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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손수호] 타샤, 그 매혹의 여인

영국신사77 2007. 1. 3. 16:42
업데이트 : 2007.01.02 18:54:05
          [문화산책―손수호] 타샤, 그 매혹의 여인


  지난해 봄,친구가 일본책 한 권을 주었다. 전원적 삶을 열망하는 벗을 위한 배려였다. 표지에는 꽃을 가꾸는 할머니와 강아지가 있었다. 미국 화훼집을 왜 일본에서 냈나 싶어 서지란을 뒤지니 간단치 않은 책임이 금방 드러났다. 마흔일곱장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는 동안 충만감이 물밀듯 밀려왔고,중세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아득함이 있었다.

책 이름은 ‘타샤의 정원(Tasha’s Artistic Garden)’. 미국 버몬트주 시골에서 동화 같은 삶을 꾸리는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지난 여름 타샤에 관한 두 권의 책이 한꺼번에 나왔다. 독자의 반응은 진지하고도 뜨거웠다. 그래서인지 신년 벽두에 ‘타샤의 집’이라는 세번째 책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처세서와 실용서가 판치는 독서 시장에 그녀의 책은 어둠 속의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타샤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현대인들로부터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1915년생이니 나이를 셈하기가 민망하지만,그녀는 지금도 메이 플라워호에서 막 내린 듯한 청교도적 경건함을 유지하고 있다. 수십년간 쉴새 없이 몸을 움직여 가꾼 30만평 정원에서 아름다움을 넘어선 주인공의 삶의 철학을 볼 수 있다. 자연을 돌보는 것만이 아니라 생활 자체도 수공업적이다. 손수 천을 짜서 옷을 짓고,장작 스토브로 비스킷을 구우며,염소젖을 짜 직접 버터와 치즈를 만든다. 가을에는 한시간씩 뜨거운 냄비 위에 허리를 굽힌 채 일년 동안 쓸 양초를 만든다. ‘기쁘게 일하고,해놓은 일을 기뻐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괴테의 가르침을 실천한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그냥 몸만 부지런한 노파가 아니다. 동네 어린이들을 위해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공연하며,스스로 키워 말린 허브를 끓여 오후의 티타임을 즐긴다. 본업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도 쉬지 않아 끊임없이 새로운 ‘소공녀’를 그려낸다. 연못에 작은 배를 띄우며 오후의 햇살을 즐기기도 한다. 손발은 거칠고 얼굴 또한 주름으로 가득해도 그녀의 눈길에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같은 사색의 열매이리라.

데이빗 소로와 스콧 니어링의 계보를 잇는 타샤의 삶은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우리에게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그녀의 동료이면서 사진작가인 리처드 브라운의 앵글 역시 생명에 대한 경외로 가득하다. 출판사에서 만든 블로그(blog.naver.com/tashaworld)에 가보면 한국 독자와 타샤가 공유하는 사랑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타샤에게 보낸 459건의 편지에는 하나같이 손안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타샤를 그리워하고 있다.

인생의 시련을 겪는 사람들은 타샤의 정원으로 가보라. 소박하게 누리고 나누는 그녀의 삶에서 안식과 위로를 구할 수 있으리라. 아흔둘의 나이에 장미꽃 구근을 공부하는 그에게서 희망을 얻을 수 있으리라. 봄이 오면 타샤의 정원에는 다시 야생화가 군무를 출 것이다. 맨발로 장미를 가꾸는 매혹적인 그녀를 만나고 싶다.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