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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수의의 검증과 C14 탄소연대 측정법

영국신사77 2007. 2. 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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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노 수의의 검증과 C14 탄소연대 측정법

 

 

            [칼럼] 과학이 만드는 세상
 
 


<토리노 수의의 검증>
3차원 얼굴이미지, 예수의 수의로 알려져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C14 측정법으로 가짜임이 판명되었다.  ⓒ
연대측정의 신빙성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은 '예수의 수의'로 알려진 이탈리아 토리노(Torino)의 지오바니 바티스타 성당에 보관되어 있던 커다란 천이다.

이 수의는 불가사의한 성유물(聖遺物)답지 않게 폭 1.2 미터, 길이 4.36 미터의 겉보기에는 일반 천과 다를 바 없는 자색 천이다. 이 천은 좌우 동형인 듯한 반점과 몇 개의 붉은 반점, 그리고 1532년에 이 수의를 보관하고 있던 샹베르 교회에서 일어났던 대화재에 의하여 일부분이 탄 흔적이 있을 뿐이다.

이 수의가 세인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좌우 동형의 반점이 가까운 데서 보면 단순히 짙거나 흐릿한 일련의 반점으로 보이지만 약간 떨어져서 보면 복부에 두 손을 얹어 놓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의는 반으로 접힌 상태에서 한 쪽은 사람의 정면을, 다른 한 쪽은 사람의 등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후 이 천으로 시신을 덮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전해진다. 또한 붉은 색의 짙고 엷은 반점은 바로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은 후 수의로 시신을 덮을 때 예수의 상처에서 나온 출혈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믿어졌다.

1984년에 영국의 사진사 커티스 후버는 미국 NASA 연구팀과 8년간의 공동 작업으로 토리노 수의에 박힌 인물의 모습을 컴퓨터로 재현하였다. 인영(人影)의 주인공은 181센티미터의 키에 체중은 77킬로그램이며 잘 발달된 근육의 소유자로서 고귀한 신분의 아랍이나 유태인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대체로 30세에서 45세 사이로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이야기와 거의 일치했다.

토리노 대학 교수인 티노 제우리와 부르노 발바리스는 수의의 주인공과 예수와의 상관 관계를 종합하여 확률적으로 비교할 때, 수의의 주인공과 예수가 동일 인물이 아닐 확률은 2,250억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토리노의 수의가 진정한 예수의 수의로 인정받으려면 수의의 제조연대가 예수 시대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의가 유럽에 공개되기 시작한 시기가 14세기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탄소연대측정을 꼭 거쳐야 했다.

▲ 1978년 수의 공개 모습, 토리노 수의는 6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공개했음에도 전 세계에서 3백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

교황청의 허가는 쉽사리 내려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1968년에 바오로2세는 가톨릭교회의 가장 유명한 성유물 중 하나로서 제1대 교황인 성 바오로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의자의 연대를 측정하도록 허가했다. 이 의자는 상아로 상감된 참나무 재질의 고가구로서 유명한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베르넹에 의해 1657년에 제작되기 시작하여 1666년에 완성된 금박 입힌 청동 기념물 안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탄소 연대 측정을 해보니 이 유물은 기원후 9세기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예도 있던 터에 굳이 과학이라는 명분으로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인 종교가 침해당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도 있었다. 종교적인 분야는 과학이 아닌 종교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있었다. 고대 유물이 진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데 C14 탄소 연대측정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C14 탄소연대측정을 위해서는 수의를 적어도 가로, 세로 15센티미터 크기로 오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의 구심점인 교황청으로서는 토리노의 수의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묵살할 수는 없었다. 우선 교황청에서도 토리노의 수의가 진짜임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소 연대 측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의의 주인공이 예수가 아닐 확률이 2,250억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표된 데다가 수의가 진짜로 판명될 경우 기독교인들의 믿음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가속질량분석기를 사용하면 길이 7센티미터에 폭 1센티미터의 크기만으로도 연대 측정이 가능하다고 교황청을 부추겼다.

