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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교회―(4) 연동교회]‘목마른 사람들’의 쉼터114년

영국신사77 2008. 11. 24. 18:02
2008.11.24 17:45:44
[한국의 역사교회―(4) 연동교회] 전통·비전… ‘목마른 사람들’의 쉼터 114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과 연동교회 일대는 1960년대부터 한국기독교의 중심지였다. 70∼80년대 민주화 운동시절에는 한국사회를 이끌고 가는 중심부였다. 지금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교계의 주요한 기관들이 몰려있다. 이 때문에 행사도 거의 매일 열린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는 교회와 교단, 기독 NGO 등의 집회나 특강, 세미나 등으로 늘 분주하다. 목회자들과 성도들 사이에는 "은혜가 갈급한 사람들은 연지동으로 가라"는 말이 회자된다. NCCK와 한기총 두 기관의 건물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연동교회는 전통과 함께 비전을 품는 교회로 올해로 114년째 목마른 이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교회창립 주일을 맞은 연동교회를 찾았다. 교회는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대학로 방향으로 200m 정도 가면 붉은 벽돌의 단아한 건물로 나타난다. 본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오른쪽 소나무 아래에 있는 조그마한 표석이 눈길을 끈다. '첫 번째 예배처소 자리(초가 1894∼1896) 1894년 이곳 연못 골에 교회를 세우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역사관을 지키고 있는 고춘섭 장로는 "연동교회는 전통과 함께 비전을 품는 교회로 전통을 중요시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전통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더 중요시하고, 말씀의 선포와 사랑의 실천을 실현해 나가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역사전시관에는 갖바치(가죽으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가 모여 사는 당시 연지동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다. 쓰개치마의 성도들, 언덕을 깎아내린 흙으로 연지못(현 효제초등학교)을 매립해 만든 선교사 주택, 인근 초가의 모습에서 당시 성도들의 성경 읽는 소리와 찬송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910년 이전에 연동소학교에 게양됐던 태극기와 십자가 교회기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간직한 채 역사관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 밖에 게일 목사 결혼기념 사진, 이명혁 목사 회갑 기념사진 등 연동의 역사를 만든 이들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승동교회와 마찬가지로 연동교회의 초대장로도 양반이 아니었다. '천민도 예수를 믿으면 신분이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갖바치 고찬익은 동료들과 함께 연동교회에 출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반들 중에서 장로가 나오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장로는 갖바치 출신인 고찬익이 됐다. 이에 반발한 양반들은 연동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종묘 근방에 가서 묘동교회를 설립한다.

예배가 시작되면서 고 장로의 연동교회 이야기는 잠시 중단됐다. 흰색 목사가운을 입은 이성희(60) 목사는 경상도 억양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성도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목사는 지난 8월11일 장신대 이사회에서 새 총장에 선출됐지만 성도들의 의사에 반하는 일은 할 수 없다며 총장직을 고사한 바 있다. 이 목사의 부친은 대구 제일교회를 담임한 이상근(1999년 6월1일 별세) 목사로 1974년 제59회 예장통합 총회장을 지냈다.

