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수르(아수르·Asshur)는 메소포타미아 북부 지역에서 일어난 아시리아 제국의 첫번째 수도이다. 이곳은 현재 이라크의 모술(니느웨)에서 티그리스 강을 따라 남쪽으로 약 100㎞ 떨어진 칼라트 세르가트(Qalaat Shergat)라는 유적지이다. 오늘날 이라크 에 있는 성경의 도시들은 대부분 구약시대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앗수르는 바벨론(바빌론) 다음으로 성경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중요한 도시이기 때문에 앗수르에 대한 나의 기대 역시 컸다.
그곳에 가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니느웨로 가는 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자 동쪽으로 계속 티그리스 강이 보였다. 1시간쯤 지나 중간에 사마라라는 곳에 들러 그레이트 모스크 알무타와킬 사원의 첨탑을 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회교 사원의 탑이 햇살과에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마치 파괴된 바벨탑을 연상케 했다. 본래 이 탑은 847년 벽돌로 축조된 나선형 첨탑으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는 고대의 탑 형태를 알 수 있는 귀중한 탑이다. 원래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란 뜻) 지역은 흙문화이고 또 평지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하는 신전은 인위적으로 탑을 쌓았다.
사마라를 떠나 120㎞쯤 강변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자 드디어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인 앗수르 유적지가 나타났다. 구약 성경에서 앗수르는 도시와 나라 이름 외에 사람 이름(창 10:22)과 왕의 이름(창 10:11)으로 자유롭게 사용되었다. 북부 메소포타미아 요충에 자리잡고 있는 앗수르는 길이 약 1.5㎞,너비 1㎞ 정도의 큰 도시로 티그리스 강변에 지정학적으로 좋은 위치에 세워졌다. 북쪽과 동쪽은 강이 자연적인 방어를 해주고 있으며 남쪽과 서쪽에는 방어벽을 건립,도시를 방어했다. 창세기 2장의 에덴동산에 대한 기사에 보면 에덴동산에서 흐르는 4개의 강 중 힛데겔 강은 앗수르 동편을 흐른다고 기록되어 있는데(창 2:14) 유적지에 도착해보니 바로 옆에 티그리스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에덴동산의 세번째 강인 힛데겔은 오늘날 티그리스 강을 가리킨다.
유적지 입구로 들어서면 작은 아치 모양의 문이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조금 들어가면 지구라트가 남아있는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지구라트도 신전탑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바벨탑은 이런 지구라트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앗수르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했으며 BC 2400년쯤 아시리아라는 이름으로 도시국가가 형성되었음을 고대 문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후 샴시 아다드 1세(BC 1813∼1781년)가 도시국가를 지배하던 왕조를 무너뜨린 후 이곳을 메소포타미아 중심도시로 발전시켰다. 이어 BC 14세기쯤에는 아시리아 제국이 형성되면서 제국의 수도가 되었다.
BC 9세기 앗수르의 살만에셀 3세는 기존의 방어 성벽을 배로 크게 확충했다. 그러나 산헤립(BC 704∼681) 때에는 수도가 100㎞쯤 북쪽에 있는 니느웨로 옮겨갔다. 이후 아시리아 제국은 BC 7세기쯤부터 쇠약해지기 시작하여 BC 614년에 메대(메디아)와 바벨론의 연합군에 의해 함락되고 BC 612년에는 아시리아의 니느웨도 함락됐다. 당시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아슈르우발은 최후의 보루인 하란의 탈환을 위해 이집트의 바로 느고의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이때 유다의 요시아왕은 이시리아를 도우러 가려는 바로 느고를 므깃도에서 저지하다가 전사했다(왕하 23:29∼30). 결국 아시리아 제국에 멸망 당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시리아의 여러 곳에 강제로 이주되어 훗날 사마리아인이라 불리는 잃어버린 12지파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앗수르도 BC 610년 메대와 바벨론의 공격을 받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아시리아에 대한 발굴은 비교적 늦게 시작되어 내가 방문했던 2001년까지 발굴이 계속되고 있었다. 발굴 결과 BC 2500년 전후에 세워진 이슈타르 여신전은 앗수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었음이 드러났고 이후에 여러 왕들이 왕궁과 신전들을 건축했다. 앗수르 남쪽 지역에서는 앗수르 니라리 1세가 BC 16세기쯤 건설한 2개의 신전,곧 달의 신으로 여겨졌던 신(Sin)을 섬기던 신전과 해의 신이었던 샤마슈(Shamash)를 섬기던 신전이 있었다. 북쪽 지역에는 아다드 니라리 1세,디글랏빌레셋 1세,아슈르나시팔 2세,산헤립 등 역대 왕들의 왕궁들이 있었고 근처에는 왕들의 무덤들이 있었으나 발굴전에 이미 도굴되어 돌로 만든 몇 개의 관들만 남아 있어 귀중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바벨론 제국에 앞서 당대에 메소포타미아와 그 주위의 세계를 지배했던 아시리아 제국과 그 수도인 앗수르. 그러나 오늘날 그 모든 영광은 사라지고 유적마저 상당히 도굴되어 그 흔적과 기록마저도 다 알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티그리스 강만이 앗수르의 흘러간 역사의 증인처럼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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