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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의우주항공이야기] 잠자리와 전투기... 생체모방공학

영국신사77 2006. 12. 30. 11:57
[장영근의우주항공이야기] 잠자리와 전투기... 생체모방공학
                                                                              [중앙일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비행체는 무엇일까. 최신예 전투기들은 뛰어난 기동성 및 가속 성능, 다양한 공격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F-22와 F-15 전투기는 현재 실전 배치된 가장 뛰어난 비행체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F-15는 우리 공군의 차기 전투기(F-X)사업 계획으로 추진돼 지난해 말부터 우리 군에 배치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F-15가 가장 이상적인 비행체일까.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면 뛰어난 기동성 및 가속 성능을 가지고 어느 곳에서나 이착륙이 가능한 최상의 비행체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자연이 만든 가장 이상적인 비행체인 새다.

  오래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의 비행을 관찰해 비행기 설계도면을 만들었다. 비행기의 이론적인 기반을 닦아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트 형제는 이러한 인간의 꿈을 현실화시켰다. 자연계의 생명체를 모방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생체모방공학'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새처럼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이 비행기를 만들었다. 최근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비행하는 곤충을 통해 새로운 능력의 비행체를 꿈꾸고 있다.

  전투기의 성능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곤충의 날갯짓을 전투기의 비행 방법에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왜 곤충의 날갯짓을 적용하려고 할까. 곤충은 수많은 근육과 뼈로 이뤄진 새와 달리 단순한 몸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생체모방공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다. 비행하는 곤충은 기동성이 뛰어난 데다 정지비행, 방향 전환이 자유롭다. 또한 수만여 개의 센서가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한다.

  곤충 중에서 가장 교묘하게 비행하는 것이 잠자리다. 잠자리의 비행은 가볍고 날렵하다. 그들의 비행 궤적은 너무 빠르고 복잡해 우리의 눈으로 따라가기가 힘들다. 잠자리의 가볍고 작은 몸에서 나오는 불가사의한 비행능력은 가위 상상하기 힘들다. 잠자리는 기다란 선형 몸체와 몸체를 십자로 교차하는 날개를 장착한 비행기와 기하학적 구조가 동일하다. 잠자리는 아무리 뛰어난 전투기라도 흉내낼 수 없는 갖가지 선회 비행과 가속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공중에서 정지했다가 갑자기 시속 50㎞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순간적으로 180도 회전도 가능하다. 상하좌우로의 전환을 언제 어디서나 해낼 수 있다.

 

  이런 비행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잠자리의 뛰어난 비행능력은 강력한 동력원, 즉 근육을 필요로 한다. 잠자리의 흉부에는 아포템이라는 탄력성이 뛰어난 단백질이 있다. 이는 잠자리 무게의 약 24%를 차지하는 큰 날개를 1초에 무려 25~30회나 저을 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잠자리의 특성은 기동성과 가속 성능을 요하는 전투기의 개발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또한 잠자리는 최고속도로 비행 시 지구 중력의 25배까지의 중력을 받는다. 전투기 조종사가 최고로 견딜 수 있는 9배의 중력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다. 어떻게 잠자리는 이러한 중력을 견딜 수 있을까.

 

  잠자리의 중요 기관은 액체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중력 변화에도 내부 기관을 보호할 수 있다. 전투기 조종사들도 갑작스러운 중력 환경 변화에 대비해 압력복을 착용한다. 최근 독일의 한 회사에서는 '리벨레(Libelle:독일어로 잠자리를 뜻함)'라는 전투복을 개발했다. 이는 잠자리가 내부 기관을 보호하도록 중력 환경에 적응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이용해 만들었다.

  이처럼 자연을 모방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생체모방공학은 잠재력이 무한하다. 곤충의 날갯짓을 연구해 비행기술에 적용하려는 노력처럼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자연을 닮아가면 꿈의 신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200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