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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랜드의 M&A 경영

영국신사77 2007. 4. 7. 02:41
                      [비즈니스] 이랜드의 M&A 경영  
                                                                                  2003.09.19  
 


“청년 이랜드여! 새벽을 깨우자.”
서울 창전동 이랜드 본사 정면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지난 8월말 붙여진 이 현수막은 이랜드 창립자 박성수 회장(50)이 2200여 그룹 전 직원에 던지는 화두 같다는 느낌이다.

혹시 박 회장은 ‘새벽을 깨우는 방법론’으로 M&A(인수합병) 전략을 택한 건 아닐까. 실제 올 들어서만 벌써 엘덴과 뉴골든, 캡스, 제이빔에 이어 데코까지 5차례나 잇따라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요즘 이랜드를 보면 M& A 전문기업 같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지난 1980년 신촌 보세의류점에서 출발, ‘가격파괴’로 성공신화를 써온 박성 수 이랜드 회장이, 이번엔 M&A 전략으로 제2의 이랜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을까.

 

                           ■올해만 데코, 제이빔 등 5차례 성사■

이랜드가 M&A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때는, 지난 2002년 6월 국제상사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부상했을 때부터다. 이때만 해도 재계는 ‘전년(2001년) 전계 열사 흑자로 여윳돈이 쌓인 이랜드의 공격경영’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올 들어 엘덴상사의 브랜드 ‘엘덴’(3월), 태승 어패럴의 ‘뉴골든’ ‘캡스’(6월)를 잇따라 인수하자, 시각이 달라졌다.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아 차리기 시작한 셈이다. 곧이어 터진 ‘데코’(8월 중순)와 성도 ‘제이빔’(8 월말) 인수는, 이랜드가 M&A를 사세 확장의 전략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그렇다면 왜 이랜드는 M&A에 뛰어든 걸까. 회사측이 밝힌 이유는, 한마디로 경영 효율성 때문이다. 문기환 상무는 “한 브랜드를 자체 개발해 띄우는 것보다, M&A를 통해 ‘덜 쓰고 많이 버는’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8개 계열사 32개 브랜드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M&A를 활용하는 것이지, M&A 경영을 펴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랜드측 설명이다. 실제 올 해 인수한 엘덴과 뉴골든 캡스는 모두 아동복 브랜드들로, 아동복 시장을 강화 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인수한 제이빔 역시 2001아울렛의 PB(자체 브랜드)로 활용하겠다는 시나리오까지 드러난 상태다.

분명한 사실은, 이랜드가 M&A 전략에 나서기까지 사전 시나리오가 탄탄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6월 불발에 그친 뉴코아 인수전에 뛰어들기 전, 유통업계 최대 규모인 1500억원에 달하는 자산 유동화 증권(ABS) 발행으로 자금줄 마련에 나섰다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랜드의 잇따른 M&A 시도는, ‘실탄’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지난해 국제상사 인수때 조희상 이랜드그룹 CFO(최고 재무 책임자)는, 당시 “4000억원에 달하는 은행예금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순익만 13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이상 성장한 800억원대 순익이 쌓인 상태다.

국제상사부터 엘덴→뉴골든, 캡스→데코→제이빔까지 인수하는 데 들어간 총 비용은 800억원 안팎. 국제상사와 데코 최대주주 등극까지엔 각각 550억원과 106억원이 소요됐다.

특히 데코 지분 40%를 인수하는 데 들어간 106억원은 지난해 박성수 회장이 선포한 ‘이익 10%를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밝힌 금액인 130억원에도 안되는 푼 돈(?)인 셈이다. 여기에 엘덴 등 4개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채 100억원도 들어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봤을때, 이랜드의 M&A 경영은 공격 위주의 무리한 확장 전략은 아닌듯하 다. 평소 “위기가 기회다”는 논리를 펴온 박 회장이, 내수 위축으로 경쟁사가 주춤할 때 M&A로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극대화하겠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셈 이다.

실제 업계에서도, 데코 인수를 통해 여성 캐주얼쪽을 보강, 종합 패션사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엘덴 등 3개 아동복 브랜드 인수는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고, 제이빔을 이천일아울렛 주력 PB로 키운다는 청사진도 나쁘지 않다. 다만 덜쓰고 많이 버는 효율경영에 성공했다는 평가는, 최소한 인수 후 6개월은 지나봐야 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투자위원회가 총 지휘 사령부■

이같은 이랜드의 확장 전략을 이끄는 실무 사령탑은 그룹 투자위원회다. 그룹 재무전문가들로 구성된 M&A위원회를 움직이는 리더는 이응복 그룹 부회장이다. 그는 이랜드가 보세 의류점 시절이던 84년부터 박 회장을 도와온 이랜드 그룹, 의 핵심 멤버다. 투자위원회가 판단을 내리면, 이 부회장이 직접 박 회장에 보고하는 결제라인을 거친다.

이랜드의 잇따른 인수를 결정하는 사령부가 투자위원회라면, 인수 주체는 계열사가 맡는다. 가령 국제상사는 이엘인터내셔날, 엘덴과 뉴골든, 캡스는 이랜드 월드, 데코는 이랜드가 책임지는 식이다. 각사 CEO가 각사 경영을 책임지고 박 성수 회장은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릴 때나 재가를 해주는 셈이다.

이랜드가 최근 잇따른 인수에 나서 재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그렇지, 알고보면 이랜드는 이전부터 M&A에서 재미를 봐왔다.

지난 96년 속초에 있는 켄싱턴호텔을 인수한 게 최초다. 특히 창업 후 20년간 단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던 켄싱턴호텔을 인수한 지 5년만에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4월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뉴코아와 킴스클럽 건물을 인수, 이천 일아울렛 분당점으로 바꿔 3개월만에 영업이익을 내는 경영의 묘를 보여줬다.

80년 구멍가게로 출발, 22년만인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 그는 외환 위기후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지식 경영’으로, 이랜드를 지난해 8개 계열사 32개 브랜드 전체 흑자로 돌려세웠다. 특히 지난해말 사업부별로 월평균 기본급의 450∼1100%를 지급,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목표는 전년보다 38% 성장한 1조4500억원 매출액에 순익 1430억원. 올해 이랜드의 경영 목표는, 최근 잇따라 선보인 ‘M&A 경영’의 성패가 한쪽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박인상 기자>
                                                                                                    자료원: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