결국 교황청은 이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토리노의 수의를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진위를 가리기로 결정했고 1988년 4월 21일 바티칸은 지오바니 바티스타 성당에 보관되어 있는 '토리노의 수의'를 자른 우표 크 기만한 작은 조각을 미국 아리조나의 터슨 대학,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스위스의 취리히 폴리테크닉 대학의 실험실에 전달하도록 허가했다.

수의의 진본과 함께 기원 후 2세기 초와 중세 말기의 대조 표준들, 즉 연대가 정확히 알려진 다른 견본들도 보내졌다. 핵 가속기들이 이 수의에 남아있는 방사성 탄소 동위 원소들을 측정했다. 이와 같은 실험의 정확도는 95퍼센트이며 실험 결과의 오차는 200년 미만이다.

1988년 10월 13일 10시 토리노의 지오바니 바티스타 성당의 발레스트레로 추기경은 세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결론은 놀랍게도 수의는 가짜라는 것이었다. 토리노 수의의 제작 연대는 수의가 유럽에서 처음 발견되던 바로 그 시기인 기원 후 1260년에서 1390년 사이로 판정되었다.

바티칸은 실험 결과를 받아들였고 토리노의 수의는 예수와는 관계가 없음을 공인하였다.

토리노 수의가 예수의 수의로 알려지게 된 경위도 비교적 정확하게 밝혀졌다. 십자군의 공격으로 시작된 십자군전쟁은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제1차 십자군에 의해 예루살렘을 점령당한 아랍인들과 십자군은 거의 200여 년 동안 혈투를 벌였다.

십자군들은 예수에 관련된 그 어떤 유물에도 광적인 관심을 보였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된 후 예수의 시신을 덮었던 수의, 소위 예수의 수의가 있다면 십자군들이 큰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 아랍인들은 가짜 수의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때에 수많은 수의가 돌아다녔는데 십자군 전쟁이후 유럽에서 예수의 수의로 알려진 수의가 무려 30여 개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토리노의 수의는 그 중에서 근래까지 진짜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그것 역시 가짜로 판명된 것이다.

     <살아있던 흔적은 모두 측정할 수 있는 C14 탄소연대측정법〉


 

  
▲ C14 연대측정 장치.  ⓒ
인간의 역사는 고문서나 유물 유적과 같은 자료들을 연구함으로써 밝혀진다. 그러나 인간이 글자를 사용한 것은, 그 절대 연도가 겨우 몇 천 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제작 연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표시를 해둔 것도 많지 않아, 그 자료들이 언제 제작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된다.

  고대 유물이 언제 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베일에 가려져 있는 고대사를 규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된다. 학자들은 고대 유물이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절대 연대 측정방법에는 C14 탄소연대 측정법, 열형광법, 아미노산 정량법, 핵분열비적법, 전자상자성공명법 등 10여 가지가 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토리노 수의가 가짜임을 증명한 것은 유명한 C14 탄소연대측정법이다. 이 방법을 개발한 사람은 1960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리비(Willard Frank Libby)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맨해튼 계획'에도 참가했는데, 그의 임무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우라늄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불안정한 방사능 물질을 안정된 정상적인 물질로 변화시키는 핵의 자연 붕괴를 이용하여 각종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였다.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는 1904년에 방사성 원소인 토륨이 어떻게 정해진 비율로 붕괴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련의 다른 원소들로 바뀌고 결국 납 형태로 안정화되는지를 설명했다.

  이것이 '반감기'로 러더퍼드는 방사능 물질을 통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원자는 결코 파괴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같은 원소의 변환을 주장한 러더퍼드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5년에 미국의 B. 볼트우드는 방사성을 사용하는 측정법을 개발하여 지구의 나이는 적어도 22억 년, 태양계의 나이는 50억 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리비는 이들의 가설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켰다. 탄소에는 C12, C13, C14가 있다. 이 세 가지 탄소는 서로 무게가 다른 탄소로 동위원소라고 부르며, 12, 13, 14는 무게를 나타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 있었던 C14를 1000개라고 하면, 5730년 후에는 원래의 반인 500개로 되고 다시 5730년이 지나면 다시 반인 250개, 1만7190년 후에는 125개로 줄어든다. 이러한 성질을 갖는 동위원소를 방사성동위원소라고 하는데, C14의 경우 반감기는 5730년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C12과 C13이고 C14는 지극히 미세한 정도밖에 함유되어 있지 않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함유되어 있는 C12의 양을 1이라고 하면 C13의 양은 0.01, C14의 양은 10-12에 지나지 않는데 이 비율은 항상 일정하다.

