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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신문사들도‘파괴적 혁신’하라”

영국신사77 2007. 3. 20. 15:01
  • “대형 신문사들도‘파괴적 혁신’하라”
  •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경영학계 아인슈타인’크리스텐슨 교수, 미디어 산업의 미래 강연
    “子회사에 母회사 뒤집어질정도 자유 줘 새시장 개척을”
  • 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입력 : 2007.03.19 23:59 / 수정 : 2007.03.20 06:54
    • 인터넷, 무료신문 등은 주류 미디어인 신문과 방송 등에 위협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분석,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54)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인터넷, 무료신문 등은 기존 미디어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꾀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대형 신문사들도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만들어 대응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제64회 편협대화’에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조선일보’‘동아일보’등 신문사 이름을 한글로 직접 적어가며 강연을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 크리스텐슨 교수는 1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변용식·조선일보 편집인)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제64회 편협대화’ 강연에서 ‘파괴적 혁신’에 대해 설명하며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전망했다.

      ‘파괴적 혁신’이란 기존의 주류 기업이 제품의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존속적 혁신’과 달리, 기존에 없던 전혀 차별화된 기능으로 잠재적인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것을 뜻한다. ‘파괴적 혁신’은 소비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품 가격을 낮추며, 사용하는데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접근이 가능한 것이 특징.

      크리스텐슨 교수는 70년대 도요타가 소형차 ‘코로나’로 미국 대형차 위주의 시장에 진출, 저가시장에서 소비자를 확보한 후, 점차 상위 시장으로 옮아가 지금은 ‘렉서스’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신문시장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과 무료신문이 ‘파괴적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들 매체는 기존 대형 신문에 광고할 여력이 없었던 광고주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또 언론으로서 품질은 떨어지지만 무료·속보성이라는 강점을 이용해서 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고급 독자는 아니더라도, 그 하단의 독자층을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위기가 아니라, 미디어 시장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대형 신문사엔 기회”라고 말했다. “대형 신문사들도 모(母)회사가 발칵 뒤집어질 수 있는 정도의 자유를 자회사에 부여해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기존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자회사의 파괴적 혁신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또 싱가포르의 신문사를 컨설팅한 경험을 예로 들며 신문이 특정시장에서 하는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당 신문사에 일반 뉴스를 다룰 것이 아니라 어머니 입장에서 신문을 만들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아이들이 무엇을 배워야할지 등을 정리한 신문이죠. 그 신문사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2m3의 장신인 그는 사회자가 자신을 소개하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너무 커서 미안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어에도 꽤 능통한 그는 연설에 앞서 한국말로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모르몬 교회 선교사로 35년 전 한국에 왔었다. 그땐 한국말을 잘했는데 이제는 많이 잊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너무 잘해 한국말을 잊지 않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 ▲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가운데 하버드대 경영학과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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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데이트 : 2007.03.19 17:26:43
    “파괴적 혁신 있어야 신문 산다”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 강연


    [쿠키 문화] “신문사도 파괴적 혁신에 동참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기존 시장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다른 비즈니스 형태를 창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그는 1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미디어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초청강연에서 다양한 사례를 거론하며 미디어 시장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줬다.

    “미국 남부 팜스프링스의 한 신문사는 매주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신문을 발간합니다. 멕시코 출신 히스패닉계들이 많은 인구특성을 감안한 것이지요. 히스패닉 독자들은 이 신문을 보며 고향에 온듯한 친근감을 느끼게 됐고 이는 독자확장과 광고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겁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창하는 ‘파괴적 혁신’은 주류 기업이 제품 품질을 꾸준히 향상시키면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존속적 혁신’에 대비되는 개념. 기존 시장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수요와 소비를 창출해내는 일종의 경영전략이다. 그는 미디어 산업에도 이런 개념틀이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메트로나 무료신문은 언론의 질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상품입니다. 그렇지만 편리해요. 야후나 CNN닷컴 역시 접근성 있는 뉴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이들이 틈새시장을 장악하며 혁신을 계속해 나간다면 결국 주류 언론 시장은 잠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는 신문의 세가지 기능을 제시하면서 신문사들이 시장을 세분화한 뒤 각기 다른 수요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은 크게 세가지 이유로 신문을 읽습니다.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정보를 습득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죠. 메트로나 무료신문을 봐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야후나 포털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긴장을 푸는 데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유용하죠. 신문사의 경쟁자는 타 신문사가 아니라 바로 이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35년 전 선교사로 파견돼 강원도 춘천에서 활동한 덕분에 한국 신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크리스텐슨 교수는 “지금의 변화들은 위협이기보다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기업들만이 성장의 열매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호 기자 alethe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