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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신발’ 만드는 MBT

영국신사77 2007. 1. 5. 16:13
   [세계최강 미니기업을 가다]<5>‘마사이 신발’ 만드는 MBT



건강신발 제작업체인 스위스 MBT는 관절 및 허리 통증 완화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신발을 개발해 지난해에만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MBT는 신발 판매뿐 아니라 고객의 몸 상태에 맞춘 걷기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한 고객이 MBT를 신고 트레드밀에서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MBT코리아

《한국에서도 무릎이나 허리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MBT’라는 브랜드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건강 신발’ 제조업체인 스위스 MBT(Masai Barefoot Technology)가 만든 신발은 무릎 관절,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꿈의 신발’로 꼽힌다. 켤레당 가격이 30만 원 안팎으로 고가(高價)지만 직접 신어본 소비자들은 무릎, 허리 통증 완화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06년에만 세계 20개국에서 200만여 켤레가 팔렸다. 주문이 넘쳐나서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스위스 취리히 인근의 로그윌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자리잡은 MBT 본사. 공장이 해외에 있어 사무실만 있는 2층짜리 본사 건물은 ‘MBT’라는 간판만 없다면 일반 주택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담했다. 지난해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의 본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한국 논두렁서 아이디어 얻어

“서울에서 오셨다고요?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현관문을 열자 신발을 개발해 1990년 MBT를 설립한 카를 뮐러(54) 전 회장이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취리히공대에서 기계제어공학을 전공한 뮐러 씨는 1976년 스위스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를 따라 한국을 방문했다가 지금의 한국인 부인을 만났다.


뮐러 씨는 MBT 신발 아이디어도 한국에서 얻었다. 한국에 머물며 레스토랑 등을 경영하던 그는 과로로 허리에 심각한 통증이 생겼다.

“요양을 하면서 시골에 머물고 있을 때였지요. 추수가 끝난 논두렁을 걷다가 푹신한 흙을 밟을 때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느꼈어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

1989년 한국을 떠나 고향 로그윌로 돌아간 그는 1년간의 연구 끝에 맨발로 흙 위를 걷는 느낌을 주는 신발을 개발했다.

MBT는 ‘마사이족처럼 맨발로 걷는 느낌을 주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마사이족이 맨발로 생활하며 건강하게 평균 80∼90세까지 산다는 점에 착안한 것. 뮐러 씨는 “MBT를 신어 봐야 회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매트가 깔려 있는 2층 강당으로 안내했다.

“맨발로 매트 위를 걷다 MBT를 신고 매트 밖 바닥으로 내려와 걸어 보세요.”

MBT를 신고 걸으니 맨발로 매트 위를 걸을 때처럼 푹신푹신했다. 허리와 가슴이 펴지면서 자세가 꼿꼿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신발을 살펴보니 일반 운동화보다 밑창이 두 배가량 두꺼운 데다 반달처럼 동그랗게 휘어져 있다. 신발을 신으면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붙지 않고 3분의 2 정도만 땅에 닿았다.

MBT 국제 마케팅 담당자인 안드레아스 디트레트 씨는 “일반 신발은 발바닥이 ‘뒤꿈치→앞꿈치’ 순으로 두 번 만에 땅에 닿지만 밑창이 둥근 MBT는 ‘발바닥 바깥→뒤꿈치→발바닥 안’ 순의 세 단계로 살짝 굴리듯 발을 내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무릎, 허리 등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

디트레트 씨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MBT는 밑창이 바닥과 완전히 밀착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무릎, 허리 등 근육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운동을 하게 만듭니다.”

MBT가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건강 신발’이라고 하면 발이 편한 신발이었다. 하지만 MBT는 발이 편할 뿐만 아니라 운동까지 시켜 주는 신발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소비자들은 MBT를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발에 신는 운동 기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 연간 매출액 5% 연구 개발 투자


마사이 신발은 2005년 100만여 켤레가 팔린 데 이어 2006년에는 200만여 켤레가 팔려 판매량이 두 배로 뛰었다. 이 기간 매출액도 3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늘었다. 직원은 스위스 본사 직원 50명을 비롯해 모두 670여 명이다.

MBT의 고속 성장 비결은 신발의 품질에만 있지 않다.

MBT는 각 매장에서 걸음걸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신발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올바른 걸음법을 알리는 기업’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다.

MBT 매장을 ‘판매점’ 대신 ‘마사이 워킹 센터’라고 이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마사이 워킹 센터에는 트레드밀이 비치돼 있다. 고객들은 MBT가 제시한 건강 프로그램에 맞춰 직접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신발의 품질과 디자인 개선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MBT는 캐나다, 독일, 스위스, 영국 등의 의대와 공동연구를 실시해 1년에 두 번씩 업그레이드된 신발을 선보이고 있다.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만 연간 매출의 5% 정도.

신발 생산은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하는데, 신발의 핵심인 밑창은 한국 부산에 있는 공장에서만 만든다. 한국은 인건비가 비싸지만 기술력이 뛰어나 밑창 생산 지역은 한국을 고집하고 있다.

디트레트 씨는 “허리와 무릎이 아픈 사람,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길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MBT의 고객”이라며 “많은 사람에게 건강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자 뮐러 전회장, MBT 팔고 피트니스센터 열어

“센터名 ‘기분’… 도전하는 삶이 즐거워요”


MBT 창업자인 카를 뮐러(사진) 전 회장은 최근 회사를 오스트리아의 한 사업가에게 매각했다.

그 이유에 대한 뮐러 씨의 설명이 좀 엉뚱하다.

“MBT가 성공을 거둬 기반이 잡히자 재미가 없어졌어요. 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훨씬 즐거워요.”

