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목사님 설교가 아주 신선해졌어요." : 브루스 모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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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모힌니, 오태용 역
"목사님, 설교가 아주 신선해졌어요(Preaching with Freshness)" 베다니, 1995년, 344쪽(Eugene: Harvest House, 1991) 단 한 권의 설교학 책? 설교를 갈고 닦기 위해 연구해야 할 수많은 설교학 책 중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선정해야 한다면, 필자는 많은 고전을 다 제쳐놓고 브루스 모힌니의 “목사님, 설교가 아주 신선해졌어요”를 서슴없이 내놓는다. 국내에 소개된 백 수십 종의 설교학 관련 책 중에서, 이 책만큼 쓸 데 없는 군더더기를 다 제해 버린 후 설교에 꼭 필요한 핵심만 추출하고 그것도 흥미진진하게 잘 제시하고 있는 책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설교학계에서는, 청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설교해야 한다는 것이 점점 강력하게 주장되어 왔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설교학 교재들 그 자체는 가끔 구름 사이에 얼굴을 내미는 햇빛처럼 어쩌다 한 번 감동이 스치고 지나가는 딱딱한 이론 학문의 영역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모힌니는 이 책에서 과감하게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 버렸다. 놀랍게도 소설의 형태로 설교학을 제시한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소설 자체의 수준에 있어서도 전문 소설가의 작품에 비하여 전혀 손색이 없는 탁월한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서문에서 제이 E. 애덤스가 이 책의 서문을 써 주는 것이 즐겁다고 하면서 “기꺼이 전심을 다해 추천”한다고 극찬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또 하워드 헨드릭스도 “만일 본서와 같은 소설식 설교학 책이 더 많이 나와 준다면 설교를 재미있게 하는 설교자들이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본서를 설교학 교본 겸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추천한다”며 흔쾌히 추천하였다. 이 대가들의 찬사는 절대로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다.
설교는 설교자의 일 전부 재미있는 이 소설을 요약하여 설교학적 요소를 중심으로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은 귤에서 알갱이를 다 빼고 섬유질만 남기는 무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소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잠시 요약해 보아야 한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갈보리 교회에서 10년 동안 목회를 하던 폴 앤드루스 목사는 구태의연하게 설교하다가 교인들의 신임을 잃게 되어, 결국 교회를 옮기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모교에 갔다가 은사인 설교학 교수 윌리엄 비커슨 박사를 만나게 됨으로써 극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비커슨 박사의 권유에 따라 앤드루스 목사는 먼저 설교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가기 시작했다. 헨리 워드 비처의 말처럼 “설교는 설교자의 일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일을 사도행전 6장 1-4절과 에베소서 4장 8-12절의 두 필터를 통해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현재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시간 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느헤미야 프로젝트(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전 재건 계획을 수립한 방식)를 통해 교회의 운영위원회(장로교는 당회)와 상의하여 파괴적이고 낭비적인 압력의 함정을 피하게 된다. 그 결과 그는 모든 물줄기가 강단에서 다른 일들에로 흘러버리게 하지 않고, 도리어 모든 물줄기가 강단으로 흘러 들어가게 해서 공급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만들게 되었다. 설교 준비의 악순환
매주 월요일에 함께 만나 대화를 하는 가운데 비커슨 박사는 앤드루스 목사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강조하여 가르쳤다. “막판에 몰려서 설교를 준비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주초에 일찌감치 설교 준비를 시작하고, 일찍 공격하고, 매일 공격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은 반성과 설교 준비의 날로 떼 놓아야 한다. 더 나아가 3주 전 설교 계획에 따라 설교를 준비하여 숙성시켜야 한다. 그리고 1년 치 설교 계획도 미리 세워 놓아야 한다.
설교는 중요한 것을 말해야 하는 동시에, 잘 말해야 하는 것이므로, 개요 작성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 때 오석을 방지하고 정확한 해석을 하기 위해 주석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본문을 감동한 성령의 목적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고, 설교 목적을 성령의 목적과 일치시켜야 한다. 설교의 목표 즉, 목적지는 설교자의 목적이다. 목적 기술 문장은 설교 앞에 세워 놓은 표적이고, 설교의 개요는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이다. 목표가 명확해야 하므로 한 설교에 서너 가지의 메시지를 넣지 말아야 한다. 이 때 목적 문장을 경구로 만들 수 있으면 좋다.
설교를 시작하기 전부터 청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매주 설교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강해설교를 비롯한 다양한 설교 작성 방법을 돌려가며 채용하여 설교 개요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고기 요리
비커슨 박사는 또 이런 것도 가르쳤다. 청중은 준비가 안 된 메시지를 소화시킬 수 없다. 그것은 요리가 전혀 안 된 날고기를 식사로 내놓는 것이다. 앤드루스 목사는 비커슨 박사의 이 주장에 동의하며, 다른 교수에게 들은 내용을 첨가하였다. “여러분의 아내가 정육점에 가서 동네에서 가장 부드럽고 맛있는 불고기 감을 사 가지고 와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짜 그대로 여러분의 상 위에 올려놓는다면 먹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달콤한 쇠고기 맛을 우려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최상의 방법으로 요리가 되어야 합니다.” 비커슨 박사의 가르침은 갈수록 더욱 정교해졌다. 설교의 내용과 기법에 신선함을 더하기 위해서는 ‘놀람의 능력’, ‘질문의 능력’, 설교의 3R(reminding 상기, repeating 반복, reiterating 부연)을 잘 사용하고 2인칭, 비유법, 유머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동시에 설교 어휘를 개선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여기에 예화를 사용해서 빛을 비춰야 한다. 휴가는 새로운 예화를 찾기에 아주 좋은 시간이다.