  리비가 착안한 원리는 간단하다. 생물이 죽으면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한다. 따라서 죽은 동물, 식물, 박테리아 안의 방사성 탄소인 C14는 붕괴되어 그 양이 점점 줄어든다. 반면 C12 또는 C13은 비방사성이므로 유기체가 죽어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C14 대 C12, C13 비율은 유기체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므로, 일단 한번 살아 있던 물질이라면 이 비율을 측정하여 생명체가 언제 죽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 1960년 노벨상 수상 연설을 하는 리비.  ⓒ
  리비는 생물체 안에서 C14 활동량을 감지하면 생물체가 살아 있던 시기를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단히 민감한 가이거 계수관(방사능 측정기)을 제작했다. 리비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정상적인 방사능의 영향으로, 그는 이것을 배제하기 위해 8인치 두께의 납으로 이 계수관을 둘러쌌다.

  리비는 처음에 연대가 알려진 세콰이어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먼저 실험하여 기초 자료를 쌓았다. 그 후 연대가 잘 알려진 이집트의 세소스트리스 파라오의 무덤에 부장되어 있던 장례용 배의 갑판 나무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와 역사적으로 알려진 연대는 정확히 일치했다. C14를 이용한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고대 유물의 연대를 측정한 자료들이 신뢰할 만한 것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리비에게는 수많은 연대 측정 의뢰가 들어왔다. 영국의 스톤헨지에서 발견된 숯, 멕시코의 거대한 태양 피라미드뿐만 아니라 칠레에서 발견된 고대 나무늘보의 배설물까지 있었다. 그는 마지막 빙하기가 과거에 학계로부터 인정받았던 연대보다 훨씬 뒤인 약 1만 년 전에 끝났다고 발표했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고고학과 지질학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나무, 석탄, 천, 뼈, 조개껍질, 동식물의 조직 등 일단 한 번 살아 있었던 물질이라면 무엇이든 이 기술에 의해 처리될 수 있다. 고대 인류의 주거지나 이집트의 무덤, 지질학적 암석층, 그리고 다른 많은 역사적, 고고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 항목들의 연대도 결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은 발달한 핵물리학, 우주학과 신기술이 고고학과 인류학, 지질학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료를 그대로 측정기에 넣는다고 곧바로 연대가 계산되어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측정시료는 대부분 많은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속에서 출토된 유물 등에는 토양에 함유되어 있는 탄소가 스며들어 있기도 하고, 고문서에는 얼룩이나 손때 등이 묻어 있다. 불순물에 새로운 탄소가 포함된 시료를 그대로 측정하면, 그 연대치의 오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정확한 연대측정을 하려면, 다양한 시료로부터 순수한 탄소를 끄집어내는 고도의 정밀 작업을 먼저 해야만 한다.

  C14 탄소연대 측정법은 고고학 분야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효한 방법이지만, 이 방법의 결정적인 단점은 1회 측정에 수 그램의 탄소 시료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연대를 구하고자 하는 문화재인 경우, 매우 귀중한 것이 많아서 측정을 위해 수 그램이나 되는 탄소 시료를 떼어 낸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토리노의 수의 경우도, 귀중한 수의를 상당 부분 잘라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가속기 질량분석법이다. 가속기 질량분석법을 사용하면, 불과 0.001그램의 탄소 시료로도 정확한 연대측정을 할 수 있다. 즉 귀중한 문화재로부터 떼어내야 하는 양이 이전까지의 약 1000분의 1로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도 연대 측정에 다소 오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시료에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더욱 더 오차가 커질 수 있다. 그리하여 C14 탄소연대측정법을 보완하는 방법이 강구되었는데, 그것은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보는 것이다. 사실 정밀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나무의 나이테의 변화를 보고 연대를 측정하는 것을 따를 수 없다.

