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세례를 받은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
느보산 전망대 옆에 모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십자가 형태의 놋뱀 조각물이 순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페트라에 있는 로마식 원형극장. 그 아래 사진은 붉은 사막 ‘와디럼’ 언덕을 오르는 순례자들. 페트라 협곡 길 마지막에 있는 보물창고 알카자나 신전(맨 아래).
페트라 입구 암벽 사이의 협곡(시크). 이 협곡은 거대한 바위산이 두 동강으로 갈라져 폭 1∼2m, 길이는 무려 1.2㎞나 계속된다.
지도를 펴고 성지순례 코스와 일정을 잡으라고 하면 대부분 요단강 서쪽, 이스라엘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요르단의 성지순례는 낯설다. 하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아브라함, 욥, 모세, 롯, 엘리야, 세례요한 등에 얽힌 이야기는 요르단도 이스라엘 못지않게 성경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대장정, 세례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와 가르침이 요르단에서 이루어졌다.
요단강(요르단) 동쪽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요르단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인 ‘와디럼’,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페트라’,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베다니’ 등 기독교 성지가 있는 곳이다. 이슬람 ‘하심 왕국’이 통치하고 있지만 신약과 구약 성서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성지이기도 하다.
요단강 동쪽 지대와 요르단 서부의 사해 인접 지대는 구약의 ‘모압 평야’, 신약의 ‘베레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요르단은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으로 갈 때 거쳤던 출애굽 루트다. 모세가 200만명의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걸었던 ‘왕의대로’가 있으며 아르논 골짜기, 헤스본, 비스가(아바림, 느보산), 모압평지(벳여시못, 아벨싯딤), 요단강, 길갈 등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은 여호수아의 지도 밑에서 이 지역을 정복하고 르우벤, 갓 지파와 므낫세 반지파에게 분배됐다. 7세기 이후에 이곳은 이슬람화되었다. 현재의 요르단 왕국은 구약시대의 에돔(사해 남부), 모압(사해 동부), 암몬(요단강 동편)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과 베두인족이 있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여정, 엘리야와 엘리사, 세례 요한의 사역, 예수님의 공생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요르단 성지순례는 크리스천들에게 이스라엘에서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감동과 은혜를 선물한다.
붉은 사막 ‘와디럼’…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오후 터키항공(turkish airlines.com)을 타고 인천공항을 이륙해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을 경유, 14시간30여분 만에 요르단의 남단 항구도시 아카바에 도착했다. 요르단 성지순례 첫날 일정으로 출애굽 여정 따라 펼쳐진 천혜의 절경 ‘와디럼’을 찾았다.
와디럼은 아카바에서 북동쪽으로 70㎞ 지점에 있으며 붉은 모래로 이루어졌다. 모래 언덕 하나만 넘으면 수백미터 높이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지구 안의 외딴 별’이라고 부른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화성의 모습은 대부분 와디럼의 모래언덕과 바위산이다. 최근 영화 ‘마션’은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했다. 1962년작 ‘아라비아 로렌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낯선 지구 같은 와디럼은 성경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여행 가이드 박혁주(54)씨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시내 반도를 지난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가는 통로로 에돔에게 속했던 왕의대로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에돔 왕의 강한 반대로 모세는 에돔 땅 동쪽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왕의대로’ 동편에 있는 이 와디럼은 성경에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와디럼을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이 지나갔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측한다”고 밝혔다.
