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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신한류… 아름다운 화장실

영국신사77 2007. 3. 20. 15:08

         [조선데스크] 신한류… 아름다운 화장실

 

                                                                김창우 경기남부취재본부장 cwkim@chosun.com
                                                                                                            2007.03.19 23:14

    • 김창우 경기남부취재본부장
    • 주변을 둘러보면 확실히 좋아진 게 있다. 공중화장실이 바로 그렇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의 공중화장실은 예전의 그것과 판이하다.

      우선 청결함이 돋보인다. 바닥은 흙먼지 하나 없이 관리되고, 화장지와 비누가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놓여 있다. 귀도 즐거워진다. 모차르트의 감미로움과 요한 슈트라우스의 경쾌함, 더러는 흥겨운 댄스뮤직이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활짝 펴지게 한다. 방향제와 화분을 비치한 곳도 있으며 갖가지 명화를 담은 액자를 걸어 놓은 곳도 있다.

      이쯤 되면 외국인들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수출업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이 사업자가 프랑스 바이어를 모시고 용인에 있는 공장을 보여준 뒤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렀는데, 그 사이 화장실에 갔다 온 바이어의 표정이 환하게 변해 12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이 성사 직전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이 바이어는 공중화장실이 이렇게 깨끗한 나라는 처음 보았다고 말했단다.

      고속도로 휴게소만 달라진 게 아니다. 전국의 공중 화장실들이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온 국민이 하루 4~5회씩 드나드는 화장실이 이렇게 위생적으로 변모한 건, 수원에서 지펴진 ‘작은 불씨’가 전국으로 번진 덕분이다. 2002 월드컵축구대회 한국 유치가 확정된 뒤인 96년 말. 수원에선 공동개최국 일본보다 대회를 더 잘 치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심포지엄이 거푸 개최됐고 이를 통해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운동이 채택됐다.

      이 운동에는 정부도 초기부터 적극성을 띠었다. 시·군별로 아름다운 화장실 시상을 장려했고 필요 예산을 지원했다. 이후 정권이 두 번 바뀌었음에도 이에 대한 성원은 중단 없이 진행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건, 이 기간 중 국내 화장실 관련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해 종전의 수량 10%만으로도 말끔히 씻어내는 공기압축식 변기가 개발됐고 주변 기기들의 수출도 왕성해지고 있다는 것. 베이징올림픽에도 ‘한국형 화장실’이 공급된다고 하니 그동안의 기술혁신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잘 키운 ‘운동’ 하나가 이렇게 수많은 국민을 기분 좋게 하고, 외화까지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고무된 나머지, 수원에서 이 운동을 개시한 후 지난 10여년간 전국을 돌며 계몽활동을 펴왔던 ‘화장실 협회’가 명칭을 WTAA(세계화장실협회·World Toilet Association general Assembly)로 바꾸고, 오는 11월 11일 서울 COEX에서 세계화장실·욕실 EXPO를 겸해 세계총회를 개최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모두 70개국의 대표를 불러모을 예정이다.

      총회 개최의 주목적은 전세계를 상대로 이 운동을 펼쳐 나갈 본부를 서울에 세우고 회원 수를 확대해 향후 UN의 정식 산하기관이 되기 위한 디딤돌을 놓는 것. 이들은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를 또 하나의 한류로 발전시켜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 하면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의 나라’를 먼저 떠올리게 할 것이라고 한다.

      요즘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모두들 혈안이다.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와 거기에 동반될 하드웨어의 꾸준한 개발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없을까? 새로운 문화적 유행을 만들고 거기에 수반되는 소비재를 수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 아니던가. 이들의 세계총회가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