  나무의 나이는 나무껍질과 그 안쪽 나이테 사이에 있는 분열기능을 갖는 형성층의 작용에 의해 매년 1개 층 씩 늘어난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A. E. 더글러스 박사가 20세기 초에 나이테를 이용하면 연대측정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이를 연륜 연대측정법(Dendrochronology)이라고 부른다.

▲ 가속기질량분석기 이 기계의 개발로 0.001그램의 탄소 시료로도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귀중한 자료들의 연대측정이 가능해졌다.  ⓒ

  이것은 C14 탄소연대측정법과 같이 복잡한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오차가 적은 고정밀도의 연대측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건축물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들이 나무로 만들어졌으므로 더욱 유용한 방법이다. 일본의 경우 기원전 1000년 경 이후의 일부 목재로 만든 유물은 몇 년의 오차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나라문화재연구소>는 2004년, X선을 사용한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로 목조상의 나이테를 촬영하여 제작연대를 판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목조미술품의 대부분은 표면에 채색이 되어 있어 연륜을 알 수 없는 것이 많은 것에 착안했다.

  연구소는 제작연대 미상의 대좌에 앉아 있는 높이 27센티미터의 남신상의 채색된 표면으로부터 연륜을 측정할 수 없게되자, 맨 바깥쪽 연륜이 있는 대좌의 각으로부터 중심을 향해 10장의 단층화상을 촬영 187년의 연륜을 확인했다.

  이덧들을 표준 연륜 패턴과 조합한 결과, 맨 바깥쪽 목재의 연륜은 1555년으로 나왔으므로 이 남신상은 이 해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됐다. 학자들은 이번 <나라문화재연구소>의 년령측정 성공으로, 유물의 형태나 양식만으로 제작연대를 판단하는 대부분의 미술사학계나 고미술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의 박원규 박사가 폴란드 <순수예술원>의 코마스 봐즈니 교수 등과 함께 경복궁 경회루에 사용된 소나무의 나이테를 검사한 결과, 이 목재가 1864∼1866년 겨울에 벌목됐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경회루 축조 연대(1867년)와 일치하는 등 연륜연대측정법의 정밀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유물의 정확한 연대를 산정하기 위해 C14 탄소연대측정법과 연륜연대측정법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추천되지만, 이 경우 목재가 발견되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mystery123@korea.com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 타임즈
2004.11.22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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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폭탄을 개발하며 얻은 아이디어:C14 탄소연대측정법의 발견

                     

                                         세상을 바꾼 화학자(9) 윌라드 리비

 

 

▲ 윌라드 리비.  ⓒ
이탈리아 토리노의 지오바니 바티스타 성당에는 폭 1.2미터, 길이 4.36미터의 아마천이 보관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천과 다를 바 없는 이 수의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1898년 때의 일로 인해서였다.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사진가이던 세 콘도 피아는 이 아마천을 카메라로 찍은 뒤 인화했다. 그러자 돌연히 인간의 얼굴 모습이 포지티브 영상으로 나타났다. 피아는 그 영상에 완전히 압도될 정도였는데, 그 후 이것이 예수의 얼굴일 것이라는 추측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또 수의에 있는 몇 개의 붉은 반점은 바로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은 후 시신을 덮었을 때 예수의 상처에서 나온 혈흔이라 믿어졌다.

  그로부터 90년 후인 1988년 바티칸 교황청은 이 ‘토리노의 수의’를 자른 우표 크기만한 작은 조각을 미국과 영국, 스위스에 있는 세 군데 실험실로 보냈다. 예수가 입었던 수의인지의 진위 여부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밝혀진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수의의 주인공과 예수가 동일 인물이 아닐 확률은 2,250억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토리노 대학 교수의 발표도 있었기에, 모두 토리노 수의가 진짜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놀랍게도 이런 추측을 뒤집어 버렸다.

  세 곳의 실험실 모두 이 수의는 1260년에서 1390년 사이에 만들어졌을 거라는 일치된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예수가 사망한 시기보다 훨씬 후에 만들어졌던 것이다. 교황청은 실험결과를 받아들여, 결국 이 수의가 예수와 관련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과연 어떤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했기에 오래 전에 만들어진 수의의 제작연대를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었을까. 그 때 세 군데 실험실에서 이용한 실험방법은 C14 탄소연대측정법이다.

