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영화배우 문근영(19)씨가 문닫을 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청소년 공부방을 살리는 데 3억원을 선선이 내놨다.
문씨는 최근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종리 ‘땅끝공부방’이 입주한 빈집이 팔리면서 오도가도 못할 형편이라는 딱한 소식을 듣고 새 공부방을 차리는 데 3억원을 보태기로 했다. 이 공부방은 송지면 일대 42마을의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뿐인 가정의 5~18살 청소년 50여명이 방과후에 공부를 하고, 10여명은 숙식까지 해결하는 20평짜리 보금자리다.
문씨는 지난해 말 이 공부방에 토지 500평과 11인승 차량을 지원하는 데 1억원을 내놨다. 오는 3월부터 이곳에 컴퓨터실·도서실·놀이실·식당·목욕탕 등을 갖춘 50평짜리 건물을 신축하는 데도 2억원을 더 기부할 예정이다. 문씨의 어머니 류선영(46)씨는 지난해 10월21일 공부방을 불쑥 찾아왔다. 청소년들한테는 피자 10판을 전달하고, 3년째 공부방을 운영한 배요섭(50·아름다운교회 전도사) 김혜원(41)씨 부부한테는 위로를 건넸다.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묻더니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새 공간을 마련해줄 테니 땅을 구해보라’며 떠났다.
배씨 부부는 “달포 뒤 ‘왜 연락하지 않느냐’는 전화가 다시 왔다”며 “마침 급전이 필요한 마을 분이 밭 500평을 내놓았다고 전했더니 금새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부자를 알아차린 것은 지난해 12월16일 매매계약 때였다. 실명이 필요했고 배씨 부부가 ‘소유하지 않고 운영만 하겠다’며 한사코 계약·등기의 명의를 사양하는 바람에 문씨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이를 계기로 문씨 가족은 지난해 성탄절에 공부방 청소년 20여명을 광주로 초청해 정담을 나눴다. 문씨도 틈나는 대로 공부방을 찾아 일일교사로 나서고 청소년을 만나는 등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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