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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코닥의 몰락

영국신사77 2007. 2. 28. 15:34

                       [특파원 칼럼] 코닥의 몰락

 

김기훈·뉴욕특파원 khkim@chosun.com
입력 : 2007.02.27 22:41 / 수정 : 2007.02.28 00:36

    • 김기훈·뉴욕특파원
    • 요즘 미국 재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필름회사인 코닥이다. 새 사업이 번창하거나 창조적인 발명품 때문이 아니다. 경영 실패의 대표적 사례인 탓이다. 코닥은 연일 새로운 사업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언론의 평가는 우울한 잿빛이다.

      코닥. 126년 전인 1880년 은행원이던 조지 이스트먼이 사상 처음으로 유리판 필름을 발명해 세운 회사다. 코닥이 1달러짜리 카메라를 시판하고 아마추어용 16㎜ 영화 카메라를 내놓으면서, 미국과 세계의 대중은 머릿속에 아련히 남아 있던 추억을 현실의 기록으로 간직했다. 세계인들에게 코닥 카메라가 생필품이 되자 코닥의 사업은 번창했다. 제약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던 1984년의 직원수는 무려 14만5000명. GE(제너럴일렉트릭)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다우지수의 30대 기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최근의 소식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안토니오 페레스 최고경영자는 코닥이 수익성 높은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총 3만명의 인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4만명이던 직원수는 당장 올해 말에 2만8000명으로 줄어든다. 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나면 코닥은 번성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조그마한 기업이 될 것이다. 다우지수 목록에서는 이미 3년 전에 탈락했다.

      코닥이 왜 몰락했을까. 잘나가던 전성기에 현실에 안주하고 대세(大勢)를 읽지 못한 탓이다. 1980년대 정보기술(IT)붐이 일던 와중에 코닥은 디지털 시대가 되면 플라스틱 필름이 필요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에 뒤늦게 디지털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전성기의 영광에 집착해 기존의 필름카메라 사업 투자를 오히려 확대했다. 소비자 입맛과 정반대로 간 것이다. 그 대가는 혹독하다.

      일본의 캐논이 디지털 시장을 석권하며 번성하고 있는 동안, 코닥은 10년 넘게 감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원도 줄여보고, 프린터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의 분석은 회의적이다.

      기업의 천국인 미국에서 잘나가던 일류기업이 경영에 실패한 사례는 코닥뿐이 아니다. 지난 100년간 펩시콜라와 대결을 벌인 코카콜라는 지난 2005년에 1위 자리(시가총액 기준)를 펩시에 내주고 2위로 주저앉았다. 펩시가 콜라 등 기존의 설탕 음료 부문에서 벗어나 게토레이,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 아쿠아피나 생수 등 소비자들의 변화된 입맛에 적극 부응하는 동안 코카콜라는 기존사업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차업체들의 위기도 전성기 시절에 남발한 각종 혜택과, 중국과 인도의 부상에 따른 고유가를 예측하지 못하고 배기량 큰 차에 주력한 결과다.

      작년 호주의 콴타스 항공을 인수한 사모펀드 TPG그룹의 데이비드 본더만 회장은 지난 20여년간 큰 돈을 번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잘 살펴서 탄 결과”라고 했다.

      한국은 10년 전에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월스트리트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다행히 10년이 지난 지금, 살아남은 한국기업들은 궤도를 되찾아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기업에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코닥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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