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판사들 경력도 다양하네
동시통역사·약사·고교 사회교사…
어제 예비법관 90명 임명… 회계사·변리사 ‘경력 화려’
전기공학 등 이공계도 10명
이길성기자 atticus@chosun.com
입력 : 2007.02.21 23:49
- 21일 서울남부지법 예비판사로 임명된 정하경(여·32)씨는 동시통역사 출신 법관 1호가 됐다. 예비판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실무수습을 거쳐 2년 뒤 정식판사로 임용된다.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외국어대 통·번역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정씨는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딴 팔방미인. 한·영 동시통역사,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컨설턴트, 공정거래위원회 계약직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날 법관 임명장을 받은 예비판사들 중에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법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시 46회(사법연수원 36기)에 합격한 예비판사 90명 가운데는 동시통역사 외에도 교사·변리사·약사 등 전문직 자격증을 지닌 법관이 8명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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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여·39) 대전지법 예비판사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 자격증을 딴 뒤 변리사 시험에도 합격, 8년간 특허소송을 맡았다. “공부 욕심이 많아 사시에 도전했다”는 그녀는 “지적재산권 관련 재판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은 하나도 따기 어려운 자격시험을 3개씩 통과한 정씨와 이씨는 “그래도 역시 사법시험이 가장 어렵더라”고 했다.
서울대 사범대 출신인 박영수(여·38) 청주지법 예비판사는 93년부터 7년간 고교에서 사회를 가르쳤다. 아이들은 빠르게 바뀌는데 자신은 정체돼 있다는 생각을 하다 지난 2000년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박씨는 “학창시절 모범생이기만 했을 동료 판사들보다는 체험 면에서 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다행히 제자 중에 ‘법관 선배’는 없다”며 웃었다.
이 세 명은 모두 꿈을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선 늦깎이 ‘주부 판사’들로, 든든한 ‘외조(外助)’의 덕을 봤다. 정씨와 박씨는 남편이 각각 변호사와 판사이고, 이씨의 남편은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이다.
이들 열혈 주부 법관을 포함, 법조계 내 여성 강세 현상은 임명식장에서도 한눈에 드러났다. 가나다 순으로 임명장을 받는 과정에서 10여 명이 연이어 여성만 호명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비판사석 맨 앞줄 10명이 모두 여성이어서 친한 사람끼리 앉은 줄 알았는데 순서대로 앉았을 뿐이라고 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임명된 판사 97명 중 47명(48%)이, 예비판사 90명 중 57명(63%)이 여성이었다. 현재 여성 법관비율은 15.4%. 성적 상위자들이 지망하는 서울소재 법원의 경우 임명된 예비판사 26명 중 18명(69%)이 여성이었다.
컴퓨터공학·전기공학·건축학 등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도 10여 명이나 됐다. 김태형 대전지법 예비판사와 권창환 수원지법 예비판사는 서울대 공대, 김희영 천안지원 예비판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를 나온 변리사 출신이다. 김희영 예비판사는 윤나리 서울중앙지법 판사(연수원34기)에 이어 KAIST 출신으로 두 번째 판사가 됐다.
김국식 부산지법 예비판사, 김혜선 의정부지법 예비판사, 김혜란 서울중앙지법 예비판사는 서울대 공대, 김이경 전주지법 예비판사와 남신향 창원지법 예비판사는 각각 서울대 건축과와 수학교육과를 나왔다. 양희진 서울중앙지법 예비판사는 연세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했고, 이지영 대전지법 예비판사와 최규진 수원지법 예비판사는 약사 자격증이 있다.
이날 이후 법원 내 부부 법관은 6쌍이 더 늘었다. 이 중 김용태 대구지법 판사와 차지원 서울중앙지법 판사, 안승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와 김민아 전주지법 판사, 양상익 청주지법 판사와 유현영 전주지법 판사는 연수원(34기) 커플이었다. 김용철 전 대법원장의 외손자인 이재경 서울중앙지법 예비판사와 박해성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딸인 박가현 서울남부지법 예비판사, 최세모 변호사의 딸인 최우진 수원지법 예비판사도 이날 임명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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