그렇다고 해서 MBT와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다.

새 사업은 일종의 피트니스센터로, MBT를 신고 각자 프로그램에 따라 걷고 뛰는 운동을 하는 곳이다. 현재 무릎 관절, 허리가 아프거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 발목을 다친 경우 등 증상별로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 이름을 ‘기분(Kybun)’이라고 지었다. ‘기분 좋은 삶’을 만드는 곳이라는 뜻으로 한국어에서 따온 것. MBT로 세계를 휩쓴 뮐러 씨의 또 다른 야심작인 셈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스위스 장크트갈렌에서 시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식 오픈도 하지 않고 준비를 하는 단계에서 석 달 만에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MBT와 마찬가지로 역시 입소문을 통해서다.

그는 ‘기분’을 세계적인 피트니스 체인으로 키울 예정이다. 올해 안에 한국에도 문을 열 계획.

하지만 쟁쟁한 대형 피트니스 체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분’은 그냥 운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올바른 걷기와 뛰기를 통해 각종 문제를 치유해 주는 곳이 될 겁니다. 일반 피트니스센터와는 시장이 다르지요.”

한편 뮐러 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KM재단을 설립해 아프리카와 한국의 고아들을 돕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매년 자신의 수입 중 10%를 KM재단에 기부한다. MBT 사업 아이디어를 얻게 해 준 마사이족이 교육시설과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케냐, 탄자니아 등에 사는 마사이족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급수시설을 설치해 주기도 했다.

 

 

취리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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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최강 미니기업 가다]직원 50명 회사가 세계시장 점령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동북쪽으로 60km 떨어진 볼렌호버에 있는 고급 요트 제조업체 로얄 하위스만. 직원이 300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로얄 하위스만’이란 브랜드는 세계적 명사(名士)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이 회사는 세계 럭셔리 요트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최고급 제품은 한 척에 1000억 원이나 하는 초고가(超高價)다. 80년의 역사를 지닌 이 회사의 ‘4세 경영인’인 알리서 하위스만 사장은 “우리는 최고급 요트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의 주역은 대부분 초일류 대기업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는 수십, 수백 명의 임직원만으로도 한 우물을 파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회사가 적지 않다. 독보적 기술력과 발상의 전환, 안정적 경영권에 바탕을 둔 이들의 활약은 해당 국가의 경쟁력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본보는 2007년 신년 기획으로 해당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달리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직접 찾아가 높은 경쟁력의 비결을 분석해 소개하는 장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임직원이 600여 명인 오스트리아 항공관제 시스템 제작 업체 프리퀀티스는 1990년 관련 업계 최초로 디지털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신기술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30%로 독보적 1위다.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인 스위스 규델도 경쟁사에 비해 작업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로봇 생산 기술로 단연 돋보이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시장을 누비는 ‘강소(强小)기업’들은 경쟁력 높은 기술력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본보가 취재한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액의 15% 안팎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었다. 직원이 90명밖에 안 되지만 교통신호·과속 단속기 시장에서 세계 최고에 오른 네덜란드 가초미터의 티모 가초니더스 사장은 “기술력이 곧 마케팅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과 직원들의 창의력을 곧바로 제품화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낸 기업도 눈에 띈다.

본사 직원이 50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MBT는 ‘관절염 치료용 신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세계 20개국에서 연간 60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벨기에의 반도체 장비업체 아이코스비전은 ‘작은 우물 속의 큰 고기’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을 거뒀다.

체코의 욕실매트 제조업체인 그룬트는 단순한 기능용품인 욕실매트를 인테리어 소품화해 체코 시장에서 90%의 경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이르지 그룬트 회장은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실용성을 높이고 미적 기능도 강화해 중국산 저가(低價)제품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포스는 독특한 영역인 성분분석기 제품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해 매년 2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세계적 미니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가족 중심 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CEO)들은 가업(家業)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을 보여 주었다. 오너와 직원 사이의 높은 친밀도는 기업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신순재(독일 함부르크대 정치경제학 박사) KOTRA 해외조사팀 과장은 “임직원 간의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과 자기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 기업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과 정부의 기업친화적 마인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브뤼셀=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코펜하겐·헬싱키=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프라하·취리히·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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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기업] 엠베테코리아, `마사이워킹` 3년만에 매출 350억

건강 보행의 대명사가 된 '마사이워킹' 붐을 타고 뜨고 있는 기업이 있다.

3년 전 마사이 워킹을 국내에 도입,사업화하는 데 성공한 엠베테코리아(www.mbtkorea.co.kr)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생긴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올해 매출액이 35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20일 전망했다.

작년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 같은 성장은 마사이 워킹이 인기를 끌면서 보행법과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먼저 설립 첫해인 2004년 50여개이던 가맹점 수가 현재 105개로 늘어났다.

'마사이워킹센터'로 명명된 전국 가맹점에 등록된 고정 회원도 20여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건강프랜차이즈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마사이워킹센터'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마사이 워킹에 필요한 신발.특히 올바른 보행 방법도 함께 알려주며 신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고용범 엠베테코리아 사장(47)은 "스위스에 있는 '스위스마사이'로부터 보행법과 신발 제조 기술을 가져와 국내 고객 개개인에게 신체에 적합한 보행프로그램과 신발을 제공하고 있다"며 "엠베테(MBT) 신발은 부산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공장에서 공급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 신발은 특수 소재와 구조를 이용,발에 압력이 고루 분포돼 걸음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또 반발력 효과도 뛰어나 걸음의 충격이 일반 신발의 30∼40% 수준에 불과하고 관절과 다리 근육을 강화시켜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고 사장은 설명했다.


                                                                                              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입력시간: 12/20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