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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랜드를 이끄는 사람들
'칭기즈칸式경영'도입…신개념 M&A로 거침없는 영토확장
이랜드가 재계의 '무서운 아이'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철저한 '칭기즈칸식 경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칭기즈칸은 드넓은 몽골 제국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자신을 닮은 장수를 키워서 몽골 제국 곳곳으로 보냈다. 박성수 회장 역시 제2ㆍ제3의 박성수를 양성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였다. 13세기 전반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칭기즈칸의 제국 통치비법에서 이랜드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을 차용해온 셈이다. 이와 함께 '잉글런드' 초창기 시절부터 박 회장과 동고동락하며, 사업뿐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이랜드 1세대 역시 이랜드의 드러나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
▶종교로 똘똘 뭉친 1세대=이랜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로는, 박성남 전 부회장, 방선기 목사, 이응복 부회장, 김영수 이랜드월드 공동 대표이사 등이 꼽힌다. 이 부회장을 빼놓고는 모두 1970년대 '성도교회' 대학부에서 박 회장과 동고동락했던 사이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 부회장과 김 대표만이 박 회장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박성남 전 부회장은 박 회장과 연세대 식품공학과 동기(박 회장은 대학 2학년 때 서울대 건축공학과에 재입학했다)로, 30년지기(知己)다. 대학시절에는 같이 무전여행을 하면서 '아이스께끼' 장사도 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하지만 그가 이랜드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1년부터다. 미국에서 돌아와 이랜드 사목으로 일하던 그는, 91년 이랜드의 부사장으로 정식 입사해, 주로 노무관계 등 박 회장이 나서기 곤란한 일들을 주로 맡아 처리했다. 특히 맨파워를 키우고 팀워크를 이루도록 관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가장 높았다.
방선기(55) 목사는 80년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퇴직금 일부를 '잉글런드'에 투자했다. 이랜드의 첫 투자자였던 셈이다. 방 목사는 미국에서 돌아와서는 박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지금까지 이랜드의 사목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응복(55) 부회장은 박 회장, 박 전 부회장과 함께 연세대 식품공학과 동기다. 졸업 후 5년6개월 정도를 동양제과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84년 이랜드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현재 이랜드 월드 대표이사 겸 그룹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그룹의 대외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안식년에 들어가 그룹 일에서는 당분간 손을 놓고 있다.
그가 이랜드에 입사해 처음 맡은 업무는 물류부(당시는 분배과). 입사 9년차까지도 박스를 날라, 사내에서는 '박스맨'으로 통하기도 했다.
"분명 물건을 분배하고 박스를 나르는 일은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일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모은 일은 다른 사람을 섬기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육체적으로 땀을 흘리는 과정을 각오해야 하며, 그것이 가장 기본입니다"라며 후배들에게 '박스 철학'을 설파할 정도로, 이랜드에서는 가장 종교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과묵하면서도 인내심 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영수(53) 이랜드 월드 공동 대표는 박 회장과 성도교회 대학부의 인연으로 82년 이랜드에 입사한 산증인이다. 성도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인 그는,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묵묵하게 직원들을 융화시키는 데에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경영관 아래, 그룹의 인사ㆍ복지ㆍ문화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캐주얼 숙녀복 브랜드인 '로엠'의 본부장을 거쳐 이엘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안식년에 들어간 이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성장엔진을 달다=초창기 창업공신에 이어, 이랜드는 지식경영과 유통의 2기를 거쳐, 오늘날의 인수ㆍ합병(M&A) 세대로 넘어 오고 있다. 의류사업에서 시작한 이랜드는, 안재흥 이랜드 대표와 오상흔 이랜드 리테일 대표,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 김현수 킴스클럽마트 대표, 이은홍 그룹 전략기획실장(네티션닷컴 이사), 박성경 데코 및 네티션닷컴 대표 등의 손에서 영토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안재흥(53) 이랜드 대표는 그룹의 패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워싱턴대에서 MBA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실력가다. 그룹 내에선 특히 치밀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전략가로 통한다. 건설 분야 대기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 그는 93년 이랜드에 입사했으며, 그룹 최고재무담당자(CFO)를 맡아 자금을 관리하기도 했다.
오상흔(43) 이랜드 리테일 대표와 권순문(42) 이랜드개발 대표는, 오늘날 이랜드의 실질적인 2인자로 통한다. 특히 오 대표와 권 대표는 이랜드그룹 내에서 'M&A의 귀재'로 불리며, 이랜드그룹 영토 확장의 키를 쥐고 있다.
지난 88년 이랜드에 첫 발을 들여 놓은 오 대표는, 그룹 내에서 '지식경영의 전도사'로 통한다. 대부분 죽음의 문턱에 내몰린 기업을 맡아, 지식경영으로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는 임무를 맡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푸마코리아, 2004년 뉴코아, 최근에는 홈에버(옛 한국까르푸)의 점령군으로 들어가, 카리스마적인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이랜드개발 권 대표의 몫은, 점포 개발에서부터 신규 투자ㆍM&A 등 이랜드그룹의 영토 확장과 맥을 같이한다.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LG그룹에 단 하루 출근한 후 이랜드로 적을 옮긴 그는, 오 대표와 마찬가지로 '정통 이랜드맨'으로 불린다. 89년 이랜드에 입사한 그는, 적은 규모의 자기자본으로 큰 규모의 자본을 동원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이은홍(45) 그룹 전략기획실장은 내유외강의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치밀하면서도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스리랑카 지사장을 거쳐, 현재는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의 유통 하이퍼(슈퍼)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현수(45) 킴스 클럽마트 대표는, 지적이면서도 현장중심의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86년 이랜드에 입사한 이후 이랜드 대표이사, 중국 법인장 등의 주요 요직을 거친 최종양(45) 뉴코아 대표이사는, 추진력이 강해 액션형 CEO로 통하고 있다.
박 회장의 동생인 박성경(48) 대표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 출신으로, 데코 및 네티션닷컴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이랜드월드와 제롤라모의 대표이사를 거쳤으며, 데코의 경영을 직접 맡아서는 시가총액을 4배 이상 끌어올리는 능력을 보였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m.com)
출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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