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교향악단이 초청 일본순회 연주해요” [중앙일보]
바이올린 연주자 백주영 교수
일 NHK서 직접 백 교수 찾아내 연주 부탁
“한국에 있어도 외국서 부르는 선례 남길터”
“어떻게 알려야할 지 몰랐어요.” 바이올린 연주자 백주영(32·서울대 교수·사진) 씨는 “연주자로서 참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나서서 알리기도 좀 그렇고…”라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일본 NHK 교향악단의 초청으로 다음달 연주하게 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백씨는 다음달 18~20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사가에서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와 함께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한다.
권위있는 외국 오케스트라가 한국의 연주자를 ‘찾아내’ 초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2월 도쿄 ‘아시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서 부천시향과 협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NHK 교향악단 관계자가 눈여겨 봤던 것 같아요.” 유료 관객이 거의 없어 제 돈으로 티켓을 사고 음악회를 여는 연주자가 대부분인 국내 음악계에 신선한 소식이다.
세 번의 연주회 티켓은 매진됐다. 백씨는 “부모님이 오시겠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자리가 없어서 혼났어요”라고 말했다. 샤를 뒤투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등의 명 지휘자가 거쳐간 NHK 교향악단은 일본 내에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주는 2005년 귀국한 백씨의 마음의 짐을 더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29세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최연소’라는 타이틀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한국에 정착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연주자에게 한국 정착은 곧 무덤’이라는 것은 음악계의 공공연한 인식이다. 외국 연주의 기회가 줄어들 뿐 아니라, 초대권 문화와 얇은 청중 층 때문에 국내 연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연주를 계기로 한국에 있어도 외국에서 계속 불러줄 수 있다는 예를 보이고 싶어요.”
‘최연소 교수’ 백씨는 모든 것을 빨리 했다.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기 전에 커티스 음악원에 진학했다. 이후 줄리아드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마친 것이 23세 때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은 걱정없이 공부했겠다’고 해요. 그때마다 제 ‘방황기’를 들려주곤 해요.”
커티스 음악원이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줄리아드의 도시 뉴욕으로 옮겨간 후 그는 바이올린을 놓고 1년을 보냈다. “왜 해야하는 걸까, 회의가 들었어요. 바이올린 뿐 아니라 너무 많은 길이 있다는 걸 알게된 거죠.” 방에 틀어박혀 의대와 로스쿨 입학 요강을 살펴보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나갔던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고 특별상만 네 개를 타면서 음악과의 사랑이 다시 시작됐다고 한다.
그 이후로 백씨는 스스로를 ‘들볶으면서’ 산다. “학생 지도와 연주를 병행하는 게 참 힘들어요. 사실 교수로서 최소한의 연주만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죠.” 그런데 그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무대에 선다. 금호아시아나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등의 실내악단에서 연주하며, 대관령 국제 음악제에도 매년 참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곡가들이 새로운 곡을 만들고 있어요. 평생 악보 한번 못 볼 작품도 많은데 어떻게 연주를 쉬겠어요.”
18세에 미국으로 간 백씨는 한 출판사의 바이올린 작품목록을 훑어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전부 연주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1주일에 두세곡씩을 익혔다. “국내 교향악단과 협연할 때 현대 음악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그 욕심의 연장선에 있다. 브람스·차이콥스키·시벨리우스의 ‘트라이앵글’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곡을 연주하고 싶다는 것이다. “젊은 연주자가 국내에 너무 일찍 안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백씨의 야무진 반박이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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