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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계 40억… 가난한 자를 고객으로 만들라

영국신사77 2007. 7. 17. 18:55
                [책]세계 40억… 가난한 자를 고객으로 만들라

 

 

세계 40억… 가난한 자를 고객으로 만들라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프라할라드 지음|유호현 옮김|럭스미디어|363쪽|1만6500원

▲ 서울의 대표적 빈곤층 거주지역인 개포동 구룡마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층을 돕는 옳은 방법은 무엇인가. 조선일보 DB사진
 
  브라질 최대 소매기업인 ‘카사스 바이아’(Casas Bahia)는 1,000만 명 고객 중 70%가 일정한 수입이 없는 빈곤층이다. 이 회사는 ‘파벨라’라는 빈민가 출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전국 330개 점포에서 한해 42억 레알(약 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자인 사무엘 클레인은 원래 집집을 돌며 담요와 침구·타월 등을 파는 방문판매업자였다. 그런 그가 대재벌 회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저소득층의 잠재적 구매능력을 일깨움으로써 거대한 빈곤층 시장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덕분이다.

  빈곤층을 ‘소비자’로 바꾼

 

  ① 첫째 비결은 소매업과 금융서비스업의 결합이다. 즉 물건을 파는 동시에 돈을 빌려 주는 대금(貸金)사업에 진출했다. 빈곤층의 수요를 최대한 키우면서, 돈을 떼이지 않는 이른바 저소득층 신용관리 기법도 독자적으로 고안했다.

 

  ② 두 번째 비결은 물류비용 ‘제로’를 향한 도전. 빈곤층에게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원가를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클레인이 주목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물류 창고와 운송 선단 운영을 통한 물류 비용 절감이었다.

  이처럼 저소득층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은 ‘카사스 바이아’ 만이 아니다. 멕시코 제일의 가전제품 판매업체 ‘엘렉트라’, 브라질 대중 패스트푸드 체인 ‘아비브’, 멕시코 최대 제빵기업 ‘빔보’. 이들은 모두 빈곤층 시장에서 한해 2조~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이다. 종업원 7만2000명에 한해 매출 37억 달러(3조5000억 원)인 빔보는 대형 수퍼마켓을 이용할 수 없는 멕시코의 저소득층에게 신선한 빵을 들고 찾아간다.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린 69만개 점포에 빵을 실어 나르는데 매일 2만5000대의 트럭이 투입된다.

 

  이들 기업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저소득층도 얼마든지 훌륭한 시장(市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미시건대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지구상에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저소득층 인구가 40억에 이른다. 그들은 그 동안 시혜(施惠)와 구호(救護)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기업에게 ‘도와주고 나눠주어야 할’ 기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기업들이 접근하기에 따라서 빈곤층도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로, 이윤을 창출하는 시장으로 얼마든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음을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입증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한 이후 국가와 기업의 경제 발전에 있어서 저소득층은 언제나 부차적인 대상이었다. 기업에게는 구매력이 높은 상위 계층이나 일정 소득 이상의 중산층만이 ‘고객’이고 ‘시장’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체제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구매력이 있는 기존 고객에만 기대어 비즈니스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주문한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을 새로운 눈으로 주목하라”. 그들은 다국적 기업의 성장과 발전의 원천인 동시에, 지구촌의 해묵은 빈곤 문제를 푸는 실마리도 제공한다. 빈곤층과 빈곤국에 대한 개발원조, 보조금 지급, 정부 차원의 복지 확대, NGO 지원 등과 같은 전통적 접근방식이 빈곤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들이 돈도 벌고 이웃사랑도 실천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이 있다면 귀가 확 트일 법하다.

 

  특히 음(陰)으로 양(陽)으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공헌 책임’을 강요 받고 있는 요즘 한국의 기업 관계자들에게 일독(一讀)을 권할 만하다.

 
 
 
이준 논설위원 junlee@chosun.com
입력 : 2006.05.19 23:4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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