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대확장으로 경제 재도약”
파나마 르포 <上> “더 큰배 유치해 ‘美洲 허브’로 거듭나자”
7년간 52억 달러 투입… 물동량 2배로
정부, 운하 주변을 특구로 지정 ‘붐’ 조성
파나마시티·콜롱=전병근특파원 bkjeon@chosun.com
입력 : 2007.02.16 22:48
-
나라보다 운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중미(中美)의 소국 파나마가 대도약을 시작했다. 남·북미를 잇는 잘록한 허리에 해당하는 인구 300여만 명의 이 나라는 작년 10월, 93년 된 운하를 확장하는 52억 달러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7년이 걸리는 이 공사를 통해,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무역·교통·금융 허브로 재도약하겠다는 파나마의 현지 모습을 두 회에 걸쳐 소개한다.
“승객 여러분, 왼쪽 창밖으로 운하가 보일 겁니다.”
15일 기내 방송에 고개를 돌려보니 길게 놓인 지협(地峽) 아래 위로 물길이 나 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토목공사’라는 파나마 운하다. 파나마 시티 도심에서 차로 1시간30분쯤 떨어진 대서양 쪽 가툰 갑문 전망대. 큼지막한 욕조처럼 보이는 갑실 안으로 ‘싱가포르 현대’란 알파벳이 또렷한, 육중한 배가 컨테이너를 잔뜩 실은 채 천천히 들어왔다. “길이 290m에 폭 30m, 4만2000~4만7000t 파나맥스급”이란 설명에 이어 “통행료는 21만5110달러”란 방송이 나왔다. 선체는 조금만 기울어도 갑실 콘크리트 벽을 긁을 판이다. 갑문 안의 수위에 따라 배가 내려가는 동안, 인부들과 은색 예인기관차들은 선체의 균형을 유지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하루만 38척의 대형 선박이 운하의 북쪽 대서양과 남쪽 태평양을 오갔다.
하지만, 이날 장면은 운하의 현실을 말해준다. 현재로선 조금 전에 통과한, 폭32m·길이294m·흘수(배가 물에 잠긴 깊이)12m까지의 ‘파나맥스’급 선박만 통과가 가능하다. 최근 증가하는 ‘포스트 파나맥스’급 선박은 통행 불가다. 그래서, 운하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제3의 갑문을 만들고 진입로도 더 넓고 깊게 만드는 공사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억8000만t에 달하는 한해 통과 물동량은 최대 6억t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된다. 파나마대 건축학과 4년생인 비센테 가르시아는 “운하가 확장되면, 나라가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운하는 1999년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은 이래, 파나마인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릇을 톡톡히 한다. 90여 년 관리하던 미국이 손을 떼면 운하가 운영이 되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6년 만에 파나마 국고에 18억2000만 달러를 안겨줬다. 미국 관리 시절보다 훨씬 나은 실적이다.
- ▲파나마 운하의 태평양 쪽 입구인 미라플로레스 갑문의 전경. 컨테이너를 잔뜩 실은 파나맥스급 화물선이 예인기관차에 이끌려 천천히 갑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파나마시티=전병근특파원
-
파나마 정부는 또 미국 관리하에 있던 운하 주변 지대를 특별경제구역으로 정하고, 국제입찰을 통해 개발에 나섰다. 국토의 2%에 해당하는 땅이다. 하워드 미공군 기지가 있던 땅에는 컴퓨터 제조사 델의 콜센터 서비스가 들어서, 2000여 명의 직원이 미주 각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다. 또 다른 반환지역인 클레이톤은 대학 연구소들이 들어선 지식 타운이 됐다.
