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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수석 입학·졸업 → 서울대 의대 편입

영국신사77 2007. 2. 27. 11:43
포스텍 수석 입학·졸업 → 서울대 의대 편입 [중앙일보]
`이공계 위기 본질은 인재 아닌 비전 부재`

부산 과학고 재학 때부터 각종 과학경시대회 금상을 휩쓴 재원, 고등학교 2년 만에 조기 졸업, 포항공대 수석 입학.수석 졸업(화학과), 제1기 대통령 과학 장학생….

14일 열린 포스텍(옛 포항공대) 졸업식에서 학부 수석 졸업자의 영예를 차지한 김영은(22.여.사진)씨. 22년의 짧은 이력만 봐도 '한국 과학계의 미래'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김씨는 졸업과 함께 실험실을 뛰쳐나왔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서울대 의대 편입시험에 합격해 다음달부터 본과 수업을 듣는다.

<관계기사 8면>

왜 '잘 나가는 과학자'의 꿈을 접었을까. 기자는 포스텍 수석 졸업자가 서울대 의대로 옮겼다는 얘기를 듣고 김씨를 접촉했다. 26일 낮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이공계에선 박사 학위를 따도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공계 위기는)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지금까지의 경력만 보면 과학자로 대성할 가능성이 큰데.

"교수님께서 유학만 가면 어렵지 않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교수직도 개런티(보장)가 되는 길이라고 말해주셨을 때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초과학자가 되겠다는 미련을 버린 지금은 인체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과학자 꿈은 어떻게 가지게 됐나.

"중학교 때 만난 과학선생님 영향이 컸다. 칠판에 쓰고 외우는 과학이 아니라 비커와 스포이트를 이용해 직접 실험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호기심이 과학자의 길로 이끈 것 같다."

-대학생활은 어땠나.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진 생화학 공부에 빠지면서 과학자의 길을 차근차근 밟았다. 그러던 중 연구실의 선배들을 보면서 회의가 들었다. 유명 저널에 논문을 실으려고 연구하는 것 같았다. 뛰어난 과학자가 아닌 유수 대학의 교수가 목표였다. '연구는 수단에 불과하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실망하기 시작했다."

-이공계의 위기라고 하는데.

"우수 학생이 몰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학부 졸업하고 일반 기업에 취업하면 허드렛일이나 한다. 화학과는 설거지(실험기구 청소), 공대는 공장 관리를 맡는다고 자조 섞인 말들을 한다."

-박사가 되면 다르지 않겠나.

"박사를 따도 마찬가지다. 진급에 한계가 있고, 이른 나이에 잘릴까봐 걱정하는 선배가 많다."

-실험실의 분위기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실험실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놀아도 연구실에서 놀아야 한다' '아파도 쉰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이다. 효용과 창의성을 기대하기 힘든 풍토다."

-교수들은 어떤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교수가 왕'이라는 생각이 일반화된 것 같다. 학생을 '내가 성장시켜야 할 인재'라고 감싸는 게 아니라 부리는 존재로 보는 듯하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가르쳐 주기보다 복종을 강요할 때가 많다. '대학원생은 군인과 똑같다'는 말도 있다."


                                                                                                                             권호 기자

 
2007.02.27

 

 

 

    정원 50명 서울대 생명공학부 30여명이 `의사 되겠다` 도전 [중앙일보]
                       이공계 출신들 `의학고시` 열풍

서울대 졸업식이 열린 26일. 이 학교 황동기(26.생명과학부 4년)씨는 선배와 동기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는 것을 미룬 채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의학대학원)에 진학하려고 올 8월에 치를 의학교육 입문검사(MEET)를 준비 중이다. 황씨는 "전공을 살려 유학을 가려 했지만 학위를 받는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어서 의학대학원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대학가 이공계에 '의학고시' 열풍이 불고 있다. MEET와 치의학교육 입문검사(DEET)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공계 학생 중 상당수는 입학하면서부터 의학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도서관과 학원을 오가며 MEET.DEET를 준비하기에 바쁘다. 생물학과나 화학과 등 시험에 유리한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공계는 지금 의학고시 열풍=2005학년도에 각각 749명과 1548명이던 MEET.DEET 응시자는 2007학년도에 2398명과 1640명으로 늘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만 지난해 30여 명이 MEET.DEET에 도전했다. 한 학년 정원이 50명에 불과한 데다 졸업(예정)자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수치다.

연세대 출신 박모(25.여)씨는 대학 입학 직후부터 의학대학원을 노린 경우다. 2000년 이과계열에 합격한 그는 MEET에 유리한 화학과 생화학을 이중 전공했다. 2005년 4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의학고시를 준비한 끝에 지난해 K대 의학대학원에 합격했다. 그는 "수능시험 이후 재수할까 고민했지만 의학대학원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방향을 정했다"며 "개인적으로는 꿈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관련 학원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유웨이중앙교육에서 운영하는 서울메디컬스쿨의 경우 지난해 1월 400여 명이던 수강생이 올해는 1200여 명에 달했다. 이 학원 이구(31) 부원장은 "재수.삼수생들도 합류하면서 의학대학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학고시 열풍 때문에 기초과학 분야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A교수는 "의학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생명과학부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에게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쇠 귀에 경 읽기'"라고 털어놨다. 이어 "기초과학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된 데다 정부 지원도 사실상 전무해 학생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허점 보인 정부 지원책=이공계 위기와 관련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운영 중이다. 우수 학생의 이공계 대학 진학 장려와 이공계 우대 정책으로 2003년 도입된 '대통령 과학장학생 제도'가 그중 하나다. 대통령 과학장학생이 되면 매년 1000만원씩 장학금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국내 장학생 507명을 대상으로 모두 112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507명 가운데 자퇴와 성적 미달로 지원 중단된 인원이 각각 16명, 19명이다. 자퇴생 중 2명은 의대에 진학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졸업생 52명을 배출한 1기 중에서도 최소 6명 이상이 의학대학원이나 의대 편입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금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과학재단 측은 "소수 이탈 학생의 진로 문제까지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다"며 "4월 초 1기 졸업생들의 진로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나오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권호 기자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DEET(Dent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의학교육 입문검사와 치의학교육 입문검사를 일컫는 우리나라의 시험제도. 2004년 처음 도입돼 매년 8월 한 차례 시험을 치른다. 각각 언어추론과 자연과학추론Ⅰ(생물), 자연과학추론Ⅱ(물리.화학 등)의 세 개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지원자는 MEET 성적을, 치의학전문대학원 지원자는 DEET 성적을 지원 대학원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200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