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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사랑]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영국신사77 2007. 1. 20. 11:36

                   [이덕일 사랑]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2007.01.20

    • ‘삼국지’는 진(晋)나라 진수(陳壽)가 편찬한 정사이고 ‘삼국지연의(演義)’는 나관중(羅貫中)의 창작 소설이다. 연의(演義)는 장편역사소설이란 뜻인데, 현재 서점에 유통 중인 대부분의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나 ‘소설 삼국지’라고 써야 맞다. 진수는 촉(蜀)에서 산기황문시랑(散騎黃門侍郞) 등의 벼슬을 역임했으나 말년에 살던 진(晋)이 위(魏)를 계승했기 때문에 위나라를 정통으로 삼아 위 임금들은 황제들의 본기(本紀)에, 촉·오의 임금들은 제후의 열전에 두었다. 반면 나관중은 촉을 정통으로 삼았다.

      진수는 위에 정통을 두었지만 촉의 임금을 주(主), 황후를 후(后), 오의 손권을 제(帝)라고 쓰는 등 공정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반면 나관중은 촉의 상대방을 악인(惡人)으로 만들었다. 그의 장기는 의부(義父)를 죽이는 악인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조조(曹操)는 동탁(董卓) 제거에 실패하고 달아나다 부친 조숭(曹崇)의 의형제 여백사(呂伯奢)와 가족들을 죽인다. 그러나 진수의 ‘삼국지’ 위서 무제(武帝:조조)조는 ‘여백사의 자식들이 빈객(賓客)들과 함께 조조의 말과 물건을 빼앗으려 했기에 몇 명을 죽였다’라며 여백사는 집에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곽반(郭頒)의 ‘세어(世語)’도 여백사가 집에 없었다고 전한다. 조조를 패륜아로 만들기 위한 나관중의 개악이란 뜻이다.

      원(元)나라 치하에서 살았던 나관중에게 내몽골 포두(包頭) 출신의 몽골인 여포(呂布)는 저주의 대상이다. ‘삼국지연의’는 여포가 동탁의 사주를 받아 자신의 의부인 형주자사(荊州刺史) 정원(丁原)을 죽였다고 썼지만 정사 ‘삼국지’에는 정원이 여포의 의부란 표현이 없다. 나관중은 동탁·가후(賈?) 등 비한족(非漢族) 출신들에게도 가혹했다.

      이처럼 한족 중심의 ‘삼국지연의’를 모본(母本)으로 삼은 소설 ‘삼국지’가 우리의 국민도서 격이 된 것은 아이러니인데, 최근 비(非)한족들도 긍정적으로 그리는 ‘삼국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하다. 나관중이 중화사관으로 개악한 대목에까지 열광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