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은 인류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는 도시의 이름인 동시에 고대 바벨론 나라의 명칭이기도 하다. 도시 바벨론은 메소포타미아의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시날 땅에 위치한 성읍이다. 이곳에 대해 성서는 니므롯이 에렉,악갓과 함께 세운 도시로 기록하고 있다(창 10:10).
지금은 이라크 전쟁으로 일반인은 이곳을 찾아갈 수 없지만 내가 이곳을 방문했던 2001년에는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금수조치와 비행이 금지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요르단 암만에서 육지를 통해 들어갔다. 요르단 암만에서 이라크 암만쪽 국경인 알카라마까지는 331㎞,국경에서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까지는 약 400㎞,바그다드에서 바벨론 유적지까지는 남쪽으로 80㎞ 정도의 거리에 있다.
고대 성서시대에는 오늘날 시리아 사막을 관통하는 길이 아닌 알렙포를 거치는,더 북쪽으로 난 길을 이용했다. 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으로 잡혀간 후 그곳에서 살던 유대인 중 고관이 된 느헤미야는 당시 바벨론을 멸망시킨 페르시아(바사)왕의 허락을 받아 예루살렘으로 올 때 위험하지만 빠른 길인 오늘날 남쪽의 시리아 사막을 관통하는 길을 택했다. 그래서 성경에 보면 느헤미야는 무사히 예루살렘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아하와 강가에서 금식하며 기도했다(스 8:21∼23). 그러나 오늘날에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요르단 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하루에 갈 수 있다.
나도 하루에 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가기 위해서 이라크 국경까지 가는 장거리용 택시를 대절했다. 택시는 시리아 사막을 관통하는 국도를 따라 시속 130㎞로 달렸다. 그러나 차로 하룻길이 어디 그렇게 쉬운 길인가! 암만에서 우리 일행을 태운 택시는 5시간이 지나서야 이라크 국경에 도착했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국경을 통과하여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까지 다시 400㎞ 정도를 달려야 했고 바그다드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하루의 피로를 바그다드의 호텔에서 풀고 이튿날 역사적인 바벨론 유적지를 찾았다.
고대 바벨론 유적지는 오늘날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50㎞,힐라 북쪽 8㎞ 지점에 있다. 이 고대 유적지에는 북쪽에 바빌 언덕과 남쪽의 메르케스 및 호메라 언덕들이 있다. 바벨론 전통에 따르면 이곳은 마르두크에 의해 건설되었다가 BC 2350년 사르곤 1세에게 파괴되었다. 이후 부흥과 파괴가 반복되다가 BC 539년 바사에 점령되고 벨사살 역시 그 해에 사망했다(단 5:30).
바벨론 유적지에 도착하여 처음 방문한 곳은 느부갓네살 왕궁터였다. 복원된 이슈타르 문을 향해 들어가자 문에는 마르두크신을 상징하는 무스루슈(뱀과 사자 모습에 독수리발톱을 가진 괴물) 575마리와 황소 모양의 하다드가 번갈아가며 부조되었다. 본래 이슈타르 성문은 2개의 탑이 있는 12개의 문으로,청색과 흑색의 유약으로 처리된 벽돌로 만들어졌다. 성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느부갓네살 궁전이 상당 부분 복원되어 있다. 이 왕궁은 나보폴라살이 건축하여 그 후계자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왕궁 입구로 들어가면 넓은 궁정이 있고 옆에는 왕의 친위대 막사가 있다. 계속 넓은 복도를 지나면 첫번째 궁정보다 약간 큰 세번째 궁정에 이르고 그 남쪽에는 왕실이 있는데 벨사살왕이 1000명을 초청하여 잔치를 벌였던 장소로 추정된다(단 5;1). 그리고 왕궁에 이어 서쪽의 강을 볼 수 있도록 세워진 2개의 돌출 건물들은 왕과 왕비 및 수행원들의 거처로 보인다.
평지에 건설된 바벨론은 이중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임구르 엔릴이라 부르는 내벽은 6.5m 두께의 진흙 벽돌로 건설되었으며 이 성벽에는 18m 간격을 두고 돌출된 길이와 망대가 100개 이상 세워져 있었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궁전을 본 후 조금 떨어진,바벨탑을 쌓았다고 주장되는 곳을 찾아갔다. 지금은 벽돌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나라 중 하나인 바벨론의 영광은 오늘날 대부분 파괴되고 문헌과 유적으로만 남아 있다. 다니엘은 바벨론으로 사로잡혀가 바벨론 멸망 후까지도 예언 활동을 했다. 성경에서 이 바벨론은 교만의 성으로 나타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렇게 강하고 화려했던 바벨론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페르시아 제국을 앉혔다. 당시 세계를 지배했던 바벨론의 폐허를 보며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심을 눈으로 확인한 하루였다.
(photobib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