이 곳은 수백명에 이르는 베두인족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오늘도 그들은 염소털로 지은 거대한 텐트를 치고 살면서 고대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수천 년에 걸친 사막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순례 이튿날은 붉은 장밋빛 도시 ‘페트라’로 향했다. 페트라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약 260㎞ 떨어져 있다. 요르단 남쪽에 거주했던 나바테아인들의 유산이다. 이곳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세련된 문화와 거대한 건축물, 독창적인 댐과 수로 종합 단지다. 주요 유적지는 200m 높이로 솟아오른 암벽 사이의 긴 틈을 따라 1.2㎞ 정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릴 만큼 바위를 깎아 만든 절경이 일품이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페트라는 ‘셀라’와 ‘욕드엘’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구약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영화 ‘혹성탈출’과 ‘인디아나 존스’ 촬영지로 지난해 국내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생’의 시작과 끝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로마 원형극장을 닮은 3000석 규모의 야외 원형극장, 거대한 1세기 수도원, 고고학 박물관, 수백채의 건물과 무덤, 욕탕, 바위그림 등을 볼 수 있다. 현지인 가이드 리야드씨는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과정에서 에돔 족속의 수도 페트라를 통과하지 못해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곳에는 모세가 지나갔다고 하여 ‘무사와디’(모세의 계곡)라고 불리는 곳과 모세의 샘이라고 불리는 우물이 여러 곳에 있어 순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느보산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바라보다
순례 셋째 날은 왕의대로를 따라 구약의 ‘에돔’ 족속이 거주했던 땅을 밟았다. 에돔은 이삭의 아들인 야곱의 쌍둥이형 에서의 별명이기도 하다. 끝없이 펼쳐진 화강암의 기반 위에 붉은 색깔의 누비아 사암층으로 곳곳에 목동과 양떼들이 캘린더 속 그림처럼 순례객의 눈길을 끌었다.
세례 요한의 순교지 마케루스는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베다니로 향했다. 베다니는 세례 요한의 체류지로 예수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곳이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으로부터 이곳에서 세례를 받은 후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직후인 30세에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공적 사역을 시작했다.
강 동쪽은 한가한 반면 눈 앞 서쪽은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교회 신자들로 보이는 십수 명이 물속에 연신 몸을 담갔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즐거운 침례식을 거행했다. 일부 관광객은 강 이쪽에 있는 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총을 휴대한 요르단 경비병은 동·서쪽 사람들의 주고받는 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르단의 성지순례 마침표는 느보산(비스기산)이었다. 하나님은 가나안 정복 전쟁을 위해 여호수아를 지도자로 세울 것을 명령하시고 모세의 가나안 입성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느보산은 모세가 가나안을 바라보며 사명을 마친 곳이다.
산 정상 전망대에는 예루살렘, 여리고, 베들레헴 등의 지명에 따라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서쪽을 바라보니 거칠 것 없는 광야가 펼쳐졌다. 멀리 여리고성이 가물가물하게 보였다. 느보산에 세워진 모세 기념교회 앞에는 이탈리아 피란체의 조각가인 지오바니 판토니가 만든 놋뱀 형상이 우뚝 솟아 있다. 뱀에 물린 이스라엘 백성을 살린 놋뱀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조화시킨 뛰어난 작품으로 순례객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요르단=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요단강(요르단) 동쪽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요르단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인 ‘와디럼’,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페트라’,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베다니’ 등 기독교 성지가 있는 곳이다. 이슬람 ‘하심 왕국’이 통치하고 있지만 신약과 구약 성서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성지이기도 하다.
요단강 동쪽 지대와 요르단 서부의 사해 인접 지대는 구약의 ‘모압 평야’, 신약의 ‘베레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요르단은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으로 갈 때 거쳤던 출애굽 루트다. 모세가 200만명의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걸었던 ‘왕의대로’가 있으며 아르논 골짜기, 헤스본, 비스가(아바림, 느보산), 모압평지(벳여시못, 아벨싯딤), 요단강, 길갈 등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은 여호수아의 지도 밑에서 이 지역을 정복하고 르우벤, 갓 지파와 므낫세 반지파에게 분배됐다. 7세기 이후에 이곳은 이슬람화되었다. 현재의 요르단 왕국은 구약시대의 에돔(사해 남부), 모압(사해 동부), 암몬(요단강 동편)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과 베두인족이 있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여정, 엘리야와 엘리사, 세례 요한의 사역, 예수님의 공생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요르단 성지순례는 크리스천들에게 이스라엘에서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감동과 은혜를 선물한다.
붉은 사막 ‘와디럼’…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오후 터키항공(turkish airlines.com)을 타고 인천공항을 이륙해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을 경유, 14시간30여분 만에 요르단의 남단 항구도시 아카바에 도착했다. 요르단 성지순례 첫날 일정으로 출애굽 여정 따라 펼쳐진 천혜의 절경 ‘와디럼’을 찾았다.
