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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김상길]‘빈 들 시대’에 맞는 四旬節

영국신사77 2007. 2. 20. 13:42
[세상만사―김상길]‘빈 들 시대’에 맞는 四旬節

현대인은 3무(三無)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무의미, 무절제, 무신경(神經)이 그것이다. 늘어나는 자살 통계에서 이 시대의 무의미한 현주소를 본다. 통제불능의 비극은 현재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윤리적인 신경,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체온을 잃어가고 있다. 황량한 빈 들과 같은 세상이다. 오죽했으면 ‘웃음 치료’라는 대안까지 나왔을까. 웃음이 부각되는 것은 허망한 세태, 고통스러운 세태를 반증한다.

지금으로부터 2800년 전 이스라엘 공동체. 이스라엘이 망하기 직전이었다. 잘 나갈 때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스라엘은 국가적인 안정을 이루는 가운데 잘 나가고 있었다. 국제무역도 활발했고 국내 경제도 풍요로웠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황폐했다. 사치와 향락, 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했다.

여인들이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던 것도 이때였다. 재판에 돈이 개입되었으며, 의인이 버림을 받았다. 요즘 말로 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풍조가 판을 친 세상이었다. 부자(父子)가 한 여인과 잠자리를 같이 할 정도로 성도덕이 타락했으며, 사람들은 암송아지 고기를 골라 먹으면서 ‘헛된 노래’를 지절거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상숭배였다. 혹세무민에 빠진 사람들은 벧엘과 길갈과 브엘세바를 찾았다. 거기엔 금송아지가 있었다. 금송아지는 우상, 배금사상의 상징이었다. 이런 때 역사의 위기를 감지한 선지자가 나타난다. 그가 아모스다. 아모스란 이름의 뜻은 ‘무거운 짐을 지다’이다. 아모스는 부패한 이스라엘 공동체를 ‘껍질이 얇아 금방 터져 파멸할 것같은 여름 과일 한 광주리’로 보았다. 그래서 다급하게 외쳤다.

“벧엘을 찾지 말며 길갈로 들어가지 말며 브엘세바로도 나아가지 말라 길갈은 반드시 사로잡히겠고 벧엘은 비참하게 될 것임이라 하셨나니 너희는 여호와를 찾으라 그리하면 살리라”(아모스 5:5∼6)

내일부터 기독교에서 지키는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전날까지 6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의 평일을 의미한다. 올해 부활절은 4월 8일이다. 40이란 숫자는 성경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스라엘 민족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방황했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40일을 금식한 후 십계명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도 메시아로서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40일을 광야에서 금식했다. 그래서 사순절은 참회와 성찰, 헌신과 변화의 기간이다.

사순절은 ‘재(灰)의 수요일’서부터 시작한다. 성경에서 재는 슬픔, 죄에 대한 회개를 상징한다. 전통적으로 신자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음으로써 참회와 성찰의 사순절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사순절이 무기력하거나 침체된 기간은 아니다. 오히려 성찰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역동적인 기간이다.

빈 들과 같은 황량한 시대에 사순절을 맞는다. 특히 올해 사순절은 ‘평양대부흥 100주년’이 되는 해의 사순절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왜 이 사회가 빈 들이 되었을까. 성찰과 성숙, 헌신과 나눔이 없고 소유와 향락, 독선과 아집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가운데 현대인들은 제2의 금송아지를 찾고 있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전제로 한 축복된 기간이다. 빈 들과 같은 세상에서 역사의 주인을 찾고, 삶의 근본을 찾아야 한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 이상이 배불리 먹고도 열 두 광주리가 남은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은 벳새다 광야, 그 빈 들에서 일어났다. 그 중심에 메시아가 있다.

김상길 논설위원
s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