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믿음간증歷史

[역경의 열매] 최병준장로 (5) 한약 설명서에 성경구절 새겨

영국신사77 2007. 3. 20. 22:26
업데이트 : 2007.03.16 15:17:18
  [역경의 열매] 최병준 (5) 한약 설명서에 성경구절 새겨


"하나님이 너를 치료하여 너의 상처를 낫게 하리라"(렘 30:17)

내가 조제해 보내는 한약의 설명서 상단에 쓰여 있는 성경 구절이다. 설명서에는 금해야 할 음식과 복용법, 주의사항 등이 적혀 있기 때문에 누구든 약을 복용하기 전에 세심하게 읽는다. 그래서 나는 설명서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하나님의 말씀을 써넣어 자연스럽게 환자의 마음을 하나님께 인도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리스천 환자들은 많이 격려해주고 있다. 설명서를 읽기 전에 은혜로운 말씀부터 대하면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병이 훨씬 잘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반면에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 중에는 가끔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오랜 임상실험을 통해서 이 글귀를 읽고 약을 복용하면 큰 효험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친절히 설명해준다. 약의 효험을 좋게 하기 위한 일이라고 하면 대부분 환자들은 수긍한다.

내가 운영하는 '성도한의원'이라는 이름은 개업하기 훨씬 전부터 지어져 있었다. 하나님께 의미 있는 이름을 지어달라고 기도하다가 '성스럽게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이 떠올라 '성도'로 작명해 놓았던 것이다.

어쨌든 나는 기독한의사회의 도움으로 1973년 경희대 한의과를 졸업했다. 달리 말하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학업을 마쳤다. 그런데 대학만 졸업하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세상은 내 생각과 판이했다. 빨리 돈을 벌어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봉양하고 동생들 뒷바라지하겠다는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었다.

개업을 하려 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할 수 없이 한의원에 취업했다. 하지만 봉급이 얼마 되지 않았다.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낮에는 한의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왕진을 다녔다. 그렇게 3년 정도 고생을 하고 서울 노량진 집 근처에 '성도한의원'을 열었다.

"선생님, 저 솔직히 돈이 없습니다. 아내가 아기를 낳은 지 며칠 됐는데 지금 배가 아파 데굴데굴 구르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치료비는 나중에 꼭 갚을 게요."

빈촌에 개원하다 보니 돈 없이 찾아오는 환자가 하루에도 여러 명이나 됐다. 얼른 돈을 벌어 개원하면서 진 빚을 갚아야 할 처지인데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어쩌랴. 그럴 때마다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내게 간호사는 불평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대가"라며 웃음으로 넘긴다. 그날도 한 젊은이가 찾아와 애원을 했다. 할 수 없이 그를 따라 산동네 꼭대기까지 올라가 진찰을 하고 약을 지어줬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지어준 약을 먹고 아내의 복통이 씻은 듯 없어졌습니다. 약값은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우선 이것이라도 선생님께 필요할 것 같아 가지고 왔습니다. 집안에 물려 내려온 것이랍니다."

며칠 뒤 그 젊은이가 다시 찾아와 인사를 하고 작은 보따리 하나를 놓고 갔다. 그날 일과를 마치고 보따리를 끌러 보니 '의총소의' 원본이 들어 있었다. 동의보감 후에 정리된 한의서로 귀중한 책자였다. "할렐루야!" 나의 작은 섬김에 하나님이 주신 크나큰 선물이었다. 이후부터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게 무상이라는 생각이 없어졌다. 후에 어떤 식으로든 보답이 돌아온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또 실제로 그랬다.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네게 있거든 이웃에게 이르기를 갔다가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며"(잠 3:27∼28)

                                                                                     정리=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