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0일 경기 이천 모가면 진가리의 한 농장. 구릿빛 피부의 한 남성이 부지런히 버섯 배지(버섯균의 증식을 위해 사용되는 틀)를 점검하고 있다. 올해로 농업 경력 14년차인 조해석(39) 청운표고 대표다. 연 매출 13억원을 내는 건실한 농업 벤처인인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 제3회 한광호 농업상에서 미래농업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천 청운표고 농장에서 조해석 대표가 봉지 배지(왼쪽)와 자체 개발한 용기배지를 들어보였다. 조 대표는 “용기배지가 상용화되면 연 300억원 수입되는 중국산 배지를 국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천=임현동 기자]
한광호 농업상은 1960~80년대 한국 농약의 개발과 보급의 기틀을 만든 화정 한광호(1927~2014) 한국삼공 회장의 뜻을 기려 농업인에게 주는 상이다. 총 1억원의 상금을 ▶첨단농업인(농업기술·농업경영·농산물 브랜드화 등) ▶농업연구인(논문 등 학술연구) ▶미래농업인(지역경제 활성화 및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한 40세 미만의 젊은 농업인) 등 3개 부문에 시상한다.
조해석 청운표고 대표
설계·금형 개발에만 3년 걸려
배지·표고버섯 연 매출 13억원
“공장 증설,연 100만개 생산 계획”
군 복무 시절인 2000년대 초 버섯농업에 대한 비전을 발견하고 국립 한국농수산대 2001학번(버섯학과)으로 입학한 조 대표는 졸업 직후인 2004년 청운표고를 세워 본격적인 버섯 재배에 들어갔다. 다른 버섯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표고버섯을 아이템으로 삼았다.
본래 표고버섯은 벌채한 떡갈나무나 상수리나무 등의 토막에 종균을 심고 버섯을 키우는 ‘원목재배’ 방식으로 키우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목재배 방식은 원목이 구하기 힘들고 고가인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200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농법이 바로 ‘봉지재배’다. 대만이나 중국, 일본 등에서는 일찍 보편화한 기술이지만 국내에서는 보급이 늦어져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했다. 봉지재배는 비닐 봉지에 톱밥과 쌀겨, 물 등을 넣어 살균한 배지에 종균을 접종해 버섯을 키운다.
봉지재배는 기존의 원목재배에 비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버섯 농가에서 배양 1~4개월차 등 배양된 시기에 맞게 배지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닐과 솜, 고무패킹 등 일회용품이 버려져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데다, 겨울철에는 국산 배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중국산이 대량으로 수입된다. 이렇게 수입되는 중국산 배지 만도 연간 300억원 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