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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오로의 석관이 발굴된 로마 바오로성당의 모습. 바티칸 교황청은 11일 이곳에 묻힌 석관을 사도 바오로의 것으로 인정하고 참배객들에게 공개키로 했다. [로마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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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외곽에 있는 바오로성당 지하에서 발굴한 석관이 사도 바오로의 것임이 공식 인정됐다. 이 석관은 서기 1세기에 로마에 묻혔으며, 390년께 이곳에 성당이 들어서면서 그 지하에 자리 잡았다.
교황청은 바오로성당 지하에서 발견된 석관이 기독교계 정설대로 사도 바오로의 것임을 11일 공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바오로성당은 제단 밑 지하 무덤에 묻혀 있는 사도 바오로의 석관을 일반 신도들이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된 벽을 그 위에 설치했다.
발굴 전까지 사도 바오로의 석관은 콘크리트와 쇠창살로 둘러싸인 채 묻혀 있어 일반인이 볼 수 없었다. 다만 석관이 묻힌 지점 위에 '순교자 사도 바오로'라고 라틴어로 새긴 대리석을 설치, 그 아래에 석관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성당 측은 석관 안에 사도 바오로의 유해가 실제로 들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당 발굴팀의 고고학자인 조르지오 필리피는 "이 석관은 안에 유해가 들어 있는지와 상관없이 사도 바오로의 것으로 인정받았다"며, "교황청에 석관을 자세히 검사하고 궁극적으로 열어보기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바오로성당을 담당하는 안드레아 코르데로 란자 디 몬테제몰로 추기경은 "이 석관은 4세기 이후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석관이 두꺼워 X선 검사로 확인이 어려울 경우 교황의 승인을 받아 내부를 열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오로성당은 4세기 말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로마 제국의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가, 사도 바오로의 석관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지하 무덤 위에 세운 것이다. 그 뒤 바오로성당의 지하 무덤은 일반 신도들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으나, 1545년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1823년 바오로성당이 불에 탄 뒤 재건축 과정에서 지하 무덤을 콘크리트로 완전히 밀폐했다. 신도들이 사도 바오로의 석관을 관람하고 싶다는 요구를 계속 해오자, 성당 측은 2000년 석관 발굴에 들어갔다.
바오로성당은 바티칸의 베드로성당이 1622년에 헌당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가톨릭 교회로 알려졌다.
강병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