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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에 女風 몰고온 신임女판사 4명 ‘톡 톡 토크’

영국신사77 2007. 2. 26. 14:04

“재판때는 못웃으니까 얼굴이 점점 네모져요”

사법부에 女風 몰고온 신임女판사 4명 ‘톡 톡 토크’
밤새는 판사 많은데 사법부 불신 속상해
여판사들 앞에서는 당사자들 쉽게 마음열어

신은진기자 momof@chosun.com
 2007.02.26

    • “얼굴이 점점 네모형이 되는 것 같아요. 재판하면서 방실방실 웃을 수는 없잖아요. 무표정하게 계속 있게 되니까 여(女) 판사들 얼굴이 점점 비슷해져요.” “밤새워서 일하는 판사도 많고 다들 열심히 하는데 최근 몇 개 사건 때문에 사법부 전체 신뢰가 떨어진 거 같아 속상해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열심히 하면 국민들이 법원에서 하는 일을 전적으로 믿어주는 날이 오겠죠.” 지난 21일 새로 임명된 여 판사는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예비판사와 예비판사 2년을 마친 신임판사를 합쳐 104명으로, 전체 판사 187명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 판사의 비율은 한 자리 숫자였지만, 올해는 20%에 육박했다. 사법부가 여풍(女風)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서울중앙지법 소속의 신임 여판사 4명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 ▲ 지난 21일 임명된 송인경, 현낙희, 이수진, 이지영(왼쪽부터) 신임 판사가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앞에서‘법원 속의 여판사’에 대해 얘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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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간 예비판사 생활을 한 이들은 여 판사이기에 좋은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여 판사들이 조정(調停·양쪽 당사자가 화해하도록 중재하는 절차)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당사자들도 쉽게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이수진·28) “법정 분위기가 좋다고도 해요. 개인차는 있겠지만 여 판사가 재판장이면 진행을 부드럽게 한대요.”(이지영·30) “성폭력 범죄는 과거에는 형(刑)이 낮았는데, 요즘은 시대가 바뀌고 여 판사가 늘어나서인지 형이 엄격해졌죠.”(현낙희·27) “사건 청탁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요. 일단 여 판사들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술과 골프에 관심이 덜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송인경·31)

      이들은 여 판사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 판사라고 하면 ‘못 생겼다’, ‘무섭다’, ‘안경을 썼다’고 상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현 판사는 “시아버지 친구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며 결혼식장에 오셨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다’며 놀라셨대요. 판사라면 형사재판장을 생각해서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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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판사로서의 고충도 있다고 했다. “사법연수원에서 짝을 만나지 않으면 결혼하기도 힘들어요. 여 판사는 인기가 없대요. 어떻게 판사 부인·며느리를 모시고 사냐는 거죠.” 실제 이들 4명의 여 판사 중 기혼인 3명은 모두 연수원에서 배우자를 만났다.

      이들은 “2년의 예비판사 경험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며, 그 예로 지난 21일 판사 임명식을 들었다. 이수진 판사는 “예비판사들은 옷차림이 좀더 자유분방했지만 2년간 예비판사생활을 한 신임법관들은 그렇지 못해서 딱 구분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신임 여 판사들은 이날 한결같이 검은 스타킹을 신었는데, 예비판사들은 살색 등 다양한 스타킹을 신어서 쉽게 구분이 됐다. 아무래도 판사 생활을 하면 좀더 조심하고, 보수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정식 판사로 재판을 하고 있는 이들은 최근 ‘석궁테러’ 등 사법 불신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지영 판사는 “연수원 시절 법정에서 방청할 때 피고인을 보면서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어 이렇게 선고한다’며 자세히 설명하던 부장판사님이 생각난다”며 “그런 작은 노력들을 쌓아가면 언젠간 사람들이 법원이 하는 일을 믿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송 판사는 “법원은 바른 결론을 내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을 감싸 안아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물론 판사들의 업무부담은 늘겠지만 당사자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정확한 결론을 위해서도, 또 당사자를 위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또 애정을 갖고 법원을 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 판사는 “일반 사람들은 판사가 1주일에 이틀 정도만 재판하고 나머지 날은 논다고 생각하는데, 재판 시간보다 기록보고 고민하고 판결문 쓰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더 많다”며 “우리도 노력하겠지만 국민들도 사법부를 믿고 지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판사들은 최근 한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이 사법불신에 일부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요구한 일에 대해서는 “그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끼리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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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진기자
    입력 : 2007.02.25 23:59 / 수정 : 2007.02.26 03:2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2/25/2007022500544.html
    그녀들, 법원을 바꿨다

    • 사법부에 불어 닥친 여풍(女風)은 법원을 변화시켰다. 여성판사들이 늘면서 법원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개의 ‘통합재판부’를 만들었다. 원래 재판부는 재판장과 2명의 배석(陪席) 판사로 구성되는데, 통합재판부는 배석판사가 3명이다. 출산·육아 문제로 중간에 휴직을 하는 여성 판사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판사가 1명 더 많은 재판부를 만든 것이다. 여성 판사들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재판 날에만 다른 판사가 대리로 재판정에 참석하기도 했다. 몸만 빌려준다고 해서 이런 판사를 ‘몸판사’라 불렀다. 여성 판사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몸판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제도적으로 통합재판부를 만든 것이다.

      여성판사들의 약진(躍進)은 법원 인사제도까지 바꾸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할 때 여성들이 상위권에 대거 분포해 있기 때문에 성적 순으로만 배치하다 보면 1순위인 서울중앙지법에 여성 판사들이 몰리는 경우가 생겼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은 중앙지법 외 다른 법원을 끼워넣어 여성 판사들을 배치한다. 일부에서 법관을 배치할 때 성적뿐 아니라 나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법원 문화도 바뀌었다. 합의 중에 문을 열어놓고 하는 부장판사도 있다. 원래 합의는 밖에 내용이 새나가지 않도록 문을 닫아놓고 한다. 그러나 혹시 여성 배석판사와 단둘이 문을 닫아놓고 있으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문을 살짝 열어놓고 합의하는 남성 부장판사들이 많다.

      회식 문화도 바뀌었다. 폭탄주 마시고 늦게까지 어울리는 것에서 미술전시회·뮤지컬을 보고 차 마신 뒤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판부 회식 때 마작을 하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일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