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영의 최상급 모델 세운 현실주의 재상 관중의 정치 철학
관자학파 방대한 저작 첫 완역
관중(기원 전 725~645)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제나라 환공을 보필해 경세가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국가경영’의 최상급 모델을 세운 사람으로 후세에 기억됐다. 친구 사이의 돈독한 우정을 일컫는 고사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한 그는, 추종자들에게 ‘관자’라는 이름으로 숭배받았다. <관자>는 그의 언행과 사상을 집대성한 방대한 저작인데, 그동안 축약 번역본으로 나돌던 이 책이 전공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완역돼 나왔다.
중국 역사에서 <관자>의 운명은 이중적이었다. 한대 이래 국가철학의 지위를 확보한 유가가 도덕과 윤리에 입각한 이상주의를 내세웠기 때문에, <관자>의 현실주의는 폄하의 대상이었다. 유가의 눈으로 보면, <관자>의 사상은 세속의 때가 너무 많이 묻어 있었다. <관자>는 경계받고 외면당했다. 유교 사상을 이념적 기틀로 삼았던 조선 사회도 <관자>를 멀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중국인들처럼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사람들도 없다. 그들에게 <관자>의 가르침은 삶의 구체성을 제대로 반영한 현실 밀착형 사상이었다. 조선 후기 새로운 사상 기풍을 진작시킨 다산 정약용도, <관자>의 이런 현실주의에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다산의 대표작 <목민심서>의 제목은 <관자>의 첫 편 ‘목민’에서 따온 것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이후, <관자>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학습 대상으로 떠올랐다.
경세의 모범인 이 인물도, 마흔 이전엔 간난신고의 쓰라린 삶을 살았다. 귀족의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집안이 이미 기울어 젊은 관중은 장삿일로 생계를 꾸렸다. 장사하러 여러 나라를 돌면서 그는 ‘국제 관계’에 눈을 떴고, 틈나는 대로 학문과 무예를 익히고 병법을 연구했다.
그 시절 만난 친구가 포숙아다. 관중은 이 영원한 벗과 함께, 장사도 하고 전쟁에 나가기도 하고 벼슬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실패를 거듭하며 여러번 궁지에 빠졌지만, 포숙아의 한없는 믿음과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마침내 제나라 희공이 두 사람을 등용해, 두 아들의 스승으로 삼았다. 총애하던 둘째 아들 규는 관중에게 맡기고, 막내자 셋째 아들인 소백은 포숙아에게 맡겼다.
희공이 죽고, 뒤를 이은 큰 아들 양공이 실정으로 살해당하자, 빈 권좌를 놓고 두 아들이 다투게 됐다. 평생 친구 관중과 포숙아는 규의 편과 소백의 편으로 갈라졌다. 소백이 승리해, 제의 환공으로 등극했다.
규는 자살했고, 그를 따르던 관중도 따라 죽어야 했다. 그러나 큰 야망을 품고 있던 관중은 순사하지 않았다. 재상은 당연히 포숙아의 몫이었지만, 여기서 ‘관포지교’의 정신이 빛을 발했다. 포숙아가 환공을 설득해, 자신보다 더 능력 있는 관중을 재상으로 삼게 한 것이다.
관중은 이후 수십년 동안 제나라를 가장 부유하고 강성한 나라로 키웠고, 외교로써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을 규합했다.
<관자>에는 재상 관중의 경세의 목표와 전략, 그것을 떠받치는 철학적 원칙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 고전은 관중 당대의 저작은 아니다. 관중의 언행과 사상을 뼈대로 삼아, 후대의 관자학파 사람들의 저술이 합쳐진 결과다. 한대의 저술까지 들어가 있다고 하니, <관자>가 성립하는 데 거의 700년이나 걸린 셈이다.
이 오랜 세월의 지혜와 경험이 농축돼 ‘경세의 바이블’, ‘국가 경영의 백과전서’ <관자>가 완성된 것이다. 책은 정치·경제·행정·법률·군사 등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춘추 전국시대의 실제적 지식을 드넓게 포괄하고 있다.
<관자>의 사상을 요약하면, 정치란 백성을 부유하게 함으로써 나라를 부유하게 한다는 것이다. ‘목민’ 편의 첫 구절이 이 요점을 보여준다.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임무가 사계절을 살펴서 농사가 잘되게 하는 데 있고, 그 직분은 곡식창고가 가득 차도록 하는 데 있다.”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구절도 있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할 인물이 없음을 걱정해야 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땅이라는 것은 만물의 본래 근원이요,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뿌리요 터전이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불선, 어리석음과 현명함이 모두 여기서 생겨나는 것이다. 물이라는 것은, 땅의 피(血)요, 기(氣)다. 그것은 우리의 몸에 근육과 혈맥이 있어 모든 것을 소통시키고 흐르게 해주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물이야말로 모든 가능성(材)을 구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째서 그러함을 우리는 알 수 있는가? 말한다! 대저 물은 부드럽고 유약하여 깨끗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기를 좋아하니, 인자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깊은 물을 쳐다보면 검푸르지만, 손바닥에 떠서 보면 무색투명하다. 이것은 물의 청순하고 정미로운 성질이다. 물을 됫박에 잴 때는 위를 고르는 막대기를 쓰지 않아도, 그것은 됫박에 차면 스스로 멈춘다 이것이 물의 바른 미덕이다.
물은 차이가 있을 때는 흐르지 않는 법이 없다. 그러나 평균에 이르게 되면 스스로 멈춘다. 이것이 물의 의로움이다.
사람은 모두 한결같이 위로 가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물은 자기 홀로 항상 밑으로 간다. 이것이 물의 겸양(낮춤)의 미덕이다. 낮춤(겸양)이라는 것이야말로 道가 깃드는 곳이요, 왕자의 그릇이다. 물은 진정코 항상 낮은 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수평(재는 기구)이야말로 모든 형량의 으뜸이다. 물의 무색이야말로 모든 색깔의 바탕이다. 물의 담박함이야말로 모든 맛의 중용이다.
그러므로 물은 채우지 아니함이 없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물은 하늘과 땅에 가득차며, 만물 어느것에도 깃들지 아니함이 없고, 쇳덩이.돌바위에도 생하지 아니함이 없고, 모든 생명을 활성화시키지 아니함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물을 수신(水神)이라 부르는 것이다.
--- 관자(菅子) 수지편(水地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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