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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형량은 피고인 재력에 달렸다”

영국신사77 2007. 2. 18. 19:18
현직 판사 “형량은 피고인 재력에 달렸다”
설민수 판사, 경제사범 양형분석
집유율, 무직 9%-기업대표 83%
한겨레 이순혁 기자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원의 양형은 사실상 피고인의 재력에 달려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서울중앙지법 설민수 판사(36·사법연수원 25기)는 지난해 10~12월 사이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114명의 양형을 분석한 ‘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이라는 논문 형식의 글을 올리고 이렇게 주장했다.

설 판사는 이 글에서 “한국에서의 양형을 결정하는 인자는 피고인의 구속 여부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인데, 김 한장을 훔친 노숙자는 도주할 수 있지만 수천억을 횡령한 재벌 회장은 도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구속은 어떻게 보면 피고인의 사회적 여건에 달려 있고, 돈만 있으면 거의 90% 정도 합의가 이뤄진다”며 “결과적으로 양형은 피고인의 재력에 달려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형사재판 전체를 좌지우지하지만 법률상 어디에도 언급돼 있지 않은 ‘합의’가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피해자의 처벌의사 유무나 피해 회복은 아직도 이성이나 계획 보다는 감정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중요할지 모르지만 형사적 처벌은 피해자의 사적 린치를 대신하는 제도가 아니다”고 법원과 검찰의 관행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합의’가 구체적 피해자가 없는 범죄에 대해 약한 처벌을 내리도록 영향을 미친다”며 “세금을 고의로 포탈하는 조세범처벌법위반죄의 경우, 허위계산서 발행과 같이 그 내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형은 전체의 7%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증권거래법 위반죄도 다른 경제 범죄보다 처벌 강도가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설 판사는 또 논문에서 114명의 피고인 가운데 8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직업별 집행유예 비율은 무직 9%, 자영업 11.1%, 회사원 19%, 회사 이사 등 책임자 33.3%, 연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 대표 83% 등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53명)과 경기도(26명)가 70%를 차지했으며, 영남 지역 출신이 2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