운하 확장 계획은 곳곳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파나마 시티에서 북쪽으로 85㎞쯤 떨어진 콜론 자유무역지대. 이미 홍콩에 이어 세계 2위 교역 지역이다. 이곳은 운하 확장의 교역 파급 효과를 기대하는 업체들이 계속 입주해, 인근 바다를 매립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운하 확장을 통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고급 인적자원이 부족한 실정. 교육 기반이 취약해, 일자리가 늘어도 자질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운하관리청의 프란시스코 미게스 계획조정관은 “고급인력을 계속 키워내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미래 수익사업인 운하 확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나마 르포/하] 집값 싸고 안전…은퇴 외국인‘유혹’
국토 15%가 국립공원… ‘중남미의 마이애미’
美 부동산재벌 등이 앞다퉈 고층아파트 건설
전병근특파원 bkjeon@chosun.com
입력 : 2007.02.20 00:00 / 수정 : 2007.02.20 09:21
- 요즘 파나마시티를 찾는 이들은 긴 해변에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고층 아파트 건물들과 곳곳의 매립 공사, 사방의 공사 현장 크레인 탑들에 놀란다. 이런 건설 붐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캐나다·유럽 등지에서 몰려드는 50~60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 노후를 위한 ‘제 2의 생활지’를 찾던 이들은 미 남부의 마이애미나 하와이, 중미의 코스타리카 대신 이곳으로 모여든다. 지난 16일 오전 파나마시티 시내 크라운 플라자 호텔 로비엔 은발의 노부부들이 앉았다. 이들이 이날 무리지어 ‘구경’ 나선 곳은 이곳의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왔다는 존 던(58) 부부는 “관광도 하고 집도 알아볼 겸해서 왔다”고 했다.
- ▲ 파나마시티 태평양 쪽 해안 주택지인 푼타 파시피카 지역에 은퇴한 뒤 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을 유치하려는 수십 층짜리 아파트들이 경쟁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파나마시티=전병근특파원
-
해안지역 ‘푼타 파시피카’에는 통유리 장식의 40~50층 고층빌딩들이 멋진 조감도를 세워놓고, 경쟁하듯 올라가고 있다. 이곳엔 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오션클럽 타워’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 ‘그랜도 타워’ 분양사무소측은 “작년 10월부터 세 개의 아파트 건물을 분양 중인데, 둘은 다 나가고 현재 54층짜리가 절반 정도 남았다”며 “방문자의 80~90%가 외국인”이라고 했다. 맞은 편 동쪽 해안 ‘코스타 델 에스테’도 마찬가지. 2010년 완공 목표로 층을 더해가는 104층 빌딩 ‘아이스 타워’는 중남미 최고를 꿈꾼다. 이런 열기 속에 부동산 거래 실적은 2005년 11억 달러에서 작년 13억 달러로 뛰었다. ‘거품’ 우려도 나오지만, 사고파는 이들이나 당국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눈치다.
은퇴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때문이다. 파나마 시내 아파트 가격 시세는 ㎡당 1500달러꼴. 시내의 ‘괜찮은’ 아파트 한 채 값이 96~98㎡(29~30평)에 8만5000달러(약7900만원), 해안 지역은 120~140㎡(36~42평)에 17만5000달러(약1억6300만원) 선이다.
-
또 정치도 안정적이고 치안과 생활 인프라도 좋은 편이다. 택시비는 시내 어디라도 5달러 이내에 해결된다. 달러화가 통용돼 환 위험이나 인플레 위험도 크지 않고, 외환 통제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중남미의 마이애미’라 불릴 만큼 자연환경도 좋다. 국토의 15%가 국립공원이다. 지진·허리케인과도 거리가 멀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은퇴자 우대정책이 있다. 남 60세, 여 55세의 은퇴자들은 내·외국인 관계없이 다양한 세금 감면과 공공요금 할인 혜택을 누린다. 항공요금 등 교통비에서 영화티켓 같은 생활레저비까지 대부분 25~50% 할인이 된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노후·부동산 관련 매체들도 앞다퉈 파나마 특집을 실었다. 미국은퇴자협회에서 펴내는 모던 머튜리티(Modern Maturity)와 경제지 포천(Fortune)은 최근 ‘은퇴 후 생활지’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파나마를 꼽았다. 미국의 고급품 전문지인 ‘롭 리포트(Robb Report)’는 작년 겨울호에서 “파나마가 미주에서 가장 열띤 부동산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미 약 3만명의 미국인들이 와서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덩달아 은퇴 생활자들을 위한 실버 의료서비스산업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병원이 분원(分院)을 설립했고 또 다른 첨단 의료시설들도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
길레르모 빌로리아(62) 투자서비스국장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은퇴자들이 국내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어, 우리는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福祉 * 사회地方環境교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렌터카 허허(虛虛)? 실실(實實)! (0) | 2007.02.27 |
---|---|
[중앙시평] 그 많은 하천의 물 어디로 갔을까? (0) | 2007.02.21 |
‘그놈 목소리’ 덕분에? (0) | 2007.02.16 |
업데이트 : 2007.02.15 19:33:21 (0) | 2007.02.16 |
[독자의 목소리] 적십자회비 적극적으로 내자 (0) | 2007.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