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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돈 많이 번다? "이젠 옛날 이야기”

영국신사77 2007. 1. 25. 14:47

 

               의사는 돈 많이 번다? "이젠 옛날 이야기”

 

                                                                                   2007년 1월 25일 (목) 09:07   세계일보



#1 산부인과 전문의 K(50)씨는 요즘 낮엔 병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서울 양천구에서 7년째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얼마 전 3명이던 직원을 2명으로 줄였지만 환자가 워낙 적어 여전히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한 형편이다.

K씨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최근
피부과성형외과로 눈을 돌렸다. 비슷한 처지의 의사들과 학습모임을 만들어 저녁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진료기술을 공부하고 있다.

#2 서울 금천구에서 20년간 외과병원을 운영했던 전문의 J(56)씨는 지난해 말 병원을 접고 강원도의 한 병원에 봉직의(월급의사)로 취직했다.



J씨가 경영하던 병원은 병상을 15개 갖췄고 직원이 4명이었지만 평소 입원 환자가 한두 명에 그쳤고, 외래 환자도 하루 15명 정도에 불과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었다. J씨는 “빚을 내 직원들 월급을 주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한때 불황을 모르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각광받던 병·의원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의사 수의 증가로 동네마다 병·의원들이 크게 느는 바람에 ‘경영난’을 겪는 의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과대 정원이 늘어나 해마다 3000명 이상의 신규 의사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2001년 2만1342개이던 국내 의원 수가 2006년엔 2만5789개로 5년 만에 21%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병·의원 간 경쟁이 치열해져 간판을 내리는 곳도 덩달아 늘고 있다. 2004년 1688곳, 2005년 1668곳에 머물던 폐업신고 의원 수는 지난해 2034곳으로 전년보다 22% 늘어났다.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출산율 저하 현상까지 겹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산부인과는 2003년 1918곳에서 2006년 1818곳으로, 소아과도 같은 기간 2245곳에서 2198곳으로 각각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진료 영역을 전공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넓히거나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병원 개원컨설팅업체인 G사 관계자는 “예전엔 의사의 수입이 좋아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사 개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임대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면서 “최근엔 의원을 넘기겠다는 양도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그 중 80% 정도는 경영난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외과개원의협의회 조성문 부회장은 “매년 3500명의 신규 의사가 쏟아지는 바람에 새로운 건물이 생기면 의원부터 들어설 정도”라며 “환자 수는 비슷한데 병·의원만 늘어 상당수 의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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