  미국의 화학자 윌라드 리비에 의해 개발된 탄소연대 측정법은, 요즘 북핵 문제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는 원자폭탄의 개발과도 연관이 깊다. 1908년 미국 콜로라도주 그랜드밸리에서 태어난 리비는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33년부터 이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러던 중 1941년 12월 6일 당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의 지시로 ‘맨해튼 계획’이라 불리는 미국의 원자폭탄 제조 계획이 출범했다. 콜롬비아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페르미가 이 계획의 리더 가운데 한 사람이 되자, 그와 절친했던 리비도 이 계획에 참여하게 되었다.

  리비는 원자폭탄 제조 필수공정의 하나인 우라늄 동위원소 분리법의 개발을 도왔는데, 이때의 경험이 바로 탄소연대 측정법의 모태가 되었다. 방사성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던 중, 문득 방사성 탄소로 과거 유물이나 자연물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전쟁이 끝난 후 시카고대학교의 핵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리비는, 본격적으로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실험을 시작했다. 물론 방사성으로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리비가 처음이 아니었다. 1904년 러더퍼드는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의 핵이 자연붕괴하여 안정된 물질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리비는 이런 가설들을 발전시켜, 우주 먼 곳으로부터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우주선(宇宙線)에 주목했다. 우주선이 대기 상층의 원소들과 충돌하면, 고에너지의 중성자가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중성자는 대기 중의 질소와 핵반응을 일으켜, 방사성 탄소인 C14로 변화된다(일반적으로 대기 중의 탄소는 대부분 C12이다).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친 리비는, 간단한 원리 하나를 착안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살아 있는 동안 탄소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므로 탄소동위원소 조성이 대기 중의 조성과 같다. 그러나 생명체가 죽으면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 방사성 탄소인 C14는 붕괴되어 그 양이 점점 줄어든다. 반면 비방사성인 C12는 생명체가 죽어도 그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C14 대 C12의 비율을 측정하면 생명체가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리비는 이런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입증해 나갔다. 연구 결과 대기 중의 동위원소비와 동식물 체내의 값이 실제로 같다는 것을 알아냈고, C14의 반감기가 5,568년이라는 것도 밝혀냈다(이후 C14의 반감기는 1962년 제5회 방사성 탄소연대측정법 국제회의에서 5,730±40년으로 발표된 이후 일반적으로 이를 사용한다).

  즉, 어떤 유물의 C14 방사능 값이 현재의 절반 수준이라면 5천700년 전의 유물이고, 현재의 4분의 1로 측정됐다면 1만1천400년 전 무렵의 유물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C14의 값을 감지할 수 있는 대단히 민감한 방사능 측정기를 제작한 리비는, 우선 연대가 알려진 세콰이어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먼저 실험하여 기초 자료를 쌓았다.

  그 후 고대 이집트 제1왕조의 무덤에서 출토된 목재를 비롯해 화산폭발로 묻힌 폼페이에서 발굴한 탄화된 빵 등의 C14 값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결과와 역사적으로 알려진 연대가 정확히 일치했다. 그동안 감식과 비교연구에만 의존했던 인류 고고학과 지질학의 연대 측정이, 과학적 방법으로 가능하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방법의 도입으로 인해, 그동안 논란에 휩싸였던 문제들이 속속 해결되기 시작했다. 지구를 덮친 마지막 빙하기는 과거에 학계로부터 인정받았던 연대보다 훨씬 뒤인 1만 1천400년 전에 끝난 것으로 밝혀지는가 하면, 인류 최초의 농사가 지어진 시기가 기존의 기원전 4,000년 무렵에서 기원전 7,500년 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인디언들이 이전한 시기나, 사해 부근에서 발굴된 문서의 작성 시기 등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47년 탄소연대 측정법을 개발한 리비는 1955년 미국 원자력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뒤, 1959년에는 캘리포니아대학 지구물리학 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60년에는 탄소연대 측정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성규 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2006.10.24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