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책이다.
성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도입된 이래. 어떤 텍스트보다 많이 제작되고 보급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지나간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내다보며 지혜를 터득해온 창`(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하나의 책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도서관이다`(평론가 조지 스타이너) 등 오늘날에도 성서에 대한 상찬(賞讚)은 그칠 줄 모른다.
`성서의 역사`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성서에 대해 접근해 들어가는 책이다. 성서의 집필 과정이나 고대 근동의 모습과 역사적 사건들은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성서가 진화해 온 역사를 신학적으로 풀이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대신 성서라는 형태로 발간된 `책의 역사`를 다룬다.
성서라는 책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기술을 도입하여, 어떻게 더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져 왔는가 하는 출판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는 것. 책으로의 성서의 역사는 그 자체로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언어와 문학 더불어 수공업과 미술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에 수록된 더없이 훌륭한 도판들은 크나큰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오늘날 구약성서라고 불리는 문서는, 구전으로 전해 오다가 기원전 1000년께 `토라`라고 하는 모세5경이 일단 문자로 기록되고, 이어 기원전 6~7세기 예언서와 역사서가 히브리어로 기록되면서 오늘날의 구성을 갖췄다.
이것은 기원전 3세기께 그리스어로 번역됐는데, 이것을 통칭 `70인역 성서`라고 한다.
신약성서는 처음부터 그리스어로 집필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서의 서(書) 이름은 대부분 `70인 성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세기`는 그리스어 `창조`에서 나왔고, `시편`의 제목도 `손가락으로 뜯다`라는 그리스어에서 나왔다.
`바이블`이라는 단어도 `두루말이`를 뜻하는 그리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구약과 신약 성경들이 포함된 현재 형태의 성서가 등장한 때는 4세기 후반이다.
히에로니무스의 라틴어 번역본이 그것이다.
성서의 텍스트는 그후 1000여년간 큰 변화 없이 보존된다.
물론 이런저런 특기할 일들이 있었다.
11세기에는 양손으로도 들 수 없을 정도로 필사본 크기가 커졌는가 하면, 13세기에는 거꾸로 아주 자그마한 휴대용 성서가 주류를 형성했다.
13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책들 중 하나인 그림성서(사진)도 등장했다.
이미 사어가 돼버린 라틴어 대신 일상 언어로 성서를 번역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하지만 이는 기존 교회에 의해 엄격히 제지당한다.
그러나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성서의 역사는 곧 번역의 역사가 되고, 성서는 유럽 열강 식민주의의 첨병 구실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에서 유달리 자주 언급되는 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라는 `이사야` 40장 8절 구절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평생을 바쳐 성서의 말씀을 보존하고 퍼뜨리고, 연구하고 묵상하며, 실천하고 번역하고, 필사하고 인쇄하고, 제본하고 장정하고, 삽화로 그린 무수한 사람들의 노력과 그 결과물들을 지켜 보노라면, 이사야서에서 언급된 보이지 않는 영원이 구체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 확신이 드는 까닭이다.
[노현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