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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보면 부부가 싸워서 도저히 함께 상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일단 부부를 분리 상담해서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게 한 뒤 다시 상담을 실시한다. 이런 부부는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할 뿐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아마도 부부 중 한 사람이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응해 다른 한쪽도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대화가 단절됐을 것이다.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는 생각이 대화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렇게 되면 옳다고 생각되는 내 말만 하고 틀리다고 판단한 상대의 말은 듣지 않게 된다. 결국 말하기보다 듣기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부부가 각자 주장만 늘어놓는 일방적 말하기가 지속되다보면 부부 사이는 멀어지고 듣기 능력은 점점 떨어진다. 듣지 않는 태도도 문제지만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듣기는 듣는데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기,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치고 빠져서 말하는 상대의 김을 빼기,말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언제쯤 공격해야 이길 수 있을까를 계산하며 듣기 등 잘못된 듣기 행동의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러면 말하고 듣는 것이 대화가 아닌 전투로 돌변한다. 그런 식의 대화보다는 침묵이 더 낫다. 나는 항상 말하는 언어보다 듣는 언어가 더 고급 언어라고 강조한다.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 청산유수로 말을 잘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하기의 기본이 ‘솔직하기’라면, 듣기의 기본은 ‘따라가기’다. 따라간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 소망을 그냥 따라가면서 들어주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수용해가면서 듣는 것이다. “아,그랬군요!” 이 한 마디면 말하는 사람의 응어리진 마음이 다 풀린다. 그러다보면 주고받는 말에 진심이 통하게 되고, 비로소 대화가 이루어진다. ‘따라가기’는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름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듣는 방법이다. 배우자가 나와 다른 생각, 감정, 소망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옳다’는 생각에서 대화는 시작된다. 박미령(수필가,수원대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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