와디럼은 아카바에서 북동쪽으로 70㎞ 지점에 있으며 붉은 모래로 이루어졌다. 모래 언덕 하나만 넘으면 수백미터 높이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지구 안의 외딴 별’이라고 부른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화성의 모습은 대부분 와디럼의 모래언덕과 바위산이다. 최근 영화 ‘마션’은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했다. 1962년작 ‘아라비아 로렌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낯선 지구 같은 와디럼은 성경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여행 가이드 박혁주(54)씨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시내 반도를 지난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가는 통로로 에돔에게 속했던 왕의대로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에돔 왕의 강한 반대로 모세는 에돔 땅 동쪽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왕의대로’ 동편에 있는 이 와디럼은 성경에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와디럼을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이 지나갔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측한다”고 밝혔다.
이 곳은 수백명에 이르는 베두인족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오늘도 그들은 염소털로 지은 거대한 텐트를 치고 살면서 고대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수천 년에 걸친 사막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순례 이튿날은 붉은 장밋빛 도시 ‘페트라’로 향했다. 페트라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약 260㎞ 떨어져 있다. 요르단 남쪽에 거주했던 나바테아인들의 유산이다. 이곳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세련된 문화와 거대한 건축물, 독창적인 댐과 수로 종합 단지다. 주요 유적지는 200m 높이로 솟아오른 암벽 사이의 긴 틈을 따라 1.2㎞ 정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릴 만큼 바위를 깎아 만든 절경이 일품이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페트라는 ‘셀라’와 ‘욕드엘’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구약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영화 ‘혹성탈출’과 ‘인디아나 존스’ 촬영지로 지난해 국내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생’의 시작과 끝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로마 원형극장을 닮은 3000석 규모의 야외 원형극장, 거대한 1세기 수도원, 고고학 박물관, 수백채의 건물과 무덤, 욕탕, 바위그림 등을 볼 수 있다. 현지인 가이드 리야드씨는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과정에서 에돔 족속의 수도 페트라를 통과하지 못해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곳에는 모세가 지나갔다고 하여 ‘무사와디’(모세의 계곡)라고 불리는 곳과 모세의 샘이라고 불리는 우물이 여러 곳에 있어 순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느보산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바라보다
순례 셋째 날은 왕의대로를 따라 구약의 ‘에돔’ 족속이 거주했던 땅을 밟았다. 에돔은 이삭의 아들인 야곱의 쌍둥이형 에서의 별명이기도 하다. 끝없이 펼쳐진 화강암의 기반 위에 붉은 색깔의 누비아 사암층으로 곳곳에 목동과 양떼들이 캘린더 속 그림처럼 순례객의 눈길을 끌었다.
세례 요한의 순교지 마케루스는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베다니로 향했다. 베다니는 세례 요한의 체류지로 예수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곳이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으로부터 이곳에서 세례를 받은 후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직후인 30세에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공적 사역을 시작했다.
강 동쪽은 한가한 반면 눈 앞 서쪽은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교회 신자들로 보이는 십수 명이 물속에 연신 몸을 담갔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즐거운 침례식을 거행했다. 일부 관광객은 강 이쪽에 있는 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총을 휴대한 요르단 경비병은 동·서쪽 사람들의 주고받는 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르단의 성지순례 마침표는 느보산(비스기산)이었다. 하나님은 가나안 정복 전쟁을 위해 여호수아를 지도자로 세울 것을 명령하시고 모세의 가나안 입성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느보산은 모세가 가나안을 바라보며 사명을 마친 곳이다.
산 정상 전망대에는 예루살렘, 여리고, 베들레헴 등의 지명에 따라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서쪽을 바라보니 거칠 것 없는 광야가 펼쳐졌다. 멀리 여리고성이 가물가물하게 보였다. 느보산에 세워진 모세 기념교회 앞에는 이탈리아 피란체의 조각가인 지오바니 판토니가 만든 놋뱀 형상이 우뚝 솟아 있다. 뱀에 물린 이스라엘 백성을 살린 놋뱀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조화시킨 뛰어난 작품으로 순례객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요르단=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