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피는 6월에 그를 처음 만나 장미꽃밭에서 결혼을 하고 13년을 함께 살다가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그는 장미가 다 지기 전에 서둘러 천국으로 가버렸다. 문리대 학교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동료 교수, 제자, 친인척 등 많은 사람이 참석해 마지막 가는 그의 길을 애도했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찬양이 슬프고 아리게 연세대 교정에 울려퍼졌다.
한 달 후 학교에서 연구실을 정리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모든 인연이 끝난다는 허탈감에 더욱 마음이 애석했다. 5층 연구실 문을 열려고 남편이 남긴 열쇠 꾸러미를 보는데, 나와 서윤이가 매달려 웃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의 체취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특히 책상 위에는 그가 마지막 펴놓고 읽었을 커다란 성경책이 보였다. 아침마다 학교에 오면 기도하고 성경을 펼쳐 읽었을 그를 연상하면서 말씀을 읽어보았다. 시편 102편, 103편이었다.
거기에는 이런 탄원 구절이 있었다.
“여호와여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나의 부르짖음을 주께 상달하게 하소서”(시 102:1)
“내 날이 연기같이 소멸하며 내 뼈가 숯같이 탔음이니이다”(시 102:3)
“그가 내 힘을 중도에 쇠약하게 하시며 내 날을 짧게 하셨도다
나의 말이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중년에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
주의 연대는 대대에 무궁하니이다”(시 102:23∼24).
그런가 하면
그런가 하면
“인생은 그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가면 없어지나니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이르며
그의 의는 자손의 자손에게 이르리니”(시 103:15∼17)
란 구절도 있었다.
남편은 마치 자신의 영혼은 하나님께 갈 것을 미리 알고 이런 구절을 읽은 것인가. 나는 혼란스러웠다.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이라고 우리는 흔히 말하며 호칭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정말로 그런 하나님으로 믿고 있는가. 그의 인자하심을 끝까지 믿고 우리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을 참으로 믿는다면 그가 하신 일에 나는 순복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하나님께 반항하며 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정진경 목사님께서 말씀 밖에는 위로 받을 곳이 없으니 그래도 말씀으로 치유받아야 한다면서 시편 읽기를 간곡히 권하셨던 생각이 났다. 나는 남편이 마지막 읽었을 시편을 읽고 또 읽으며 나도 모를 이상한 영감이 내 곁에 다가옴을 느꼈다. 다윗의 탄원과 탄식과 그의 인간적인 부르짖음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던 중 가슴에 꽂히는 구절을 만났다.
남편은 마치 자신의 영혼은 하나님께 갈 것을 미리 알고 이런 구절을 읽은 것인가. 나는 혼란스러웠다.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이라고 우리는 흔히 말하며 호칭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정말로 그런 하나님으로 믿고 있는가. 그의 인자하심을 끝까지 믿고 우리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을 참으로 믿는다면 그가 하신 일에 나는 순복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하나님께 반항하며 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정진경 목사님께서 말씀 밖에는 위로 받을 곳이 없으니 그래도 말씀으로 치유받아야 한다면서 시편 읽기를 간곡히 권하셨던 생각이 났다. 나는 남편이 마지막 읽었을 시편을 읽고 또 읽으며 나도 모를 이상한 영감이 내 곁에 다가옴을 느꼈다. 다윗의 탄원과 탄식과 그의 인간적인 부르짖음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던 중 가슴에 꽂히는 구절을 만났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4).
내가 무엇이관대 신촌교회 성도들이 나를 위해 잣죽을 쑤어 오고 내가 무엇이관대 믿음의 친구 이건숙 사모, 나연숙 권사가 나를 위해 울어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도해 주는 것일까. 신촌교회 어머니 같으신 이옥희 전도사님의 기도가 비로소 메아리치며 내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서서히 성경 구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전율한 구절은 시편 22편에 와서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시 22:1).
이 구절은 내가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허공을 치며 수천번도 더 외쳤던 구절이었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