창립 114주년 기념 예배의 설교 제목은 '반석위의 교회'였다. 이 목사는 "114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여러 가지 많은 의미를 생각하다 전화번호 안내번호가 떠올랐다"면서 "114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바른 길을 안내하는 교회, 길잡이가 되는 교회, 해결사가 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교회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마음교회라면서 여러 마음 같은 교회, 반석교회라고 부르면서 흔들바위 같은 교회가 많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는 그 이름에 어울려야 하고, 모든 교회가 주님의 교회여야 하고, 모든 교회가 반석교회여야 하고, 모든 교회가 한마음 교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마태복음 16장 18절에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다음에 예수님께서 또 내가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하셨다"면서 "예수님께서는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는 반석위의 교회를 친히 세우시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교회는 땅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회는 사회의 해결사, 열쇠, 희망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는 자유와 정의를 향한 출애굽의 교회, 감사와 축제가 있는 시편의 교회,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한 계시록의 교회 세 가지 유형의 교회를 들었다"면서 "이 셋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온전한 교회가 아니다. 이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해결하는 열쇠가 교회"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쓰고 있는 열쇠는 항상 빛난다고 했다. 늘 쓰는 열쇠는 언제나 손에 닳아 빛이 난다는 것. 자주 쓰지 않는 열쇠는 녹이 슬거나 색깔이 변해 있기 마련이란다. 그래서 교회가 늘 살아있어야 녹슬지 않는 열쇠처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특히 교회는 바울의 손이 닿으면 병이 낫고 귀신이 떠난 것처럼 우리 교회가 살아 있는 교회, 말씀이 선포되는 교회, 가슴이 뜨거운 교회, 손발이 부지런한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동교회는 이날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6000여명의 성도들에게 아주 평범한 주문을 했다. "하나님은 지금도 이런 든든한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십니다. 신앙고백이 분명한 사람이 교회의 일꾼입니다. 신앙고백이 교회의 기초입니다. 하늘을 여는 열쇠입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우리 교회가 신앙고백 위에 견고한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가 하늘을 열고 세상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온갖 문제의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소통의 장소가 돼야 합니다. 모든 일이 교회를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의 사명입니다. 앞으로 120년을 넘어 130년, 주님이 오실 때까지 든든한 신앙고백 위에 세워진 교회,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하늘을 여는 열쇠와 같은 교회를 만듭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한국의 역사교회―(4) 연동교회] ‘연동교회 애국지사 16인 열전’ 2009년 10월에 펴낸다

서울 4대문 내 동부지역의 나막신바치와 갖바치, 그리고 채소장수가 모여 사는 연지동(연못골)에 세워진 연동교회는 암울했던 한반도의 개화기에 복음의 씨앗을 받아 신문명을 꽃피운 교회로 내년에 115년을 맞는다.

처음 사역자로 1893년 승동교회를 설립한 무어(S. F. Moore·한국명 모삼열) 목사를 비롯해 이길함 민로아 빈돈 기보 등 초대 미국북장로교 선교사들이 초가집 예배처소에서 번갈아 시무하면서 토대를 마련했다. 교회의 틀은 1900년 캐나다 선교사 게일이 위임목사로 부임하면서 잡혔다. 5년 후에는 성도 600명이 넘었다.

연동교회는 그동안 6명의 위임목사가 100여년을 목회했는데 그 중 예장통합의 총회장을 지낸 이가 4명이나 된다. 현재 이성희 목사는 1990년 부임해 내년이면 20년이 됨으로써 은퇴하면 원로목사가 된다.

게일 목사는 제1대와 제2대 장로를 의도적으로 천민출신에서 발탁해 낮은 자를 감싸고 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나 천부의 인권을 평등하게 누리도록 했다. 또한 그는 목회 중에 '춘향전' '구운몽' 등을 번역해 우리나라 고전을 외국에 소개하고 '성경전서'를 비롯해 '천로역정' '한양자전' 외 수많은 번역 및 저서를 남겼다.

구한말 옥중에서 개종한 김정식 이상재 이원긍 이준 유성준 등 민족 지도자들이 1904년 출옥해 대거 연동교회에 출석함으로써 민족교회로서, 그리고 서울 지역의 중심교회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YMCA와 YWCA를 창설한 게일 목사, YMCA 초대 총무 김정식, YWCA 초대 총무 김필례 등이 이 교회 출신이다.

1898년에는 초가 예배당 자리에 연동소학교를 개교한 뒤 민족 지도자들이 교회 안에서 국민교육회를 조직하고 1907년에는 연동주일학교를 세워 구국 및 교육운동의 계기를 만들었다. 민족의 교육과 봉사의 요람으로 통하는 연동교회는 교회창립 115주년이 되는 내년 10월에 '연동교회 애국지사 16인 열전'을 펴낼 계획이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