이런 가르침 가운데서도 비커슨 박사는 거짓말쟁이와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 악한 짐승 등을 사람으로, 더 나아가 하나님의 자녀로 변화시킬 수 있는 복음의 능력을 믿느냐고 촉구하면서, “지옥의 한복판에다가 교회를 세우라”고 강력하게 도전하기도 한다.
저수지 능력
“송수관은 물을 받는 대로 그것을 보내 버리지만, 저수지는 넘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담고 있는 물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물을 보낸다”는 클레르보의 버나드의 말처럼, 설교자는 설교의 신선함과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송수관이 아니라 커다란 저수지가 되어야 한다. 이 ‘저수지 능력’이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신선한 설교의 핵심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작업에 있으므로 학문적 탐구, 기도, 그리고 개인 성경 공부를 통하여 저수지를 채워나가야 한다.
설교자가 저수지를 채우게 되면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경험하게 된다. 저수지를 채우는 것을 통해서, 설교 내용뿐 아니라 설교자 자신이 준비되는 것이다. 특히 학문적 탐구에 있어서는 목회 이외 분야에서도 폭넓은 독서를 해야 한다.
여기서 비커슨 박사는 ‘6중 독서’의 비밀을 밝힌다. 6중 독서는 한번에 한 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책 여섯 권을 한꺼번에 읽는 것이다. 먼저 소설, 역사, 전기, 일기나 저널, 시 등의 다섯 분야에서 책을 한 권씩 선택하고, 나머지는 ‘시사’ 주제나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책을 한 권 선택한다.
이런 것 외에, 설교자는 전달 방법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설교자는 오디오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를 통하여 지속적인 자기 평가를 해야 한다. 설교의 논리, 시간의 길이에 유의하고, 표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틈틈이 칼뱅, 루터, 라티머, 에드워즈 등과 같은 대가들이 설교를 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들을 살펴봄으로써, 독수리와 함께 날아오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설교자는 말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재미있는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설교자가 전달하기 전에 사람들이 그에게서 돌아선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필립스 브룩스가 말한 것처럼 설교란 ‘인격을 통한 진리’이므로, 설교자의 설교는 설교자의 인격에 의해서 가려지지 않아야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 앤드루스 목사의 설교는 아주 신선해지게 되었으며, 그 결과 비커슨 박사의 장례식 때 앤드루스 목사가 하게 된 감동적인 설교는 직접 보아야 할 것이다.
눈물 없이 못 보는 책
이 책에 담긴 이러한 설교학적 요소들은 저자인 모힌니와 그 동료들이 이미 실험을 하고 검증까지 다 거친 내용들이다. 그러므로 실제 설교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필요한 요소들만 골라 담아 놓았다. 더구나 소설이기에 흥미가 있어야 하므로 분량을 채우기 위해 의례적으로 덧붙여지는 쓸데없는 군더더기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폴 목사의 목회적 갈등을 전개하는 가운데 앞의 요소들이 소개되기에 독자는 손에 땀을 쥐고 때로는 눈물을 훔치며 이 설교학 책을 읽게 된다.
많은 감동과 눈물 가운데 이 책을 번역했다고 고백하는 역자 오태용 목사는 다음과 같이 자신 있게 말한다. “본서를 읽고 눈물 안 흘리고 감동 안 받고 격려 못 받을 목회자는 없을 줄 압니다.”
사실, 필자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개척교회의 담임을 하면서 설교 때문에 몸부림을 치며 절망을 많이 했었다. 주일에 두 번, 수요일, 금요일, 그리고 매일 새벽, 합하여 11번의 설교를 준비하느라 진액을 짰다. 그러나 설교란 준비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좋은 설교학 책들이 몇 권 번역되어 있지도 않았고, 더 나아가서 필자에게는 그 책들마저 제대로 찾아볼 수 있는 눈이 없었고, 찾는다 해도 그 책들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다만 몸으로 부딪쳐 실험하며 어렵사리 한 가지씩 배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실전을 통해 설교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우기는 했지만, 결국 지친 나머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면서 교회를 사임하고 다른 교회의 부목사로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했다. 그 뒤 몇 달 안 있어서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을 들고 밤을 새며 단숨에 읽었다. “그렇지, 그렇지” 감탄을 하며 탄식을 하며 읽었다. 필자가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귀한 진리들 몇 가지가, 그리고 필자 스스로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었던 많은 사실들이 간단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아주 선명하게 이 책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몇 년 빨리 필자의 손에 쥐어졌어도, 설교 때문에 그만큼 진을 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을 만난 이후, 필자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이 책을 꼭 읽으려고 노력한다. 볼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깨닫게 되고, 볼 때마다 새롭게 감동하게 된다. 설교학 책으로서, 설교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는 이런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설교 때문에 고민하는 설교자라면, 누구든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폴 앤드루스가 되어 설교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헨드릭스의 말처럼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와서, 설교자마다 소생하여 말랐던 가지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대구 북성교회 담임목사, 총신대 신약학 Ph.D., C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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