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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경제학자, 이론의 부끄러움...그라민 은행

영국신사77 2006. 10. 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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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하기자의경제전망대

고상한 경제학자, 이론의 부끄러움...그라민 은행 

                                  2006-10-16 08:36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방글라데시의 빈민 은행인 그라민 은행과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공동 선정됐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유누스는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빈곤이 일상화된 祖國의 현실에 눈감지 못하고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 나섭니다.

 

  "빈곤은 게으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립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구조 때문"이라며 신용대출은 곧 인권이라는 신념으로 30년 전 방글라데시에 처음으로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그라민 은행은  담보나 보증 없이빈민들에게 소액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는 활동을 합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는 도저히 돈을 빌릴 수 없어 高利의 사채로 내몰리는 빈곤층에게 적극적인 자활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라민 은행의 회원 수는 방글라데시 인구의 10%가 넘는 240만명, 주로 여성들이라고 합니다.

 

  담보도 없이, 보증도 없이 돈을 빌려 주는 금융 방식이 성공한다는 것은 新 자유주의적 사고에 물든 오늘의 금융회사들에게는 미스테리에 가깝지만, 그라민 은행의 상환율을 90%가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물론 특유의 공동체 문화와 그라민 은행의 운영 노하우가 있겠지만 말이죠.

 

  우리나라에도 그라민 은행과 제휴하고 있는 '신나는 조합'과 정부와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사회연대은행'이 그라민 방식의, 소액 창업자금 대출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한정된 기부금에 의존하다 보니, 혜택을 받는 서민들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은행이나 보험회사에서 잠 자고 있는 소위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을 기금으로 조성해 빈민 은행의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재산권 침해 논란, 금융권의 반발로 지금은 해당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하는 수준으로 봉합돼 있습니다.

 

  유누스 박사는 서울 평화상 시상식을 위해 이번 주 한국에 옵니다. '신나는 조합'과 조촐한 식사 자리도 갖는다고 합니다.

 

  유누스 박사와 그라민 은행에 쏟아지고 있는 찬사, 즉 고상한 경제 이론이 하지 못하는, 지구 상에 존재해 온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빈곤 퇴치 방법이라는 얘기가 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실사구시의 경제학자를, 실천하는 경제적 공동체를 우리나라에도 기대해 봅니다.