플라스틱 통을 활용해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2014년 특허도 받았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봉지를 플라스틱으로 바꾼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기술은 단순하지 않다. 조 대표는 “배지가 부서지지 않게 플라스틱에서 꺼낼수 있게 모양을 설계하고 금형을 짜는 등 개발에만 3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용기재배 방식으로 재배하면 중국산처럼 배지 크기를 크게 키울 수 있다. 조 대표는 “공장을 증설해 시간당 6000개, 연간 100만개의 배지를 대량 생산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중국산 표고버섯 배지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의 표고버섯 가격 하락은 조 대표에게도 비껴갈 수 없는 위기다. 생산량이 늘고, 완제품 표고버섯까지 중국서 수입되면서 계속 내려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2년간 중단했던 표고버섯 재배를 재개했다. 그동안은 배지 판매만으로도 1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어려워진 고객 농가가 사가기로 예약한 배지를 사지 않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농가가 가져가지 않는 멀쩡한 배지를 버려둘 수 없어 키우게 된 것이 연간 4억원 어치씩 팔린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최근의 표고버섯 가격 하락으로 인한 어려움을 농가 체험관광 등을 개발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방법으로 뚫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출처: 중앙일보] [벤처와 중기] “플라스틱 용기에 표고 키우는 기술로 농업벤처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