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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nside]‘양손잡이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영국신사77 2007. 1. 31. 22:43


             [칼럼 inside]‘양손잡이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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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 경제와 기업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향후 한국 경제를 먹여살릴 신(新)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문제다. 한국 기업은 더 이상 저(低)원가 전략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저가시장에는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줄줄이 버티고 있다. 이들을 뛰어넘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업 경쟁력 강화밖에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이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 경쟁력강화를 그렇게나 많이 부르짖어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그저 그런 경쟁력 강화 가지고는 안 된다. 지금 방향은 혁신(innovation)을 통한 신성장엔진 발굴과 완전차별화 쪽으로 나아가야 살 수 있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차별화의 근원은 기술력과 디자인역량·브랜드·강한 경영 시스템 등 무형 자산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주도자’로 변신해야 한다.

혁신지향적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영전략에서 혁신이란 차별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뜻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제품·기술 혁신과 더불어 비즈니스 모델 혁신·생산방식 혁신 등도 중요한 혁신의 유형이다.

예컨대, 고객 맞춤형 생산(mass customization)으로 PC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Dell 사례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좋은 사례다.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 대신 혁신적인 린(Lean, 군더더기가 없다는 뜻)생산 방식을 도입, 세계 최강의 자동차 업체로 부상한 도요타 사례는 생산방식 혁신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예다. 혁신이 비즈니스 모델·생산방식 변혁을 통해 전사적인 가치 창출의 형태로 나타날 경우 기존의 제도·문화에 얽매여 있는 경쟁자들은 쉽게 모방하지 못한다.

기존 기업이 성공적으로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선 어떠한 점에 유념해야 하는가? 첫째, 기업은 고객가치 창출에 존재 이유가 있기에 고객 니즈(needs)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혁신 활동의 출발점이다.

둘째, 혁신은 변화를 수반한다. 당연히 이해 관계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시장의 위기감을 최대한 고취시켜야 한다. 빌 게이츠식 위기감이다. 또 혁신지향적인 리더십과 보다 개방적,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CEO가 혁신의 챔피언 역할을 하면서 혁신활동을 주도하지 않는 기업은 결코 혁신할 수 없다. 특히 가치가 높은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나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일수록 실패 확률이 높다.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기에 CEO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혁신은 도전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풍토의 기업이 혁신을 잘하기 마련이다. 3M은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강조해 실패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실패 파티까지도 열어 준다. 이를 통해 개발한 대표적 상품이 포스트 잇이다.

셋째, 혁신을 잘하기 위해서는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 돼야 한다. 조직은 생리적으로 성공한 제품·기존 기술 경로에 천착하기 십상이다. 당연히 단기간에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에 안주한다. 존속적 혁신은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원가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다. 안타깝게도 신성장 동력 개발은 어렵다. 우리는 신성장 동력을 개발하기 위해서 ‘존속적 혁신’에 머무는 조직을 ‘오른손잡이 조직’이라 부른다. 여기에 진짜 성공적인 혁신을 하려면 와해적·급진적 혁신을 주도하는 왼손잡이 조직 개념이 덧붙여져야 한다. 왼손잡이 조직은 CEO의 확고한 지원하에서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력, 개방적인 문화, 장기적인 평가 시스템 등을 통해 오른손잡이 조직과는 차별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기술을 개발한 노키아 벤처스 오거니제이션(Nokia Ventures Organization·NVO), 삼성종합기술원 등이 대표적인 왼손잡이 조직이다.

마지막으로, 혁신 과정에서 조직 내의 축적자산에만 의존하지 말고 조직 안팎의 자산을 광범위하게 활용해야 한다. 다양성·개방성이 혁신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근원이기 때문이다. 혁신의 중요한 동반자로는 핵심 공급업체와 더불어 프로슈머(prosumer)를 들 수 있다. 프로슈머는 혁신 과정에 동참해 아이디어·피드백을 제공하는 전문가적 성격의 고객이다. 또 혁신 과정에서 대학·벤처 기업, 심지어 경쟁자와의 협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대한 리얼 옵션적 성격의 전략적 지분 출자도 그 좋은 예다.

우리 기업은 혁신 지향적인 기업을 추구해 가야만 첨예한 글로벌 경쟁하에서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확보할 수 있고, 근본적으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기업들에게 또다시 당부하고 싶다. 부디 양손잡이 조직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 달라고.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조선일보 07.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